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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대치동 학원가
최근 한달여간 수험생과 학부모 커뮤니티를 태풍처럼 휩쓸고 있는 사건이 있다. '강남 모 여고 쌍둥이 전교1등 사건'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학교에 대해 "시험지 유출과 같은 부정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강남의 한 명문사립 여고 1학기말 성적이 발표됐는데 2학년 문과와 이과 각 전교 1등이 쌍둥이 자매였다. 이들의 아버지는 같은 학교 현직 교사로 교무부장으로 재직중이다. 또 기말고사 후 학교측이 한 문제에서 출제오류가 있었다며 답을 수정했는데, 이 '전교1등 쌍둥이'들이 원래의 답을 적어 넣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결론은 문제유출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들의 1학년 성적이 전교 100등대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이 학생들이 다니는 대치동 학원의 레벨을 지적하며 "그 레벨이 절대로 전교 1등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해당 교사는 학교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다가 더 논란이 커지자 삭제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강남의 극성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1등을 못 하니 잘 하는 애들을 부정이라며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 "열심히 하면 등수는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치동 엄마'들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중고등학생을 키우는 학부모, 대치동 학원가에 '발이라도 담가본' 학부모라면 이 사건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대치맘'들이 주류를 이루는 스터디카페와 학부모카페에서 문제유출 등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여고는 강남에서도 가장 내신이 빡빡한 학교로, 특히 상위권에서는 한 등수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교사 아버지가 1학년때 아이들이 2등과 5등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2학기 성적이며, 1학년 1학기때는 전교등수가 세자릿수였다. 1학년 1학기때 점수가 안 나오자 2학기부터 성적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다.
2) 해당 아이들의 학원 레벨이 교사 해명글에 다 드러나있는데, 그 레벨은 상위권 레벨이 아니며 당연히 그 레벨 학생이 강남 고등학교에서 1등을 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3) 해당 교무부장은 시험문제와 답에 직접 접근할 권한이 있다. 본인도 결재라인이라고 시인했다. 교무부장은 해당 사립 여고에 수십년째 재직중이며 두 딸을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에 지원시킨(고교지원제) 의도가 의심스럽다.
4) 이번 시험지(지필평가) 문제유출 의혹을 볼 때 현직 교무부장의 자녀가 각 과목 수행평가나 교내 대회 등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을 지는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수행평가가 수시 입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시험문제 유출과 성적 조작 등 의혹에 대해 특별장학을 벌일지 여부를 내일(13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에게 "수시제도에 대해 환멸감을 갖게 한다"는 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문제유출'에 대한 증거를 밝혀낼 방법이 명확하지 않고, 학교측도 "열심히 한 학생이 오해에 시달린다"라며 이들 교사와 자녀를 변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도 이 사실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비리가 밝혀져도 재학생들에게 좋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시험을 다시 보는 것도 학생들에겐 부담이고, 해당 학교의 성적비리가 밝혀지면 현재 재학생들이 수시 입시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대학들이 해당 학교의 학생부를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그들을 전학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주장이 많다. 물론 "정확하지 않은 추측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짓밟아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입시의 공정성을 뿌리채 흔들어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대입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멘탈'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사건이다.
비슷한 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제보도 이어진다. 대치동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이슈가 됐을 뿐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당국은 부모 근무 학교에 자녀 재학 금지 및 수시와 학종 등 입시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육부가 지금까지 해 온 행태를 볼때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두 딸이 나온 학교이며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모교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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