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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불문학자에서 문학평론가로... 故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누구인가

지난 8일 73세 일기로 타계... 고려대 불문과 교수, 한국번역비평학회장 등 역임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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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지난 8일 새벽 향년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45년 목포에서 태어난 황 전 위원장은 고려대 불문과를 졸업, 동(同)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경남대, 강원대를 거쳐 모교 교수로 재직했다. 2007년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설, 초대 회장으로 일했다.

황 전 위원장은 문예지 신인상이나 신춘문예 같은 공식 등단 경로를 거치지 않고 문학평론가로 데뷔, 자신만의 학설을 세워 일가를 이룬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작년 11월 문화예술 방면의 총 지휘자 격인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 취임했지만, 지난 2월 암이 재발해 사직했다. 그와 같이 불문학자 겸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던 인물은 고(故) 김현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실제 그는 선배 평론가인 김현의 추모 비평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평론가로 본격 데뷔할 당시 그의 나이 45세로 많이 늦은 때였다. 유려한 번역 문체로 정평이 나 있던 황 전 위원장은 비평가로도 금세 알려져 마니아군이 나오기도 했다.

그의 평론은 전공답게 프랑스 문학세계에 기초해 있다. 랭보, 말라르메, 보들레르를 비롯한 상징주의 시학과 초현실주의를 연구했다. 생텍쥐페리의 철학동화 '어린 왕자'를 번역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소설작품보다 시문학 해석에 능통했다. 황 전 위원장은 2012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이라는 작은 차원에 갇혀 있던 인간이 어떻게 하면 존재 내부의 수많은 차원을 발휘할 수 있는가, 거기서 언어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시 비평을 통해 세밀하게 밝히려 해 왔다."

황 전 위원장은 계간 문예지 '미네르바' 2011년 봄호에 발표한 평문에서 고(故) 기형도 시인의 작품세계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기자이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기형도는 단 한 권의 유작 '입속의 검은 잎'을 남겼는데, 이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집으로 꼽히기도 했다.

"기형도의 시 '빈집'은 슬프다. 리듬은 낯익고 순탄하며 거기 실린 말들이 애절해서 읽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 동시에 그 고통을 마비시킨다. 그 점에서 이 시는 감상적이다. 이 시를 어줍지 않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도 역시, 저 통속적인 사랑의 주제와 함께, 이 감상적인 어조이다. 그러나 낯익은 리듬을 걷어내면 몇 가지 의문이 감춰져 있고, 그것이 감지되는 순간, 시의 애절함은 불안으로 변한다."

그는 같은 문예지 다음호 '한국문학과 세계화'라는 제하의 글에서 우리나라 문학의 발전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기서 '타자'란 소외와 상처로 얼룩진 이들이자, 불우한 삶을 재조명하는 문학의 본질적 속성을 뜻한다.

"문학이 어떤 진보의 도구라면 이 진보성은 오히려 진보라고 헛되게 이름 붙여진 것들의 맹목적 속도의 발목을 잡아 제어하는 데 있다. 이 발목 잡기의 주체는 물론 저 지체된 타자들이다. 세계화 시대에도 문학은 늘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인데, 다만 내향적 행복이고 절망이었던 것, 외로운 자아들의 편안함이었던 것을 다른 세상의 낯설음과 교환하는 일에 좀 더 역점이 주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문학적 성향을 두고 이른바 '창비파'인 진보 계열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이념적 작가'라기보다는 '엄격한 학자'에 가까웠다는 평이 많다. 실제 그는 '한겨레' 칼럼에서 2016년 문단 성폭력 사태에 대해, 문학의 순수성을 팔아 위선적 태도를 보여왔던 진보 주류의 문단을 향해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문학은 한 시대의 윤리적 인습에 굴복하거나 봉사하지 않기에, 그 윤리의 뿌리와 현재적 의의를 성찰하는 여유를 확보한다. 그래서 문학은 근본적으로 윤리적이며 생생하게 윤리적이다. 윤리적 탈선이 권력의 위계에 이른다면 거기에서는 윤리의 뿌리도 그 생생함도 찾을 수 없다."

비평이나 칼럼에서 묻어나는 그의 훈계조 문체는 날카로우면서도 낭만적 정서를 갖고 있어 인기가 많았다. 대표작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가 문학도서로는 예외적으로 6만 부 넘게 판매고를 올리는 등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제23회 팔봉비평문학상, 제20회 대산문학상 평론부문, 제11회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공로도 인정받았다. 2007년 미당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문예지 '21세기문학' 인터뷰에서 자신의 글쓰기 비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접속사를 들어내고 문맥의 맛을 살려내는 그의 필법은 기사와 닮았다.

"접속사 등으로 팩트를 강제로 묶으려 하면 글이 담백함을 잃는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오늘은 3·1절이다' 하면 상황과 인과관계가 모두 전달된다. '오늘은 3·1절이기 때문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같은 문장은 독자를 바보로 취급하는 셈이 된다."

황 전 위원장의 친동생 역시 문학평론가이자 대학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의 아우 황정산 대전대 교수는 고인이 영면한 당일 SNS에 "문학을 사랑하신 분들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오늘 새벽에 제 형이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전했다.

황 전 위원장은 임종 직전에도 글쓰기에 온 힘을 쏟았다. 지난 6월 발간된 현실비판성 산문집 '사소한 부탁'이 유작이 됐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10시다. 장지는 서울 양재동 서울추모공원, 유족으로는 부인 강혜숙씨와 아들 황일우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 연극배우인 딸 황은후씨가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8.08

조회 :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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