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 사진=현대캐피탈
2014년 현대캐피탈 정태영 부회장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형식적인 감사가 아닌 제대로 된 감사’를 받고자 외부 회계법인에 지급하는 보수를 자발적으로 세 배나 늘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감사 보수는 관행처럼 계속된 기업들의 ‘후려치기’와 ‘업체 바꾸기’로 많이 하락해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관행을 깨고 제대로 감사를 해달라며 피감 기업에서 먼저 감사 보수 인상을 제안한 것이다. 그 결과 회계법인에 지급된 감사 보수는 현대캐피탈이 3.3억에서 9.2억으로, 현대카드는 2.2억에서 9억으로 크게 인상되었다.
이후 감사를 맡은 각 회계법인은 감사 품질을 대폭 높였다. 회계법인이 사용한 총 감사시간이 전년 대비 현대카드는 5배, 현대캐피탈의 경우 3배가량 늘었으며 이는 100대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돈다. 회계법인은 늘어난 감사 시간으로 핵심리스크에 대한 집중 감사가 가능했다. 늘어난 시간만큼 회계사들은 좀 더 면밀하게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매출 과다계상, 자(子)회사 허위 매각 등 기업이 회계 장부를 조작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회사의 부실을 숨기는 등의 회계 부정행위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단골 뉴스 중 하나였다. 오너의 비도덕 경영, 내부통제 조직의 부재, 부실한 회계 감사 등 그 원인은 다양했다. 매년 회계 감사를 실시함에도, 이러한 회계 부정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너무 낮은 감사보수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감사보수 수준은 선진국의 1/5도 안 된다. 낮은 보수는 결국 짧은 감사 투입 시간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감사 품질 저하 및 부실감사로 이어진다. 정태영 부회장은 이런 낡은 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단순히 감사 보수 인상만 한 것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이러한 제도들과 유사한 내용을 이미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수행해 왔다. 회계 이슈 발생 시 즉각 경영진(CEO/CFO)에 공유 후 공정한 사후 조치를 취하여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회계 거래 투명성을 확보했다.
현대캐피탈은 비상장사로서 상장사 대비 외부 회계규제 수준이 매우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회계감사 강화를 통해 국내 굴지의 상장회사들보다 높은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국 NYSE(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 PCAOB(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 :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의 회계감독 강화에 대응하여 해당기관 요청 수준에 맞게 회계감사를 강화해 왔다.
정태영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캐피탈 임직원들은 감사 보수 인상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감사인과 내부 관계부서 간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계투명성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