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단 왼쪽부터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함성득 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뉴시스, 조선DB
<정치권에서는 "총리·내각 패싱 등 청와대 독주 논란에도 비서실 권한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처는 뒤로 빠지고 청와대가 상의하달(上意下達) 방식으로 모든 현안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지난 27일 자 '조선일보' 기사 중
청와대가 지난 26일 비서진 조직 2기를 출범시켰다. 자영업비서관을 추가하고 직제와 명칭을 개편한 가운데, '비서진 중심' 정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기존 대통령비서실 체제에서 자영업비서관 1곳을 순증해 '3실장, 12수석, 49비서관'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자영업비서관은 일자리수석실에 두고, 통상비서관과 사회적경제비서관은 경제수석실로 옮김으로써 윤종원 경제수석과 정태호 일자리수석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 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홍보 기능도 강화됐다. 교육문화비서관을 교육비서관과 문화비서관으로 분리·확대했다. 홍보기획비서관, 연설비서관을 그대로 둔 채 국정홍보비서관, 연설기획비서관을 신설했다.
역할이 겹치는 직위를 통합하기도 했다. 정무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자치발전비서관'으로, 사이버안보비서관과 정보융합비서관을 '사이버정보비서관'으로 합쳤다.
명칭도 고쳤다. 국정상황실은 '국정기획상황실'로, 뉴미디어비서관실은 '디지털소통센터'로, 정책기획비서관은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중소기업비서관은 '중소벤처기업비서관'으로, 시민사회·사회혁신·제도개선 비서관은 '사회참여·사회조정·제도개혁' 비서관으로 바꿨다.
현재 대통령 비서실(안보실 포함) 인원은 486명이다. 참여정부(531명) 이후 가장 많다. 청와대 예산(경호실 예산 제외)도 작년 880억 원에서 올해 898억 원으로 늘었다.
진보 성향 정치학자로 알려진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난 21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당 중심으로 하고 총리나 장관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했던 공약과 달라지는 걸 보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과 달리한다는 건 상당한 결심을 갖고 청와대 중심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장이 스승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등과 공저한 '양손잡이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17)에는 청와대 비서진 중심의 국정운영을 비판한 그의 논리가 담겨 있다. 관련 대목이다.
"청와대를 개혁을 주도하는 센터로 삼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런 접근은 개혁은커녕 당정 관계만 나쁘게 만들었고 내각을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만들었으며, 거대 청와대 권력을 매개로 선출직 군주정처럼 정부를 운영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내각을 지휘, 관할하는 청와대 수석실 체계는 없애고 대통령은 내각을 통해 일해야 한다. (...) 청와대를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명칭에 맞게 대통령 개인을 보좌하는 정도로 그 기능과 역할,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저서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섬앤섬, 2017)에서 역대 정권의 '청와대 비서정치'를 비판했다.
"민주화 이후의 역대 대통령은 5년이라는 짧은 임기 내에 자신이 제시한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자 청와대비서실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대통령비서실이 모든 핵심 현안을 직접 관장하면서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추진했다. 대통령비서실은 해가 갈수록 비대해지면서 국정운영의 모든 정보가 청와대에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내각이나 정당 위에 군림하면서 정책 결정은 물론 그 집행까지도 주도하고 관여하는 등 과도한 역할과 권한을 행사했다. 청와대는 비서정치, 구중궁궐 또는 권력의 산실로 비판받아 왔다. 일부 대통령 보좌진은 정책 기획과 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비서실 본연의 기능을 망각했다. 심지어 힘의 집중으로부터 나오는 권력남용과 부정부패의 함정에 빠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도 의미 있다. 김 위원장은 실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25일 비상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비대한 청와대 비서진을 축소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며 "지금 청와대는 비서들이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며 총리와 장관 패싱이 일상화됐다. 그럴 것이라면 힘겨운 청문회를 거쳐 가면서 총리와 장관들은 무엇 하러 임명했나"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법률상 권한도 없고 청문회를 거친 자리도 아닌 청와대 비서진이 내각을 통할하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엄격한 요청인 '책임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청와대가 지난 26일 비서진 조직 2기를 출범시켰다. 자영업비서관을 추가하고 직제와 명칭을 개편한 가운데, '비서진 중심' 정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기존 대통령비서실 체제에서 자영업비서관 1곳을 순증해 '3실장, 12수석, 49비서관'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자영업비서관은 일자리수석실에 두고, 통상비서관과 사회적경제비서관은 경제수석실로 옮김으로써 윤종원 경제수석과 정태호 일자리수석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 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홍보 기능도 강화됐다. 교육문화비서관을 교육비서관과 문화비서관으로 분리·확대했다. 홍보기획비서관, 연설비서관을 그대로 둔 채 국정홍보비서관, 연설기획비서관을 신설했다.
역할이 겹치는 직위를 통합하기도 했다. 정무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자치발전비서관'으로, 사이버안보비서관과 정보융합비서관을 '사이버정보비서관'으로 합쳤다.
명칭도 고쳤다. 국정상황실은 '국정기획상황실'로, 뉴미디어비서관실은 '디지털소통센터'로, 정책기획비서관은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중소기업비서관은 '중소벤처기업비서관'으로, 시민사회·사회혁신·제도개선 비서관은 '사회참여·사회조정·제도개혁' 비서관으로 바꿨다.
현재 대통령 비서실(안보실 포함) 인원은 486명이다. 참여정부(531명) 이후 가장 많다. 청와대 예산(경호실 예산 제외)도 작년 880억 원에서 올해 898억 원으로 늘었다.
진보 성향 정치학자로 알려진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난 21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당 중심으로 하고 총리나 장관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했던 공약과 달라지는 걸 보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과 달리한다는 건 상당한 결심을 갖고 청와대 중심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장이 스승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등과 공저한 '양손잡이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17)에는 청와대 비서진 중심의 국정운영을 비판한 그의 논리가 담겨 있다. 관련 대목이다.
"청와대를 개혁을 주도하는 센터로 삼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런 접근은 개혁은커녕 당정 관계만 나쁘게 만들었고 내각을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만들었으며, 거대 청와대 권력을 매개로 선출직 군주정처럼 정부를 운영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내각을 지휘, 관할하는 청와대 수석실 체계는 없애고 대통령은 내각을 통해 일해야 한다. (...) 청와대를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명칭에 맞게 대통령 개인을 보좌하는 정도로 그 기능과 역할,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저서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섬앤섬, 2017)에서 역대 정권의 '청와대 비서정치'를 비판했다.
"민주화 이후의 역대 대통령은 5년이라는 짧은 임기 내에 자신이 제시한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자 청와대비서실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대통령비서실이 모든 핵심 현안을 직접 관장하면서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추진했다. 대통령비서실은 해가 갈수록 비대해지면서 국정운영의 모든 정보가 청와대에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내각이나 정당 위에 군림하면서 정책 결정은 물론 그 집행까지도 주도하고 관여하는 등 과도한 역할과 권한을 행사했다. 청와대는 비서정치, 구중궁궐 또는 권력의 산실로 비판받아 왔다. 일부 대통령 보좌진은 정책 기획과 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비서실 본연의 기능을 망각했다. 심지어 힘의 집중으로부터 나오는 권력남용과 부정부패의 함정에 빠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도 의미 있다. 김 위원장은 실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25일 비상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비대한 청와대 비서진을 축소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며 "지금 청와대는 비서들이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며 총리와 장관 패싱이 일상화됐다. 그럴 것이라면 힘겨운 청문회를 거쳐 가면서 총리와 장관들은 무엇 하러 임명했나"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법률상 권한도 없고 청문회를 거친 자리도 아닌 청와대 비서진이 내각을 통할하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엄격한 요청인 '책임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