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령 검토 문건' 캡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작성한 위수령·계엄 관련 문건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이 문건을 지난 7월 5일 처음 들춰낸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권력을 지키자는 생각에서 작성한 문건"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79년 12·12사태, 1980년 5·17 계엄 확대 및 광주 민주화 운동 무력진압 같은 범죄행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적폐 몰이"라고 반박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기구 설치를 통한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여론도 현 정부 편이다. 졸지에 박 전 대통령은 탱크, 장갑자, 특수부대를 동원, 국민을 억누르려 한 사람이 됐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여당의 주장에 따르면 이 문건은 전 정권이 촛불 시민을 대상으로 계엄을 검토했다는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은 극비 문서다.
이런 계엄령 문건(A4 용지 10장 분량)을 자세히 살펴보니, 대외비나 비문 처리를 하지 않은 평문으로 처리돼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문건에 대외비나 기밀이란 표시가 없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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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0일 오후,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논란이 불거진 경기도 과천에 있는 기무사 정문. 사진=고운호 기자 |
한민구 전 장관 측근은 “여권 주장처럼 조 전 사령관이 군사작전 실행계획을 작성했고, 쿠데타를 모의했다면 문서를 파기해 증거를 인멸하는 게 상식”이라며 “존안 자료로 보관했다는 것은 해당 문서의 ‘현 상황평가’ 진단대로 촛불·태극기 집회가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될 때를 가정해 대비책을 검토한 문건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경찰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대통령이 군을 동원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비해 만든 일반적 문건이란 이야기다.
심지어 이 문건에는 오타도 있다. 8-5페이지를 보면 ‘軍 병력은 시위대 통제 간 현행범을 체포항려 경찰에 현장 인계’라고 돼 있다. 체포하여를 체포항려로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 주장대로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2·12사태, 1980년 5·17 계엄 확대 및 광주 민주화 운동 무력진압 같은 범죄행위를 지시한 무시무시한 문건을 기무사가 작성하면서 오타를 낸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