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후손'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 사망... 외고조부 민긍호는 누구? : 월간조선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23)이 괴한의 피습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던 ‘의병장 후손’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데니스 텐은 19일 절도범의 피습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데니스 텐은 이날 낮 자신의 차 백미러를 훔치는 범인 두 명과 난투극을 벌이다가 몸 10군데를 칼에 찔렸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과다출혈로 3시간여 만에 숨졌다.

데니스 텐은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로 잘 알려진 선수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데니스 텐의 할머니다.

민긍호.

민긍호는 본관은 여흥이며 서울 출생이다. 1907년 원주 진위대의 정교로 있을 때 고종이 양위하고 군대해산 명령이 내려지자 의병을 일으켜 제천 의병대장 이강년과 합세, 충주의 일본군을 공격해 살상했다. 양주에서 이인영이 의병을 일으키자 이에 가담, 관동군 창의대장이 돼 100여 차례 전공을 세웠다. 치악산 강림촌에서 일본군의 기습으로 전사했다. 이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데니스 텐은 2013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은메달과 2014 소치올림픽 동메달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카자흐스탄 사상 처음으로 피겨 메달을 획득하면서 카자흐스탄의 피겨 영웅으로 불렸다.

데니스 텐은 늘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2014년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올해까지 4년간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오른발 인대를 다치는 부상 탓에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그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 SNS.

김연아는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데니스 텐과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데니스 텐의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연아는 "그는 정말 성실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였다.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스케이터를 잃어 너무나 슬프다"고 애도했다. 김연아는 2014 소치올림픽 갈라쇼에서 데니스 텐과 댄스 파트너로 인연을 시작했고 같은 소속사 올댓스포츠에서 활동했다.

글=월간조선 권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