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자유한국당 무법천지... 끝없는 친박 망령 : 월간조선

고금을 막론하고 외환이 닥쳐 국가 사직이 위태로울 때면 역적이 발호하거나 도적떼가 창궐한다. 중국 명나라가 후금 여진족의 침입으로 국난을 겪을 때, 농민반란군 이자성의 군대는 황궁으로 진격했다. 변방을 지키던 장수 오삼계도 조국으로 칼끝을 돌렸다. 신라 말엽 진성여왕의 실정이 계속되자 비적(匪賊) ‘적고적’이 나타나 백성을 괴롭혔다. 국가 대혼란의 ‘아노미 상태’, 즉 무정부 상태의 무법천지가 도래하는 것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그렇다.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지속된 계파 갈등으로 한국당의 내홍은 깊어지고 있다. 안상수 준비위원장이 진행 중인 ‘혁신비대위원회’ 구축도 잡음이 일고 있다. ‘잔류파’ 대개 ‘친박(親朴·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당내 분란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 일각에선 "당의 몰락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친박들이 쇄신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친박이 아직도 제일 목소리가 크니 당이 이 지경까지 온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중진이냐 초선이냐를 떠나서 친박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친박계 의원들은 차기 당권과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김성태 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독한 ‘홍준표 대표 체제’ 아래서는 숨죽이고 있던 친박 세력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당을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대개 3선 중진이 맡는 상임위원장을 재선 의원들이 뺏으려 하고 있다. 이장우·주광덕 의원이 대표적이다. 우리 당에 3선만 20명이다. 20명 중 14명이 상임위원장직을 맡지 못했다. 우리가 맡아야 할 상임위원장직이 7개라 3선 의원들도 다 맡지 못할 상황인데, 재선의원들이 ‘경선을 치르자’고 하고 있다. 민주당도 3선들이 맡는데...”

김 원내대표가 말을 이었다.

“정말 무법천지다.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의 수뇌부들이 떠나니까 ‘목소리 큰 사람’ 대장으로 세워서 당을 헤집고 있다. 이제 쇄신과 변화를 가로막는 자들은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소집과 운영에 큰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차기 당 대표 자리에는 정우택·심재철·나경원 의원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은 조기 전당대회를 하지 않고 내년 초까지 비대위 체제로 가려는 현 비박계의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했다.

친박계가 김 원내대표를 흔들며 조기 전당대회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과 친박 중진이 당 대표직에 관심을 보이는 사실이 결국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다.

2018년 7월 11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안상수 비대위구성준비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한편 친박계는 자신들을 보도할 때 ‘잔류파’로 기재하길 요청한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을 당시, 구 바른정당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른바 ‘복당파’와 구분 짓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친박이라는 말을 듣기 싫으니까 (기자들에게) 잔류파로 쓰라고 했다더라”며 “나는 한국당에서 잔류파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비박과 친박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친박의 이름’으로 싸워야 한다”고 친박계에 일침을 가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