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패배 원인을 놓고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전신이었던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어떻게 선거에 임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정권을 잡았는지 되새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당 싱크탱크이며 2012년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일정총괄을 맡았던 여의도연구원 이창근 부원장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레임덕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총선에서 과반수(152석)를 차지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참고해야 할 사안"이라며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 왔다.
이 부원장은 '월간조선'의 정치 비화 기사들에 대해 언급하며 "인터뷰이에 따라 자기중심적 해석도 있고 사실과 다른 점도 있다고 본다"며 "과거 우리 정부의 것들을 논하는 것을 넘어 모두가 자각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글을 보낸다"고 밝혔다.
-------------------------------------------------------------------
당이 없으면 모두가 존재할 수 없었다
‘친이 친박 없다! 한 석이라도 더 만드는 일정을 짜라’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일정을 총괄하고 있던 나에게 당부한 말이다. 2012년 당시를 회상해 보면 이명박 정부 말미의 디도스 사건으로 인해 당시 한나라당은 절체불명의 위기였다. 언론이나 세간에서는 한나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도 서슴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2011년 12월 박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총선 승기는 야권으로 기운 추세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그런 평가 속에 박 전 대통령은 비대위원장을 맡은 즉시 다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그리고 새출발을 위한 경청과 만남이란 모드하에 국민 속으로 파고들며 총선 일정을 시작하였다. 당 내부적으로는 동행과 결의란 목표를 가지고 당원들 모두 단합시키기 위한 일정을 수행하였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치열한 대선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친이 친박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모든 당원과 당직자들을 당의 위기 앞에서 모두 아울렀던 것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이미 영어의 몸이 된 박 전 대통령을 여느 정치인들처럼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려 정치적 화두로 삼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절대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단지 2012년 제19대 총선을 전후로 일정을 총괄하여 수립한 당사자로서 당시의 팩트만을 공개함으로써 당시와 비교하여 작금의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2012년 당시 총선은 정치 전문가들, 여야의 모든 국회의원조차 예상하지 못한 대이변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152석, 반수를 넘어선 것이었다. 지역구에서도 127석을 차지하였다. 나의 기억으로는 2012년 총선 이후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친박이 되어버렸다. 아니 총선을 전후한 시기, 더욱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더더욱 100% 친박이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그리고 대선 경선 이후 2008년 총선 당시 소위 친이였던 의원들도 2012년 총선 이후에는 간식거리를 들고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았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한 후담들은 뒤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집권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친박 친이도 아닌, 친박 비박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 소속 국회의원을 포함하여 책임 있는 사람들 모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각자에게 맡기고 싶다.
나경원 의원이 얼마 전 언급한 정당은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모두들 비난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의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지적도 되새겨볼 말이라 생각한다.
다시 2012년 총선 전후로 돌아가 보자.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으로 바뀐 우리 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다시 받기 위해 광폭행보, 전국투어를 시작하였다. 그 가운데 ‘감동인물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각지에 숨어 있는 따뜻하고 훈훈한, 모두의 귀감이 되는 일반 국민들을 찾아 나섰고 직접 만나면서 함께 공감하고 경청하고 동행했다. 이는 당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이 감동인물을 추천하는 등 많은 국민이 다시 새누리당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 동력이었다고 나는 자부한다. 그리고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국투어 중에 정책, 즉 공약 수립을 위한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간담회를 가지면서 경청하였다. 비단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광주 기아자동차를 현장 방문해서는 승용차 생산라인이 없는 것과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필요성에 대해 경청하고 논의하였다. 정책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노력들은 2012년 총선 공약집과 당시의 일정들이 증명해 줄 것이다. 이러한 정책, 공약 역시 국민들이 다시 새누리당, 지금의 자유한국당에 반수 이상의 표를 준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나는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종합상황실이 아닌 5층 사무총장실과 사무부총장실을 오가며 철저한 보안 속에 일정을 수립했다. 왜냐하면 당시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름 아닌 ‘친이 친박 없다! 한 석이라도 더 만드는 일정을 짜라’였기 때문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어느 누구도 일정에 관여하는 바 없이 정말 객관적으로 모든 지역구의 제반 여론조사와 시도당 사무처장들과의 소통을 토대로 한 석이라도 더 만드는 일정을 짰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실제 보고되고 승인되었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상세일정표 전부를 첨부와 같이 공개함으로써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당시 종합상황실로 수없는 일정 청탁, 즉 박 전 대통령 방문 요청이 쇄도했다고 들었고 나에게도 간접적으로 많은 민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당시 일정을 누가 총괄하여 짰는지는 철저히 보안 속에 있었으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종반부에 들어서야 일부 후보로부터 나에게 직접 요청이 들어왔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2012년 제19대 총선을 전후한 당시와 비교하여 작금의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에 더하여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더 이상 국민들과 당원들 앞에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정책정당으로 거듭나 2012년 총선 전후 당시처럼 국민들이 다시금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게끔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2012년 당시의 기억을 통해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국회의원들 각자 각자는 모두 훌륭한 사람들일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각자의 분야에서 모두 전문가였을 것이고, 그간의 제반 경험에서 경륜을 쌓아 여기까지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스스로는 스스로의 잘남만으로 국회의원이 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없었으면,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가 아니었으면, 설상가상으로 한나라당이 문을 닫았더라면 과연 내가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에 내가 이 글을 통해 2012년 총선 당시 공식 선거운동 기간 상세일정표 전부를 박 전 대통령,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고된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다. 특히 2012년 총선에 이어 2016년 총선에서 재선이 된 국회의원들은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총 21명으로 전체 112명 의원의 18.8%나 차지한다. 2012년 총선 당시 만약 한나라당이 없어졌더라면, 새누리당으로서 다시금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지 못하였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그들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 이외 다른 모든 의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친이 친박 없이 한 석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2012.3.29.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박 전 대통령은 18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총 15개 지역을 순회하는 강행군을 했다. 이러한 살인적인 일정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한번은 충남-대전-충북-강원으로 이어지는 하루 일정 중에 박 전 대통령이 호흡이 힘들어 차량 이동을 하다 멈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남은 일정을 소화한 적도 있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당시 방문한 지역 중에는 현재 재선이 된 모의원, 당시는 원외였으며 경쟁자는 재선의 국회의원이 버틴 지역도 있었다. 승기를 잡기 위해 방문하였으며 방문 이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완전한 우위를 점하였었다. 그 이후 그 지역은 더 방문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의원은 누가 묻지도 아니하였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초기, 의정보고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차례 넣고 친박을 자처하더니(원래 이 후보는 친이로 분류되었으며 18대 총선에서도 후보로 나섰다) 어느새 친박이 아니라고 비박을 자처한다.
누가 보아도 친이로 분류된 후보 지역도 공식 선거운동 첫날 방문하였다. 이 지역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경합열세로 분류하여 선거운동 막바지에 당선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 번 더 방문하기도 하였다. 비록 낙선했지만 당시 후보로부터 총선이 지난 다음에야 일정을 누가 짰는지 몰랐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물론 나는 그런 인사를 받기 위해 그 후보 지역을 일정에 넣은 것이 아니었다. 친이라도 한 석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지역을 일정에 포함시킨 것이었다.
2007년 치열한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진영에서 맹활약한, 누가 보아도 친이라고 할 수 있는 후보 지역도 방문하였다. 당시 일정을 총괄했던 내가 그 후보 보좌관에게 전화해서 방문일정을 잡으려고 한다고, 세부 장소를 달라고 했더니, 우리한테도 정말 오느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후보는 2012년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충북의 한 후보는 경합열세로 분류되어 공식 선거운동 초기 한 차례 방문 후, 4개 군으로 이루어진 지역구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4개 군 중에서도 전략 지역을 정해 한 차례 더 방문하였다. 그리고 당선이 되어 현재 재선이 되었다.
강원의 한 지역은 초경합 지역으로 분류되어 총선 전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수차례 방문하여 결국 당선에 이르렀다. 물론 그 후보는 굳이 따지자면 친이와 친박을 냉온탕 오가듯이 왔다 갔다 한 듯하다. 당도 왔다 갔다 했다.
경기 서남부의 우리 당이 열세인 지역들 역시 후보의 경쟁력을 믿고 총선 전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까지 지속 방문하여 현재 재선 고지에 오른 이들도 있다. 물론 같은 행정구역 아래 다른 지역구의 경우 당선 가능성의 차이로 방문을 못한 경우도 있었다. 선거 중반 해당 지역구 후보로부터 직접 전화로 요청을 받았지만 일정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석이라도 더 만드는 일정을 수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행정구역에 두 개의 선거구가 있는 서울의 한 후보는 두 지역구 모두 경합열세 상황에서 합동유세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역구에 박 전 대통령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당시 난동 아닌 난동을 부린 적도 있었다. 두 지역구 후보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장소를 뒤로하고 결국 두 후보 간 합의하에 선거유세 장소를 그 후보 지역으로 정해 일정을 마련하였다. 당연히 그 후보는 당선되었다.
지금껏 열거한 사례들은 소위 친이로 분류된 후보들과 관련된 후담이다. 이 외에도 지금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당시 후보들의 후담들은 더 존재한다. 친이라고 이들 지역을 일정에 포함하지 않았더라면, 친이 친박을 구분하여 일정을 수립했더라면 어땠을까? 더 나아가 당시의 우리 당의 위기 또한 극복할 수 있었을까?
문제의 핵심은 이들 모두 당이 없었으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이다.
우리 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이 없으면 국회의원은 물론이요 구성원 전체가 존재할 수가 없다. 친이 친박, 아니 이제는 친박 비박으로 편을 나누는 것도,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선공후사의 정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공감을 얻고 함께 가는 길은 우리 당이 다시 정책정당으로 우뚝 서는 길밖에 없다.
이제는 보수 진보로 나누는 것도 국민들에게는 식상하다. 우리 당의 가치를 이제는 국익, 민생과 같은 국민 눈높이에서 찾아야 한다. 그 가치 안에서 경제, 외교, 국방, 복지, 교육 등 제반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가령 경제정책의 일례로 대중소기업 정책에 있어서 현 정부여당처럼 재벌 지배구조와 같은 재벌개혁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대금을 포함한 하도급 거래구조 개선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리 당이 가야 할 길인 것이다. 교육 분야 역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상향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이 우리 당이 지금껏 추구해 온 방향이다. 복지 분야 또한 생애주기별 복지체계를 마련한 주체가 바로 우리 당이었다. 창업정책의 선구자도 바로 우리였다. 이러한 것들은 굳이 보수 진보로 구분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알 것이다. 바로 자유한국당의 가치라는 것을!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지만 정당은 표를 추구한다. 기업으로 따지자면 이미 우리 당은 심각한 적자 상황에 처해 있다. 정말로 법정관리나 파산절차를 밟지 않으려면 단합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구조조정도 당직자만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에는 긴급수혈도 있다. 재정이 부족하면 국회의원들도 출자를 해야 한다.
정당은 표로 국민들에게 심판받는다는 것을 모두들 명심했으면 한다.
----------------------------------------------------------------------------
여의도연구원은 김대식 원장이 6.13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현재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창근 부원장은 "지금 나 스스로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해도 되는 것인지 전(前)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으니 김성태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되어야 하는데, 이 부원장은 사퇴와 관련한 연락은 아무에게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