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가운데)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맨 오른쪽).
[편집자주] 23일 김종필 전 총리 별세 후 김 전 총리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빌어먹을 XX" "문재인이 문제"라고 했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월간조선> 2002년 6월호에 실린 JP 인터뷰를 다시 게재한다. 당시 김 전 총리는 자민련 총재였고, 같은 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경쟁하는 시점이었다.
---------------------------------------------
자민련 金鍾泌 총재의 격정토로
"(盧武鉉 후보가) 나라의 기준에서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
JP의 분노, "天道是也非也"
金鍾泌(김종필·76) 자민련 총재가 변했다. 은유의 정치인에서 直說(직설)의 정치인으로. 그의 직설은 정치권과 세태를 향한 분노를 담고 있었다. 10만명의 굶주린 주민을 동원한 북한의 아리랑 공연, 동의대 사태 관련자들의 민주화 인정 결정을 얘기하면서 "天道是也非也 (천도시야비야·세상에 천도는 있는가)"라는 司馬遷(사마천)의 한탄을 인용하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모과차를 가져온 부인 朴榮玉(박영옥) 여사는 "바깥에서 고함소리만 들리더라"고 했다.
일요일인 지난 5월 12일 이른 아침 청구동 자택 응접실에서 金 총재를 만났다. 흰 티셔츠 차림의 건강한 모습이었다.
金 총재는 大選을 앞두고 있는 나라 걱정을 많이 했다.
민주당 盧武鉉(노무현) 후보의 '左傾(좌경)', 한나라당 李會昌(이회창) 후보의 狹量(협량)을 우려하면서 "어떻게 날이 갈수록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인성과 그릇이 형편없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盧 후보가 "나라라는 기준에서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며, 盧武鉉, 李會昌 후보 외에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요지로 말했다. "이제 후진들에게 물려주고 黃昏(황혼)을 붉게 물들일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대답했다.
이야기는 부패 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金大中(김대중) 대통령 얘기에서 시작됐다. 金 총재는 金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을 강하게 표시하면서, 탄핵과 下野(하야)에 반대했다.
―金 총재가 함께 출범시킨 金大中 정권이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채 끝나갑니다. 감회가 어떻습니까.
"세상 참 빠르구나 느끼죠. 金大中 대통령이 4년 전에 '내가 죽음의 고비를 몇 번 넘긴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면 아무 욕심이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좋은 정치를 남기고 가겠다'고 했어요. IMF 위기를 극복할 때만 해도 퍽 보람을 느꼈어요. 경제위기를 일단 수습하고, 집권 2년을 넘기니까 前任(전임) 대통령들과 똑같아졌어요. 우리 대통령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명예롭게 임기를 끝낸 사람이 없어.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거요."
그는 "우리 정치인이나 국민들이나 愚昧(우매)하기가 그지없다"며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오랫동안 힘주어 얘기했다. "언론은 뭐하는 거여" "이렇게 판판히 망하는데 그 길(대통령제로)로 계속 가자는 거여?"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방 안을 울렸다.
金大中 대통령 탄핵·하야는 반대
―金大中 대통령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民情(민정)비서관 등 청와대의 고위 참모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사법처리된 것은 初有(초유)의 일 아닙니까.
"왜 초유의 일이야. 전에는 안 뒤졌으니까 그렇지. 지금은 세상이 지난날보다 열려 있기 때문에, 손을 안 댈 수 없어 손을 대는 거지. 옛날에는 덮어두고 적당히 했으니까 몰랐지, 똑같은 짓을 되풀이해 왔어요. 사람의 잘못도 있지만 제도의 결함이오. (대통령중심제는) 우리한테는 맞지 않는 제도야. 삼권분립이라고 하지만 이 나라는 대통령이 되면 삼권을 다 혼자 쥐고 흔들어. 대통령 되려는 사람들의 인성이나 경륜, 그릇은 날이 갈수록 더 떨어지잖아."
―金大中 대통령의 두 아들이 곧 구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金 대통령이) 心痛(심통)이 많으실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어난 일은 법대로 다스려야 해요.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하자, 특검하자고 하는데 그건 반대야. 우리 검찰이 모처럼 아주 권위를 세워서 진상을 밝히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여기 맡겨야죠. 검찰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담벼락에 내 머리만 짓찧었어"
―金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책임진다고 金 대통령이 지금 물러나면 나라가 어떻게 됩니까. 미우나 고우나 내년 2월 25일까지는 있어야 해요. 그러니 안타깝지. 金大中 대통령만은 영예롭게 임기를 끝내고 나라의 원로가 됐으면 하고 협력했는데 그 기대가 다 무너졌어요. 이래서 대통령제를 무책임제라고 하는 거요."
―金 총재는 지금도 국민들에게 내각제 개헌을 호소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하고 있습니다. 헌법을 고치지 않고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미국서 따온 제도니까 미국식으로 삼권분립을 해야지. 입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하고, 사법부가 견제하는 기능이 정상화돼야죠. 그런데 우리는 대법원장이나 국회의장이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을 장식하는 요식적인 자리요. 우리 풍토에서는 삼권분립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잖아. 안 돼요."
―책임 총리제를 도입하거나, 장관의 임기를 미국처럼 대통령 임기와 함께하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법은 어떨까요.
"그것도 다 땜질이오. 내가 예언을 하나 하겠습니다. 대통령제로 가는 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임기 2년을 넘기면 세상이 또 시끄러워질 겁니다."
―金 총재는 '내각제 합의'를 大選 공약으로 제시하는 방법으로 金 대통령에게 고삐를 맸지만 실패했습니다. 다시 내각제 개헌의 틀을 짜낼 자신이 있습니까.
"金大中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거라는 허튼 믿음이 있었어요. 대통령이 약속을 깨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어. 담벼락에 대고 내 머리만 갖다 짓찧었지. 내 머리가 많이 상했어. 내 머리만 상한 게 아니고, 나하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나한테 갖은 욕을 하면서 떠났어요. 금년이나 내년에 내각책임제로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한국 대통령의 실패가 계속되니까, 도리없이 첫 출발점에 다시 서는 거지. 내각책임제를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 있게 점화 작용이라도 하겠다는 거지."
盧武鉉의 左傾, 李會昌의 狹量이 걱정
金 총재는 "보수적인 정책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기존의 정당을 뛰어넘어 헤쳐 모여 하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라며 "盧武鉉, 李會昌 외의 代案이 나온다면 모든 역량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한나라당과 자민련 두 보수정당이 연합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잘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金鍾泌(김종필·76) 자민련 총재가 변했다. 은유의 정치인에서 直說(직설)의 정치인으로. 그의 직설은 정치권과 세태를 향한 분노를 담고 있었다. 10만명의 굶주린 주민을 동원한 북한의 아리랑 공연, 동의대 사태 관련자들의 민주화 인정 결정을 얘기하면서 "天道是也非也 (천도시야비야·세상에 천도는 있는가)"라는 司馬遷(사마천)의 한탄을 인용하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모과차를 가져온 부인 朴榮玉(박영옥) 여사는 "바깥에서 고함소리만 들리더라"고 했다.
일요일인 지난 5월 12일 이른 아침 청구동 자택 응접실에서 金 총재를 만났다. 흰 티셔츠 차림의 건강한 모습이었다.
金 총재는 大選을 앞두고 있는 나라 걱정을 많이 했다.
민주당 盧武鉉(노무현) 후보의 '左傾(좌경)', 한나라당 李會昌(이회창) 후보의 狹量(협량)을 우려하면서 "어떻게 날이 갈수록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인성과 그릇이 형편없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盧 후보가 "나라라는 기준에서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며, 盧武鉉, 李會昌 후보 외에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요지로 말했다. "이제 후진들에게 물려주고 黃昏(황혼)을 붉게 물들일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대답했다.
이야기는 부패 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金大中(김대중) 대통령 얘기에서 시작됐다. 金 총재는 金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을 강하게 표시하면서, 탄핵과 下野(하야)에 반대했다.
―金 총재가 함께 출범시킨 金大中 정권이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채 끝나갑니다. 감회가 어떻습니까.
"세상 참 빠르구나 느끼죠. 金大中 대통령이 4년 전에 '내가 죽음의 고비를 몇 번 넘긴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면 아무 욕심이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좋은 정치를 남기고 가겠다'고 했어요. IMF 위기를 극복할 때만 해도 퍽 보람을 느꼈어요. 경제위기를 일단 수습하고, 집권 2년을 넘기니까 前任(전임) 대통령들과 똑같아졌어요. 우리 대통령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명예롭게 임기를 끝낸 사람이 없어.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거요."
그는 "우리 정치인이나 국민들이나 愚昧(우매)하기가 그지없다"며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오랫동안 힘주어 얘기했다. "언론은 뭐하는 거여" "이렇게 판판히 망하는데 그 길(대통령제로)로 계속 가자는 거여?"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방 안을 울렸다.
金大中 대통령 탄핵·하야는 반대
―金大中 대통령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民情(민정)비서관 등 청와대의 고위 참모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사법처리된 것은 初有(초유)의 일 아닙니까.
"왜 초유의 일이야. 전에는 안 뒤졌으니까 그렇지. 지금은 세상이 지난날보다 열려 있기 때문에, 손을 안 댈 수 없어 손을 대는 거지. 옛날에는 덮어두고 적당히 했으니까 몰랐지, 똑같은 짓을 되풀이해 왔어요. 사람의 잘못도 있지만 제도의 결함이오. (대통령중심제는) 우리한테는 맞지 않는 제도야. 삼권분립이라고 하지만 이 나라는 대통령이 되면 삼권을 다 혼자 쥐고 흔들어. 대통령 되려는 사람들의 인성이나 경륜, 그릇은 날이 갈수록 더 떨어지잖아."
―金大中 대통령의 두 아들이 곧 구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金 대통령이) 心痛(심통)이 많으실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어난 일은 법대로 다스려야 해요.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하자, 특검하자고 하는데 그건 반대야. 우리 검찰이 모처럼 아주 권위를 세워서 진상을 밝히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여기 맡겨야죠. 검찰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담벼락에 내 머리만 짓찧었어"
―金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책임진다고 金 대통령이 지금 물러나면 나라가 어떻게 됩니까. 미우나 고우나 내년 2월 25일까지는 있어야 해요. 그러니 안타깝지. 金大中 대통령만은 영예롭게 임기를 끝내고 나라의 원로가 됐으면 하고 협력했는데 그 기대가 다 무너졌어요. 이래서 대통령제를 무책임제라고 하는 거요."
―金 총재는 지금도 국민들에게 내각제 개헌을 호소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하고 있습니다. 헌법을 고치지 않고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미국서 따온 제도니까 미국식으로 삼권분립을 해야지. 입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하고, 사법부가 견제하는 기능이 정상화돼야죠. 그런데 우리는 대법원장이나 국회의장이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을 장식하는 요식적인 자리요. 우리 풍토에서는 삼권분립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잖아. 안 돼요."
―책임 총리제를 도입하거나, 장관의 임기를 미국처럼 대통령 임기와 함께하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법은 어떨까요.
"그것도 다 땜질이오. 내가 예언을 하나 하겠습니다. 대통령제로 가는 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임기 2년을 넘기면 세상이 또 시끄러워질 겁니다."
―金 총재는 '내각제 합의'를 大選 공약으로 제시하는 방법으로 金 대통령에게 고삐를 맸지만 실패했습니다. 다시 내각제 개헌의 틀을 짜낼 자신이 있습니까.
"金大中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거라는 허튼 믿음이 있었어요. 대통령이 약속을 깨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어. 담벼락에 대고 내 머리만 갖다 짓찧었지. 내 머리가 많이 상했어. 내 머리만 상한 게 아니고, 나하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나한테 갖은 욕을 하면서 떠났어요. 금년이나 내년에 내각책임제로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한국 대통령의 실패가 계속되니까, 도리없이 첫 출발점에 다시 서는 거지. 내각책임제를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 있게 점화 작용이라도 하겠다는 거지."
盧武鉉의 左傾, 李會昌의 狹量이 걱정
金 총재는 "보수적인 정책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기존의 정당을 뛰어넘어 헤쳐 모여 하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라며 "盧武鉉, 李會昌 외의 代案이 나온다면 모든 역량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한나라당과 자민련 두 보수정당이 연합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잘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이념적으로 雜居(잡거)하고 있어요. 보수연합의 토양이 안 돼 있는 거지. 이념과 정체성이 그나마 뚜렷한 게 자민련이오. 우리는 끝까지 변함없이 이 정부의 對北(대북)정책을 엄정하게 감시하고 견제하고, 잘하는 것은 협력할 거요."
―李會昌 후보는 민주당 盧 후보가 상당히 左(좌)로 기울어져 있어서, 자신이 '중도 좌파'로까지 움직여도 보수 표는 다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계산 아닐까요.
"거기도 옷을 더 벗어야 해. 李會昌이라는 후보를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100평이 넘는 빌라를 세 채나 빌려서 살고, 그 사실에 대해 국민을 속였어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아들들을 군에 하나도 안 보냈어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도와주겠다고, 공조하겠다고 약속하고, 말을 바꿔버렸어. 이런 사람인데, 保守(보수)가 뭘 믿고 李會昌으로 가요."
―金 총재가 하는 가장 험한 욕이 "고얀 사람"으로 압니다. 그 이상의 욕을 들은 정치인은 아마 李會昌씨가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私感(사감)으로 그러는 게 아니오. 며칠 전에 李會昌씨가 '소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해요. 表裏不同(표리부동-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야. 국회의원이 15명밖에 안 되지만 자민련도 수백만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오. 그랬다면 (2000년) 총선 끝나고 교섭단체를 만들어줬어야지.
그러겠다고 자기가 약속을 했잖아. 그걸 싹 깔아 뭉개 놓고, 소수의견을 존중하겠다니. 그런 狹量(협량-도량이 좁음)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리더십이 그런 게 아니오. 환경 미화원들하고 한 시간 어울리면 서민에 가까워지나요. 그런 쇼로는 안 돼요."
"난 아직 그 사람의 정체를 몰라요"
―우리 사회의 보수층들이 盧武鉉 후보에게 불안해하면서도, 李會昌 후보는 왠지 믿음이 안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代案이 될 후보를 만들 생각입니까.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밀어야지. 나보고 '만년 2인자'라고 하는데 나는 거기에 만족해. 할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줘요. 있는 역량을 다 가지고 도와야지."
―민주당 李仁濟(이인제) 의원과의 5월 3일 골프 모임에서 무슨 약속이 있었습니까.
"(자민련이) 공동정권까지 같이했던 상대고, 자신들이 보기에 기반에서부터 흔들려서는 곤란하지 않느냐, 가능한 방법이 있으면 협력하겠다는 얘기요."
―李仁濟 의원은 "狂氣(광기)가 민주당 경선을 지배했다"고 했습니다. 공감하십니까.
"광기인지 무슨 기인지는 몰라요. 異常(이상) 기류가 토네이도처럼 휘말려 왔던 것은 사실이고, 상상보다는 엄청난 결과가 나왔어요. 이 나라에 밑바닥에 감춰졌던 어두운 토네이도를 발견한 것만도 다행입니다. 그래서 이번 고비가 중요해요. 잘 느껴야 해요."
―盧 후보는 1997년 大選 당시 자신을 '중도 우파'라고 주장했던 金大中 후보와 달리, 좌파적인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습니다. 그는 1990년 전민련의 주한미군 철수 성명에 서명했고,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하자는 쪽입니다.
"난 아직 그 사람의 정체를 잘 몰라요. 모른다고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알아야지. 지금 12월에 있을 일을 떠들진 않을 거요. 지방선거 끝난 다음에 찾을 건 찾고, 따질 건 따지고, 때릴 건 때리고 할 거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은 모두 벌거벗고 국민들 앞에 서야 합니다. 어디에 흉이 있는지 드러내야 합니다. 정계에 오래 몸담은 내가 盧 후보를 모르는데 국민들이 그 사람을 알 턱이 있습니까. 언론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전국을 다니면서 떠드는 걸 받아 적을 게 아니라 검증을 해야 합니다."
―盧 후보의 이념 성향이 많이 불안합니까.
"그래도 맨주먹으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은 국민이에요. 그런 국민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이런저런 걱정스런 것이 없는 건 아니지만, 흔들리지 않아요."
―盧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은 과격한 이념 성향입니다. 盧 후보나 민주당이 요청하면 지난 大選 때처럼 민주당과 손을 잡고, 盧 후보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생각이 있습니까.
"아직 그런 생각이 없어요. 나는 지극히 냉정하게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뭐를 하려는 사람인지. 나라라는 기준에서 (盧 후보가) 위험하다 생각되면 무슨 일이든 할 겁니다. 그렇게 해왔고."
―李仁濟 고문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 도와줄 겁니까.
"그건 비약하는 가정인데, 본인이 거기서 (대통령 출마를) 그만둔다고 했어요. 다른 계기나 이유가 생길지 모르죠. 지방선거 치른 후에는 크고 작고 간에 그런 문제를 다룰 시기가 올 겁니다."
―보수적인 정책과 이념을 가진 사람을 당의 경계를 넘어서 규합하겠다는 게 金 총재의 목표입니까.
"헤쳐 모여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그 범주 안에서 고치려면 하나도 고쳐지지 않아요.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어요. 保革(보혁)이 분명히 나눠져서 정체성을 가지고, 이념을 바탕으로 정책 대결하는 정당 구조로 헤쳐 모여 해야지."
―대통령 출마는 안 할 생각입니까.
"나와 주장을 같이하는 후보가 있으면 협력하려고 합니다. 없으면 내가 직접 나설 겁니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략이 만만치 않습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의 고전이 예상되는데.
"우린 과욕 부리지 않습니다. 당선될 수 있는 데에 마땅한 후보를 내놓고 싸울 겁니다. 그 이상 과욕 부리지 않고. 지방선거에서 얻어지는 지지도 갖고 점점 넓혀가고, 2년 후 총선거에 임할 겁니다. 우리는 천지 사방에 (후보를) 진열하지는 않을 거요."
―충청권에서는 충북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류되죠.
"자민련 후보가 거기 도지사에 당선됩니다. 두고 보세요. 忠北(충북) 지역을 돌면서 '신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행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읽었어. 충청북도는 묘해요. 朱炳德(주병덕)이라는 사람을 당선시켜 놓았더니, 신한국당으로 갔어요. 李元鐘(이원종) 지사가 비슷한 일을 했어요. 크게 걱정 안 합니다."
"그 사람(최성홍 장관) 이상한 사람 아니오"
―崔成泓(최성홍)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월 1일 일본 야당 관계자들에게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침몰한 괴선박 인양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 이상한 사람 아니오. 외교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거겠죠.
"눈치는 무슨 눈치요. 북한은 얻을 것 얻으면 조그만 꼬투리만 있으면 싹 중단하는데 무슨 눈치를 봐. (괴선박 사건은) 우리가 뭐라고 할 얘기도 없고, 중국과 일본 사이의 일이오. 중국 EEZ(배타적 경제수역) 안이고. 일본도 조심조심 접근하고 있어요.
결국 인양할 거요. 북한 공작선이 분명한데 뚱딴지같이 어떻게 하라는 거야. '生而不如死(생이불여사·산 게 죽느니만 못하다)'라며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지금 중국의 외국공관에 뛰어들어서 살려달라고 애걸을 하잖아. 중국 공안이 치외법권 지역까지 들어가서 잡아내는데 그건 아무 말도 않고, 무슨 짓이오."
―북한의 경제와 사회체제가 사실상 붕괴했다는 현실 위에 '통일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자'는 민족주의적 감상이 덧붙여져 북한에 대한 경계, 안보의식이 흐트러진 것으로 보입니다.
"민족적 감정을 가질 수야 있지. 그렇지만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은 위험해요. 아직 멀었어요. 主敵(주적)이라는 걸 바꾸자는 정치인도 있어요. 평화時에도 假想(가상)의 적은 있는 거요. 그러니 군대를 갖고 있는 거지. 300만 명의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도, 굶주린 10만 명의 주민을 동원해서 스탈린주의 시대의 매스 게임을 하는 것 보면 무섭지 않아요? '북한은 위협이 아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북쪽과 짝짜꿍하는 사람들이나 하지. '북한이 근원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대단히 위험한 상대'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80%를 넘어요."
對北인식이 안이해 林東源을 잘랐다
金 총재는 공동정부 破棄(파기)를 무릅쓰고 林東源(임동원) 통일부 장관을 해임한 이유는 '林 장관의 안이한 對北인식'이라고 공개했다.
"林東源 장관은 안 되겠다, 국민이 너무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장관이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느냐. 이 사람은 '북쪽에서 집단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 게 남북화해 협력에 큰 진전이다'고 해석해. 거기 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여기 있어도 저기 동조하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북한에 몇백 번 가봐, 무슨 화해협력의 길이 열리나."
―정부 예산의 1%인 1조 원 정도를 매년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럴 여유가 있다면, 국민에게 물어보고 해야지. 우리의 능력 범위 안에서 최대한 도와주자는 것은 반대 안 합니다. 그런 정도지, 금강산 관광 가는 데, 아리랑 축전 가는 데 세금 보태 준다는 발상은 위험해. 우리 10代들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금강산에 가서 무얼 배우겠어요. 300만 명이 굶어 죽은 땅에 가서 관광한다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동포의 도리가 아니오."
―미국은 제네바 핵합의에 따라 북한에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합니다. 의회는 매년 지원된 중유가 군사용으로 전환되는지 검토하고, 예산지출을 승인합니다. 자민련이 낸 對北지원 제한법이 왜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한나라당하고 민주당한테 물어야지. 우리가 준 돈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제도를 (북한에) 강요해라, 그래서 법안을 내놓았는데 두 黨이 안 해. 우리가 돈을 주면 굶주린 국민들의 배를 채워 주지 않고, 戰力(전력) 강화에만 쓰는 게 분명해요. 그 사람들 기본적인 사상이 '총구에서 힘이 나온다' 아니오?"
자민련은 '민주화 보상 위원회法' 제정을 반대했다
―최근 국민들을 혼돈에 빠뜨린 사건이 경찰관 7명을 燒死(소사)하게 만든 동의大 사태 관련자들을 '민주화 관련자'로 인정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민련은 이 법 통과에 반대했어요. 그런 위원회가 어떻게 정부기관이 될 수 있어요. 兩黨에 혼재하고 있는 이상스러운 세력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요."
―자민련은 반대했습니까.
"반대했지. 그걸 어떻게 찬성합니까. 동의大 사태는 학내문제로 일어났어요. 경찰을 잡아 놓고, 그러고선 경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나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서 불을 질렀잖아요. 이게 어떻게 민주화 유공자입니까. 그게 무슨 짓들입니까.
월남에 갔던 용사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나를 찾아와 '말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우리는 통일 방해한 역적이고, 교내질서를 도와주기 위해 들어간 경찰을 불질러 죽인 사람들은 민주화 유공자냐. 무슨 나라가 이러냐'고 난리를 쳤어요.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언론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신문 귀퉁이에 조그맣게들 실었더구만."
―金大中 정부를 친북 左派라고 보십니까.
"左派로 기울어졌다고는 보지 않아요. 원래 기본적인 성향에다가 末期(말기)에 오니까 혼돈스러운 상태로 번지고 있어요. 내가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金 대통령이 그동안 접촉해 보니까 공산주의자는 아니더라, 다만 나보다 훨씬 진보주의자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건 확인한다. 내가 옆에 있으면 괜찮다.
내가 옆에 있을 때는 괜찮았어. 내가 나온 뒤에야 마음대로 흔들었지. 그런 걱정스러운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었구나, 국민들이 알게 됐어. 의당히 이겨 넘어가야 할 과정에 부딪친 거야. 어떻게 넘겨야 하느냐, 슬기가 나올 거요."
―"황혼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고 했는데, 후진들에게 맡기고 물러나실 생각은.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하루 만물을 숨 쉬게 해주고, 저녁 때 오늘 나의 일은 끝났구나 하고서 벌겋게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 다 자거라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 그 태양이 얼마나 좋아. 그래서 한 말이지."●
―李會昌 후보는 민주당 盧 후보가 상당히 左(좌)로 기울어져 있어서, 자신이 '중도 좌파'로까지 움직여도 보수 표는 다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계산 아닐까요.
"거기도 옷을 더 벗어야 해. 李會昌이라는 후보를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100평이 넘는 빌라를 세 채나 빌려서 살고, 그 사실에 대해 국민을 속였어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아들들을 군에 하나도 안 보냈어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도와주겠다고, 공조하겠다고 약속하고, 말을 바꿔버렸어. 이런 사람인데, 保守(보수)가 뭘 믿고 李會昌으로 가요."
―金 총재가 하는 가장 험한 욕이 "고얀 사람"으로 압니다. 그 이상의 욕을 들은 정치인은 아마 李會昌씨가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私感(사감)으로 그러는 게 아니오. 며칠 전에 李會昌씨가 '소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해요. 表裏不同(표리부동-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야. 국회의원이 15명밖에 안 되지만 자민련도 수백만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오. 그랬다면 (2000년) 총선 끝나고 교섭단체를 만들어줬어야지.
그러겠다고 자기가 약속을 했잖아. 그걸 싹 깔아 뭉개 놓고, 소수의견을 존중하겠다니. 그런 狹量(협량-도량이 좁음)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리더십이 그런 게 아니오. 환경 미화원들하고 한 시간 어울리면 서민에 가까워지나요. 그런 쇼로는 안 돼요."
"난 아직 그 사람의 정체를 몰라요"
―우리 사회의 보수층들이 盧武鉉 후보에게 불안해하면서도, 李會昌 후보는 왠지 믿음이 안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代案이 될 후보를 만들 생각입니까.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밀어야지. 나보고 '만년 2인자'라고 하는데 나는 거기에 만족해. 할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줘요. 있는 역량을 다 가지고 도와야지."
―민주당 李仁濟(이인제) 의원과의 5월 3일 골프 모임에서 무슨 약속이 있었습니까.
"(자민련이) 공동정권까지 같이했던 상대고, 자신들이 보기에 기반에서부터 흔들려서는 곤란하지 않느냐, 가능한 방법이 있으면 협력하겠다는 얘기요."
―李仁濟 의원은 "狂氣(광기)가 민주당 경선을 지배했다"고 했습니다. 공감하십니까.
"광기인지 무슨 기인지는 몰라요. 異常(이상) 기류가 토네이도처럼 휘말려 왔던 것은 사실이고, 상상보다는 엄청난 결과가 나왔어요. 이 나라에 밑바닥에 감춰졌던 어두운 토네이도를 발견한 것만도 다행입니다. 그래서 이번 고비가 중요해요. 잘 느껴야 해요."
―盧 후보는 1997년 大選 당시 자신을 '중도 우파'라고 주장했던 金大中 후보와 달리, 좌파적인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습니다. 그는 1990년 전민련의 주한미군 철수 성명에 서명했고,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하자는 쪽입니다.
"난 아직 그 사람의 정체를 잘 몰라요. 모른다고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알아야지. 지금 12월에 있을 일을 떠들진 않을 거요. 지방선거 끝난 다음에 찾을 건 찾고, 따질 건 따지고, 때릴 건 때리고 할 거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은 모두 벌거벗고 국민들 앞에 서야 합니다. 어디에 흉이 있는지 드러내야 합니다. 정계에 오래 몸담은 내가 盧 후보를 모르는데 국민들이 그 사람을 알 턱이 있습니까. 언론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전국을 다니면서 떠드는 걸 받아 적을 게 아니라 검증을 해야 합니다."
―盧 후보의 이념 성향이 많이 불안합니까.
"그래도 맨주먹으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은 국민이에요. 그런 국민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이런저런 걱정스런 것이 없는 건 아니지만, 흔들리지 않아요."
―盧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은 과격한 이념 성향입니다. 盧 후보나 민주당이 요청하면 지난 大選 때처럼 민주당과 손을 잡고, 盧 후보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생각이 있습니까.
"아직 그런 생각이 없어요. 나는 지극히 냉정하게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뭐를 하려는 사람인지. 나라라는 기준에서 (盧 후보가) 위험하다 생각되면 무슨 일이든 할 겁니다. 그렇게 해왔고."
―李仁濟 고문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 도와줄 겁니까.
"그건 비약하는 가정인데, 본인이 거기서 (대통령 출마를) 그만둔다고 했어요. 다른 계기나 이유가 생길지 모르죠. 지방선거 치른 후에는 크고 작고 간에 그런 문제를 다룰 시기가 올 겁니다."
―보수적인 정책과 이념을 가진 사람을 당의 경계를 넘어서 규합하겠다는 게 金 총재의 목표입니까.
"헤쳐 모여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그 범주 안에서 고치려면 하나도 고쳐지지 않아요.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어요. 保革(보혁)이 분명히 나눠져서 정체성을 가지고, 이념을 바탕으로 정책 대결하는 정당 구조로 헤쳐 모여 해야지."
―대통령 출마는 안 할 생각입니까.
"나와 주장을 같이하는 후보가 있으면 협력하려고 합니다. 없으면 내가 직접 나설 겁니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략이 만만치 않습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의 고전이 예상되는데.
"우린 과욕 부리지 않습니다. 당선될 수 있는 데에 마땅한 후보를 내놓고 싸울 겁니다. 그 이상 과욕 부리지 않고. 지방선거에서 얻어지는 지지도 갖고 점점 넓혀가고, 2년 후 총선거에 임할 겁니다. 우리는 천지 사방에 (후보를) 진열하지는 않을 거요."
―충청권에서는 충북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류되죠.
"자민련 후보가 거기 도지사에 당선됩니다. 두고 보세요. 忠北(충북) 지역을 돌면서 '신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행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읽었어. 충청북도는 묘해요. 朱炳德(주병덕)이라는 사람을 당선시켜 놓았더니, 신한국당으로 갔어요. 李元鐘(이원종) 지사가 비슷한 일을 했어요. 크게 걱정 안 합니다."
"그 사람(최성홍 장관) 이상한 사람 아니오"
―崔成泓(최성홍)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월 1일 일본 야당 관계자들에게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침몰한 괴선박 인양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 이상한 사람 아니오. 외교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거겠죠.
"눈치는 무슨 눈치요. 북한은 얻을 것 얻으면 조그만 꼬투리만 있으면 싹 중단하는데 무슨 눈치를 봐. (괴선박 사건은) 우리가 뭐라고 할 얘기도 없고, 중국과 일본 사이의 일이오. 중국 EEZ(배타적 경제수역) 안이고. 일본도 조심조심 접근하고 있어요.
결국 인양할 거요. 북한 공작선이 분명한데 뚱딴지같이 어떻게 하라는 거야. '生而不如死(생이불여사·산 게 죽느니만 못하다)'라며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지금 중국의 외국공관에 뛰어들어서 살려달라고 애걸을 하잖아. 중국 공안이 치외법권 지역까지 들어가서 잡아내는데 그건 아무 말도 않고, 무슨 짓이오."
―북한의 경제와 사회체제가 사실상 붕괴했다는 현실 위에 '통일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자'는 민족주의적 감상이 덧붙여져 북한에 대한 경계, 안보의식이 흐트러진 것으로 보입니다.
"민족적 감정을 가질 수야 있지. 그렇지만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은 위험해요. 아직 멀었어요. 主敵(주적)이라는 걸 바꾸자는 정치인도 있어요. 평화時에도 假想(가상)의 적은 있는 거요. 그러니 군대를 갖고 있는 거지. 300만 명의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도, 굶주린 10만 명의 주민을 동원해서 스탈린주의 시대의 매스 게임을 하는 것 보면 무섭지 않아요? '북한은 위협이 아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북쪽과 짝짜꿍하는 사람들이나 하지. '북한이 근원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대단히 위험한 상대'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80%를 넘어요."
對北인식이 안이해 林東源을 잘랐다
金 총재는 공동정부 破棄(파기)를 무릅쓰고 林東源(임동원) 통일부 장관을 해임한 이유는 '林 장관의 안이한 對北인식'이라고 공개했다.
"林東源 장관은 안 되겠다, 국민이 너무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장관이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느냐. 이 사람은 '북쪽에서 집단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 게 남북화해 협력에 큰 진전이다'고 해석해. 거기 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여기 있어도 저기 동조하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북한에 몇백 번 가봐, 무슨 화해협력의 길이 열리나."
―정부 예산의 1%인 1조 원 정도를 매년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럴 여유가 있다면, 국민에게 물어보고 해야지. 우리의 능력 범위 안에서 최대한 도와주자는 것은 반대 안 합니다. 그런 정도지, 금강산 관광 가는 데, 아리랑 축전 가는 데 세금 보태 준다는 발상은 위험해. 우리 10代들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금강산에 가서 무얼 배우겠어요. 300만 명이 굶어 죽은 땅에 가서 관광한다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동포의 도리가 아니오."
―미국은 제네바 핵합의에 따라 북한에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합니다. 의회는 매년 지원된 중유가 군사용으로 전환되는지 검토하고, 예산지출을 승인합니다. 자민련이 낸 對北지원 제한법이 왜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한나라당하고 민주당한테 물어야지. 우리가 준 돈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제도를 (북한에) 강요해라, 그래서 법안을 내놓았는데 두 黨이 안 해. 우리가 돈을 주면 굶주린 국민들의 배를 채워 주지 않고, 戰力(전력) 강화에만 쓰는 게 분명해요. 그 사람들 기본적인 사상이 '총구에서 힘이 나온다' 아니오?"
자민련은 '민주화 보상 위원회法' 제정을 반대했다
―최근 국민들을 혼돈에 빠뜨린 사건이 경찰관 7명을 燒死(소사)하게 만든 동의大 사태 관련자들을 '민주화 관련자'로 인정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민련은 이 법 통과에 반대했어요. 그런 위원회가 어떻게 정부기관이 될 수 있어요. 兩黨에 혼재하고 있는 이상스러운 세력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요."
―자민련은 반대했습니까.
"반대했지. 그걸 어떻게 찬성합니까. 동의大 사태는 학내문제로 일어났어요. 경찰을 잡아 놓고, 그러고선 경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나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서 불을 질렀잖아요. 이게 어떻게 민주화 유공자입니까. 그게 무슨 짓들입니까.
월남에 갔던 용사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나를 찾아와 '말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우리는 통일 방해한 역적이고, 교내질서를 도와주기 위해 들어간 경찰을 불질러 죽인 사람들은 민주화 유공자냐. 무슨 나라가 이러냐'고 난리를 쳤어요.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언론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신문 귀퉁이에 조그맣게들 실었더구만."
―金大中 정부를 친북 左派라고 보십니까.
"左派로 기울어졌다고는 보지 않아요. 원래 기본적인 성향에다가 末期(말기)에 오니까 혼돈스러운 상태로 번지고 있어요. 내가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金 대통령이 그동안 접촉해 보니까 공산주의자는 아니더라, 다만 나보다 훨씬 진보주의자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건 확인한다. 내가 옆에 있으면 괜찮다.
내가 옆에 있을 때는 괜찮았어. 내가 나온 뒤에야 마음대로 흔들었지. 그런 걱정스러운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었구나, 국민들이 알게 됐어. 의당히 이겨 넘어가야 할 과정에 부딪친 거야. 어떻게 넘겨야 하느냐, 슬기가 나올 거요."
―"황혼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고 했는데, 후진들에게 맡기고 물러나실 생각은.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하루 만물을 숨 쉬게 해주고, 저녁 때 오늘 나의 일은 끝났구나 하고서 벌겋게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 다 자거라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 그 태양이 얼마나 좋아. 그래서 한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