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 6·13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이 일고 있다. 보수 양당은 대표들의 동반 사퇴 후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리더십 선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통한 외부 인재 영입 등 차기 지도부 구성을 고민 중이다. 당 자체를 해체하자는 얘기도 들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존폐 기로에 섰지만, 바른미래당 역시 난관에 봉착했다.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3등에 머물렀고, 당은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1석도 건지지 못했다. 모호한 당 정체성과 인물난이 패인(敗因)으로 꼽힌다.

당 안팎에서는 바른미래당의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유인태 전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는 인사 개혁을 쇄신의 첫 단계로 보고 있다. 기존 인물들부터 퇴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유인태 전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문수, 이인제, 김태호 등 (한국당) 올드보이들은 그래도 최소한 체면은 살렸다”며 “그러나 안철수는 이번 선거의 최대 패자로 급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한때 ‘안철수 현상’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과 맞지 않는 정치라는 뻘밭에 발을 잘못 디뎠다”며 “안철수 후보는 (정치권을 떠나) 자기 본업으로 가는 게 맞다. 여기(정치)가 자기하고 안 맞는 곳”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자기 세력 부재’를 안 전 후보의 정치적 패인으로 봤다. 그는 “정치를 하려면 노사모·박사모처럼 자기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봐라. 그간 멘토 등 주변 세력이 모두 떠나가지 않았느냐”며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고 소임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당 자체를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사실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보다 더 참패한 곳은 미래당”이라며 “정당 득표율에서 정의당에도 졌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정치사적으로 기호 3번 중도 정당은 생존 자체가 어렵다”며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시각에서 유승민 대표 등과 상당한 격차가 노출되는 등 정체성 혼란이 심한 데다, 당내 화합도 안 됐다”고 지적했다.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도 당 쇄신에 한마디를 보탰다. 유 의원은 16일 자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언제쯤 보수가 재기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총선 전에 보수가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승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 출발은 결국 사람이라고 본다. 18·19·20대 세 번의 총선에서 보수 공천이 제대로 안 됐다”며 “지금 미래당·한국당 사람들을 쭉 봐라. ‘이 인적 구성을 갖고 새로운 보수를 할 수 있겠느냐’란 건 굉장히 현실적 질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없다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문을 열어 놓고 우리가 도와주거나 최소한 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