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6.12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의를 마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지원보다 체제 보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합의했지만 그 보상으로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북한은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측은 "김정은의 신원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은 밝혔지만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하면 경제적 지원이 뒤따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 22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은 행복할 것입니다. 그의 나라는 부자가 될 것입니다. 그의 나라는 열심히 일하고 매우 번영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 지원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체제 보장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로동신문>은 27일 “미국이 운운하는 경제적 지원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그에 티끌만 한 기대도 걸어본 적이 없다”며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없이도 앞으로도 얼마든지 우리의 힘과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잘살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계관 제1부상 역시 지난 16일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 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 후 가진 27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이란 전문가들의 입장이 다양하지만, 종합적으로는 종전선언과 테러지원국 해제, 군사적 적대행위 종식, 미북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 등 '김정은 정권'을 적대국이 아닌 외교적 파트너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북 합의가 폐기될 가능성에 대해 보장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확실한 체제 보장 방안을 통해 정권의 안정을 보장받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공산당 독재 체제를 유지해 안정을 지속하면서 서서히 개방에 나서려는 계획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의지나 명확한 입장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김 위원장의 신변을 지켜주겠다는 소극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곧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보다는 경제 지원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으로 분석된다.
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이 CVID를 수용할 경우 같은 방식의 체제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어 협상의 여지는 남겨놓은 상태다.
한 외교가 관계자는 "북한이 그동안 적지않은 거짓말을 해온 만큼 미국 워싱턴 정가에는 체제 보장을 먼저 해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미북정상회담은 이 같은 입장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경제 지원을 바란다는 외부의 인식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었다"며 "이를 먼저 해결하면 신뢰 회복 및 회담 성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