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5월 17일 문산역을 출발한 남북열차가 도라산역을 지나자 축하 풍선이 터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논의될 주된 의제가 철도·도로 연결 등 경협(經協)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사업에 투입될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자 《문화일보》는 “양측 대표단이 이전 계획대로 참석한다면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관련 의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과 북한의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참석한다는 전제하에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내세우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바 있다.
《월간조선》(2018년 6월호)은 이명박(MB) 정부 통일부가 작성한 ‘10·4선언 평가 및 전망’이란 비공개 문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2007년 합의한 10·4선언의 타당성을,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 10·4선언과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10·4선언에 담긴 각종 경협 사업을 문재인 정부가 거의 그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10·4선언 이행에 따른 비용을 총 14조 3000억 원으로 추산했었다. MB 정부 통일부는 외부 용역을 통해 소요되는 비용이 총 16조 850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건은 10·4선언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루면서도 “북핵 상황, 정권 교체기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치 않고 추진(했다)”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대규모 경협사업을 합의, ‘퍼주기’ 비판 초래(했다)”라면서 그 근거로 ‘철도·도로 개보수’를 들었다.
문건은 '철도·도로 개보수'에 8조 2356억 원이 소요된다고 예측했다(2008년 8월 기준). 문건에 기재된 사업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철도·도로 개보수'가 논의(또는 확정)된다면 10년 전인 8조 2356억 원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문건 작성에 깊숙이 관여했던 전직 통일부 관계자 A씨는 《월간조선》과의 만남에서 “2018년 기준으로 다시 추산하면 최소 30조~40조 원(총 사업비 기준)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연구소 관계자 B씨는 “70조~80조 원(총 사업비 기준)이 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