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취소 결정 배경으로 북한의 회담 준비 미흡과 함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적대적 언사가 꼽힌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은 미북회담 결렬의 표면상 이유로 최 부상의 과격 발언을 지목했다.

로이터는 백악관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 "최 부상의 담화가 '인내의 한계'였다"고 전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최선희가 담화문에서 '미국에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회담이 취소됐다"며 "최선희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정치적 얼뜨기'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앞서 최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 정부에 대한 공격적 언사와 조롱을 쏟아냈다.

최 부상은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겨냥,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펜스 부통령)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난했다.

최 부상은 1964년 북한에서 출생, 최고 엘리트 가문인 최용림 북 내각 총리 집안의 양녀로 입양됐다. 중국과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공부한 뒤 수준급의 영어, 중국어 실력을 인정받아 외무성에서 통역을 담당했다. 외무성에서 연구원, 미국국 국장을 역임하고 마침내 부상 자리에까지 올랐다. 2003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개최된 6자회담 등에서는 베일에 가려진 북한의 외교 실세로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미국국 국장 시절 북한의 대미 외교 책임자로서 나름의 성과를 거둬 출세가도를 열었다.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영어 통역을 담당하는 등 권력의 측근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김정은의 특별한 신임을 받아 북한의 외교 엘리트로 승승장구했던 최 부상도 순간의 경솔한 언사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대사를 그르친 셈이다. 이것이 북한 수뇌부와 사전에 협의한 '고도의 계획적 포석' 혹은 '벼랑 끝 전술의 일환'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결과는 북한을 더 궁지로 몰게 됐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