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 의혹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나? : 월간조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뒷조사했다는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된 최종흡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김대중(DJ) 비자금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자 《문화일보》는 “(최종흡 전 차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계좌에 13억여 달러가 분산 예치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최 전 차장은 검찰에서 “미국 본토에 김 전 대통령 친지와 측근 등 명의로 13억 5000만 달러(약 1조 4600억여 원)가 분산 예치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대북송금 등 실체 파악에 나섰던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해외 자산은 미국 동부 지역 은행에 6억여 달러, 서부 지역 은행에 7억여 달러가 분산 예치돼 있었다는 요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일부가 북한과의 협력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었다는 첩보에 따라 국정원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는 게 최 전 차장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내부망에 이러한 내용의 전문(電文) 보고가 거듭 올라오자 최 전 차장은 원세훈 국정원장(구속)에게 보고해 재가를 받은 뒤, 수개월간 추적에 나섰다고도 한다.

신문은 “검찰 관계자는 당시 검찰이 별도로 비자금 진실 여부 조사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정원이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파고들었지만, 내부적으로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합당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국정원 직원이 수사 과정에서 둘러댄 얘기에 대해 코멘트할 가치가 없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문화일보》는 덧붙였다.

그동안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2월 한 일간지가 보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100억 원 양도성 예금증서(CD)' 의혹이다.

당시 《경향신문》은 “2008년 10월 국회에서 불거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100억 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 전 대통령이 100억 원짜리 CD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보한 이가 박주원씨(현 바른미래당 안산시장 후보)라는 것이다.

보도가 나온 지 며칠 후 박씨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사건 관련 자료를 주성영 의원에게 제보했다고 시인했다. 검찰 수사관으로 재직했던 박씨는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 내사 당시 관련 자료를 입수했으며,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해당 자료가 김 전 대통령의 측근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 현대 비자금 사건을 내사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수표가 입수됐다"고 말했다. 주 의원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분에게도 드렸다"고 했다. 박씨는 다만 "(당시) DJ 비자금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측근들이 받은 거라서, 표현상 많은 분이 그렇게 이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주성영 의원은 이 제보를 토대로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고, 김 전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주 의원을 고소했다. 이듬해 2월 대검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100억 원짜리 CD는 김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냈고, 2010년 9월 주 의원은 벌금 300만 원 형이 확정됐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