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입맛을 수십 년째 사로잡고 있는 간식들은 무엇일까? 다른 제품들은 왜 그 브랜드와 특수성에 오랜 기간 고전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이 사랑한 간식, 즉 과자와 라면은 확고부동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그 경이로운 기록을 깨뜨린 경쟁 제품들은 없었다. 주인공은 신라면, 육개장 사발면, 새우깡, 꼬깔콘이다.

1. 한국인의 얼큰한 맛 신라면

라면 업계의 강자는 역시 농심이었다. 봉지라면은 신라면이, 컵라면은 육개장 사발면이 효자상품이었다. 신라면은 1986년 10월 첫 출시돼 1991년 판매고 1위를 달성, 30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왕좌를 내주지 않았다.

신라면은 신춘호 농심 회장이 직접 개발, 품명, 광고까지 컨트롤해 만든 제품으로 매운 라면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사나이 울리는'이라는 광고 멘트도 신 회장이 창작한 것이라고 한다.

인기에 힘입은 신라면은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사상 최초로 누적매출 10조 원 이상을 달성했다. 2016년까지 누적판매 290억 개, 누적매출 11조3000억 원에 도달했다. 현재 신라면의 국내 매출액은 전체 라면 시장의 4분의 1에 달한다.

2. 아담한 진미(眞味) 육개장 사발면

컵라면의 최고봉은 육개장 사발면으로 지금까지 '큰 컵' '특 컵' 등이 나왔지만, 미니멀한 사이즈의 제품이 더 많은 인기를 꾸준히 받고 있다.

1982년 첫 출시 이후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발면은 얇으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 일품이다. 여기에 쇠고기맛 국물에 식감 좋은 맛살은 라면의 깊이를 더한다.

전통적인 디자인도 흥행에 한몫했다. 사발 모양의 국그릇 용기는 육개장을 비롯해 국밥류 음식들을 연상시킨다. 당초 농심 사발면으로 출시됐다가 알싸한 맛을 즐겨 찾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육개장 맛을 추가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고 한다.

3. 국민 간식, 국민 안주 새우깡

아직 스낵 계열에서는 역사상 부동의 1위는 없었다. 다만 롯데의 꼬깔콘, 오리온의 포카칩, 농심의 새우깡이 이른바 '삼국정립(三國鼎立)'을 이루어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공통점은 모두 출시된 지 오래된 전통 과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좋아한다'는 슬로건으로 친숙함을 살린 새우깡은 짭짤한 맛에 고소함을 곁들여 한국인의 대표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요즘 같은 봄, 여름철엔 가벼운 소주, 맥주 안주로도 찾는 손님들이 많아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1971년 출시된 새우깡은 작년 786억 원 매출을 달성해 과자업계 중 2위를 차지했다. 2016년 3위에서 2017년 2위로 도약하는 성장세를 이룬 것이다.

4. '손에 쏙' '맛도 쏙' 고소한 풍미의 꼬깔콘

작년 901억 원 매출을 달성한 꼬깔콘은 재작년 포카칩의 오름세를 뛰어넘고 1위에 등극한 후 2년 연속 업계 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고깔 모양의 튀김 과자인 꼬깔콘은 1965년 출시된 미국 제품과 기술 제휴를 거쳐 만든 제품이다. 오리지널 제품과 맛과 모양이 같아 이국적인 풍미로 1980년대 고도성장기 한국인의 입맛을 매료시켰다. 덕분에 첫 출시 이후 작년까지 누적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를 각 제품으로 환산하면 약 26억 봉지에 달할 정도다.

꼬깔콘은 자극적이지 않게 고소한 맛을 안정적으로 구현해 낸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제품 모양도 앙증맞게 유지해 어린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다섯 손가락에 끼워 장난치며 먹었던 기억은 어른들에게도 남아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