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평가 전문가 간담회'가 자유한국당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무성), 외교통일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전 외교통상부 차관),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원(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전 국립외교원장)가 연사로 나섰다.
"北, 기존 입장 바뀌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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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원장은 판문점 선언문 3장 4절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대목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입장이 반영됐으나 이를 실현해야 할 주체를 북한 혼자가 아닌 남과 북으로 명시하고 비핵화를 남북 공동의 목표로 적시한 것은 북한의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거의 수명이 다한) 핵실험 폐기 조치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고,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의미였다.
"김정은, 정상회담서 하나 얻고 하나 잃어"
김 원장은 또 판문점 선언문의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문구에 대해선 “한반도 비핵화가 주한미군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보는 북한의 입장에선 이 조항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시각을 보였다.
그 근거로 2016년 7월 북한 정권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을 들었다. 김정은은 또 지난 4월 21일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핵 실험장 폐기를 선언할 때, “핵무기가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러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 없게 됐다”고 주장했었다. 이 역시 북한만 일방적으로 핵을 폐기할 수 없으며 이미 핵보유국 지위에 올라선 북한과 미국이 함께 핵을 포기하든가 조금씩 핵을 폐기하자는 핵 군축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김 원장은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었다”면서 “유사시 미북관계에 한국이 북한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반면,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속마음을 미국에 읽혀 미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을 한층 촘촘하게 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일괄타결이 이뤄지더라도 이행 과정에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김성한 원장은 “우리 정부가 진정한 남북협력시대를 열고 싶다면 이러한 파국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핵문제가 미북 간의 양자 문제인 것으로 간주하고 ‘중재외교’를 할 게 아니라 북핵과 미사일이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란 주인의식을 가지고 철저한 한미공조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판문점 선언, 10.4선언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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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연구원은 “김정은이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선포한 소위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4.27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또 “판문점 선언의 교류 및 경협 관련 사항들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그의 발제문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단계적 군축, 우리의 안보 해치는 결과 초래할 수도"
<북한은 판문점 선언의 '각계 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 활성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경의선 도로와 철도의 연결'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등 합의사항을 경제 제재는 물론 북한의 재외공관 축소 및 외교관계 단절까지 초래한 국제적 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임.
▲특히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향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음. ▲냉엄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교류협력 사안은 인도주의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임. ▲아울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과 송환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정상회담 전부터 3명의 미국인 석방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과 대비됨.>
▲특히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향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음. ▲냉엄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교류협력 사안은 인도주의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임. ▲아울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과 송환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정상회담 전부터 3명의 미국인 석방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과 대비됨.>
전 연구원은 “재래식 무력 분야에서의 불가침과 신뢰 구축 및 단계적 군축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오히려 대한민국의 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재래식 군축을 주장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재래식 군대 유지에 소요되었던 인적 물적 자원을 경제 건설로 돌리기 위한 포석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매개로 향후 북한이 남북 간의 대규모 병력 감축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북한은 한국의 질적으로 우수한 무기체계를 감축시키기 위해 전차, 전투기, 함선, 야포 등 주요 무기체계별로 1:1 감축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 연구원은 강조했다.
"한미동맹 이간시킬 수 있는 발판"
전성훈 연구원도 판문점 선언문에 담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전 연구원은 “남북한의 다양한 합의사항을 열거한 후 마지막에 한반도 비핵화를 추상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북한은 핵문제는 미북 간 논의사항이라는 입장을 관철시켰고 향후 미북정상회담 실패 시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며 한미동맹을 이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판문점 선언에 담긴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미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대목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중대한 조치'가 4월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의 내용 가운데 핵과 미사일 시험 중지 및 핵시험장 폐기를 의미한다면 이는 현실인식의 중대한 오류”라고 단언했다.
北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도 경계해야
구체적으로 ▲북한이 이미 실행한 6차례의 핵실험은 인도와 파키스탄에 비춰볼 때 핵탄두를 개발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횟수이고 ▲장거리 미사일은 북한이 ‘위성발사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주장한다면 언제든 재개 가능하고 ▲(북한이 폐쇄했다고 주장하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이미 중국의 2개 지질학 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사용불가 판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전 연구원은 “판문점 선언의 ‘각자 자기 책임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한 부분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북한은 이를 근거로 조선반도 비핵화 지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기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연구원은 정부가 견지해야 할 시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와 구성 요건에 대해 북한과 의견을 나눈 사항들을 가감없이 국민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비핵화를 둘러싼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뜻하고 비핵화 대신 북핵 폐기 용어를 통일하기로 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며 북한의 한미동맹 이간 전술에도 대비해야 한다.>
"실패에 따른 플랜B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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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앞으로 진행될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先비핵화, 後평화협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평화협정과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분리해서 분리접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회담 실패에 따른 플랜B도 필요하다”며 “실패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윤덕민 교수는 10.4선언에 따른 대북지원 재개 시 약 14조 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잔인한 독재자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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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의 생사존망이 걸린 비핵화라는 중대한 과제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떠넘김으로써 대한민국의 운명이 트럼프와 김정은에 의해 결정되도록 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와 관련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아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에 의해 연출된 선전선동(매력) 공세 때문에 아직 북한 비핵화는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에서 많은 우리 국민이 평화가 정착된 것 같은 분위기에 취해 안보의식이 무장해제 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호전적 태도와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무참히 살해한 잔인한 독재자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24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지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