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 손에 달렸나 : 월간조선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평화협정과 비핵화 관련 구체적 방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의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과 선언의 결과에 대해 북한이 직접 협상에 참여했으며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섣부른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결국 북미정상회담 결과와 중국 측의 대응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반응은 "협상 주체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한반도 문제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교착상태에 빠지곤 했지만, 이번에는 남북 당사자가 협상 테이블에서 독대한 것이다.
외신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선언은 기대 이상의 결과"라며 "전문가들의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내놨다.
NBC는 “이번 만남은 가장 위험한 세계의 화약고에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CNN ‘남북이 한국전쟁을 끝내기로 했다’는 헤드라인을 걸고 “새 역사가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SNS에서 "한국전쟁은 끝났다"고 밝혔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역시 “김정은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밝혔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의 내용이 과거 선언과 큰 차이가 없고 선언 내용이 잘 지켜진 적이 없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27일 자 칼럼에서 남북 회담을 두고 “감동적이지만, 나 역시 비관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이 2000년에도, 2007년에도 평화 문서에 사인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며 “2012년엔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키로 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미사일을 쐈다”고 지적했다.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문구를 넣었으나 최근의 움직임을 볼 땐 큰 놀라움이 없다”며 “이번 공동 선언의 내용은 과거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 역시 "회담을 통해 남북 간에 한반도에서 더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는 뚜렷한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같은 시각을 가졌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대한 대가로 경제 원조와 에너지 지원을 받으면서 핵무기를 계속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지도 아직 확인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SNS를 통해 중국을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여러분은 나의 좋은 친구인 중국 시 주석이 미국에 해준 중차대한 도움, 특히 북한 국경선에서 보여준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없었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이) 시간도 굉장히 더 많이 걸리고, 아주 더 험한 길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북 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행보가 향후 비핵화 협상의 막후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 “북한이 과감한 행보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정치·경제적인 지원을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향후에도 중국의 관여 없이 남북, 미북 협상이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