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명예훼손으로 현명관 전 마사회장의 부인 전영해씨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 의원은 현명관 전 마사회장의 부인이 '최순실 3인방'이라고 주장했는데,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 같은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 측은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의혹제기에 대해 법적인 해석이 속속 나오고 있어 억울한 피해자를 대거 양산한 국정농단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최희준 부장판사)는 25일 현명관 전 마사회장의 부인 전영해씨가 김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 의원은 전씨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김 의원은 2016년 11월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긴급현안 질문에서 전씨가 '최순실 3인방' 중 1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후 라디오 등에서 '전씨가 최씨와 같은 호텔 스포츠센터에 다녔다' '마사회 홍보실장이 전씨 딸의 승마 지도를 도와준 대가로 서울본부장으로 특혜 승진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전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 의원을 상대로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영해씨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며 소송비용 일부도 김 의원이 부담한다.
김현권 의원은 2016년 11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 중 전씨에 대한 내용이 다수 언급돼 있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전씨가 마사회 인사에까지 개입하고 있다" "최순실 측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에서 "(전씨는) 최순실의 핵심 측근 3인방 중의 한 명"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전씨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가 훼손됐고, 계속 사람들에게 '최순실 측근 3인방'으로 인식돼 각종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대인기피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현권 의원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두루 살펴보더라도, 이는 모두 현명관이 청와대 관계자나 최순실 등 국정농단 관련 세력과의 연관이 있다는 의혹에 관한 내용이거나, ‘원고가 사실은 남편인 현명관을 좌지우지하는 실세’라는 취지의 풍문에 관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원고와 최순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소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원고의 신빙성 탄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원고가 최순실의 측근’이라는 취지의 발언들은 모두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마사회 직원이 원고의 어린 딸의 승마지도를 도왔다’는 발언과 '원고가 한국마사회의 인사에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발언 역시 피고가 소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부분 발언 역시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가 단지 현명관의 처로서 공적인 인물이라고 보기에 부족한 원고에 대해서까지 직원들의 투서 등을 근거로 막연한 공세를 취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위 각 사실의 적시 행위를 전후하여 피고의 보좌진이 원고와 몇 차례 통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의혹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청취하였을 것임에도 추가 확인을 전혀 거치지 아니하고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나아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각 적시 사실들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명예훼손 특유의 위법성조각사유 및 국회의원으로서의 면책특권을 주장하는 피고의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며 "피고는 허위 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표현 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는바, 그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의 표현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