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전 비서관 "(박근혜 전 대통령) 유승민 떨어뜨리기 위한 대항마 세우라고 지시" : 월간조선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016년 총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비서관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은 20대 총선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공천과 관련한 실무를 맡았던 인물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이 親朴 대항마 세우라고 지시"

신동철 전 비서관은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과의 갈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에서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 을’에 반드시 친박(親朴)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조선닷컴'이 보도한 신 전 비서관의 진술 중 일부다.

“한국 정치는 법률적으로 걸면 다 걸리는 게 사실입니다. 청와대가 정당 공천에 개입하는 것은 역대 정부 정무수석실이 모두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지만 그렇게 추측합니다. 정치권 사람들은 사실상 걸리지 않으면 합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 정치가 지향하는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는 불가능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전부 다 뒷돈이 있습니다.”

‘할매’(박 전 대통령)가 직접 보냈다’

신 전 비서관의 이날 법정 증언은 마치 ‘정치 토크쇼’ 같았다는 게 '조선닷컴'의 설명이다. 신 전 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유승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경쟁 후보로 내세웠다고 한다.

신 전 비서관은 “이 전 구청장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2~3월 친전(親展) 형태로 현기환 정무수석을 통해 연설문을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 수석은 ‘이거 봐라. ‘할매’(박 전 대통령)가 직접 보냈다’며 이 전 구청장에게 보낼 연설문을 흔들어 보였다고 한다. 신 전 비서관은 “현 수석은 평소 대통령에 대한 사랑과 우애의 표시로 ‘할매’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청와대의 노력에도 이재만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해당 지역구를 이재만 후보자로 ‘단수 공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옥새 파동’까지 벌이며 승인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靑서 박 대통령 존영 떼라고 집요하게 요구

신 전 비서관은 이른바 박 전 대통령 존영(尊影)을 둘러싼 해프닝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박 전 대통령이 ‘유 후보 사무실에 있는 대통령 존영(尊影)을 떼라’며 정무수석에게 하루에도 3~4차례 집요하게 지시했다”며 “제가 정무수석에게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들들 볶이는 바람에 최경환·조원동 의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조선닷컴'이 보도한 신 전 비서관의 진술 중 일부다.

“유승민 후보 사무실의 존영을 떼라는 말씀을 얼마나 하셨는지, 대구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 ‘넘버 2’였던 조원진 의원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무슨 소리냐’며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구시당 사무처를 시켜서 ‘새누리당 재산이니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형식으로 존영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하루에 세 번 이상 현 수석이 ‘할매가 난리 났다.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저를 볶았습니다.”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성격이 급하시다”며 “현 수석은 ‘할매 또 전화 왔다’며 하루에 많을 때는 열몇 번 전화가 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경환·윤상현 의원은 이른바 ‘진박(眞朴) 감별사’ 役

신동철 전 비서관은 2016년 초 현 수석과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함께 ‘4인 회동’을 하며 20대 총선 전략을 세웠다고도 했다. 두 의원은 이른바 ‘진박(眞朴) 감별사’ 역할을 했다는 게 신 전 비서관의 주장이다.

“2015년 하반기만 해도 새누리당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후보가 본인이 친박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현 수석이 현장에 있는 최경환, 윤상현 의원 도움을 얻어 친박 여부를 가렸습니다.”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을 이한구로 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최경환 의원이 ”그 사람(이한구 의원)은 고집이 세서 말을 잘 안 들을 텐데…”라고 하자 현 수석이 “이미 정해진 일이니 내가 이한구 전 의원에게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신 전 비서관은 덧붙였다.

신 전 비서관은 “당시 현 수석이 이한구 위원장에게 선거구별 예비후보자 현황, 친박 리스트, 청와대 지지 후보 자료 등을 수시로 전달했다”며 “총선 한 달 전쯤 두 사람이 광화문 플라자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나다가 기자들을 피해 호텔 뒷문으로 빠져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는 현 수석과 이한구 위원장이 극비리에 회동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공천이란 곧 권력이고, 큰 이권행위”

이 밖에 신 전 비서관은 당시 청와대에서 서울 강남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강북엔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세울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신 전 비서관은 “대구·경북 지역은 친박 지도부가 나가서 ‘그 사람이 친박이다’ 인정하고 선거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지지하면 쉽게 후보가 된다”며 “그 지역에서 후보가 된다는 건 곧 당선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천이란 곧 권력이고, 큰 이권행위”라며 “공천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역대 정무수석실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