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1. 문화

시인 기형도가 좋아했던 팝송은…

[阿Q의 ‘비밥바 룰라’] Kisses of Fire(ABBA), Mr. Tambourine man(Bob Dylan) 등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본문이미지
시인 기형도가 즐겨 듣던 카세트테이프. 기형도문학관(경기도 광명 소재)에 전시돼 있다.

요절한 시인 기형도(1960~1989)는 어떤 노래를 좋아했을까
.
연세문학회 문우인 소설가 성석제의 회고에 따르면 기형도는 <2인의 척탄병이며 에덴의 동산이나 트윈 폴리오의 곡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2인의 척탄병은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가곡이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린 다음 시장을 거쳐 학교 정문을 통과하고 백양로를 걸어 언덕에 있는 종합관에 이르기까지 그 노래들을 불러댔다
-p22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본문이미지
기타 치는 기형도와 학창시절 모습들. 기형도문학관에 전시된 사진이다.

술자리에서 기형도가 자주 부르던 노래의 원주인은 송창식과 조용필
, 가끔 조영남도 섞였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노래도 불렀다. 남들이 따라할까 봐 일부러 음정을 높게 잡았다가 공연히 핏대를 세우는 고생을 자주 했다고 한다.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눈을 감은 그는 시키면 주저없이 노래하고 노래하고 노래했다”(성석제)는 것이다.
 
본문이미지
경기도 광명에 세워진 기형도문학관 전경.
지난
3월 경기도 광명에 세워진 기형도문학관을 찾아갔다. 1층 전시실에 시인이 즐겨 듣던 카세트테이프 몇 개가 전시돼 있었다. 가요, 클래식, 국악, 합창곡 등 시인이 듣던 음악은 종횡무진이었다. 편식이 없었다.
 
시조 제1집 인간문화제 김월하 김영동, 슈베르트(시인이 직접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로 추정된다.), 숭실남성합창단 애창곡 모음 제2 서정윤 시낭송집 홀로서기 한국의 농요2 이소라 채보 가요60 이미자 부부 듀엣,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등의 카세트테이프가 전시돼 있었다. 문학관 관계자는 모두 시인이 즐겨 듣던 노래라고 했다.
 
본문이미지
기형도가 즐겨 들었던 팝송 카세트테이프. 기형도의 친구인 ‘조병준’이 직접 녹음해 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팝송은 어떤 곡을 좋아했을까 궁금했다
.
 
그가 직접 곡목을 쓴 카세트테이프가 문학관에 전시돼 있었는데, 어떤 곡을 녹음했는지 들여다보았다. 이 테이프는 시인이 연세대 1학년에 입학한 해인 1979916일에 녹음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Side A
 
Kisses of Fire (ABBA)
S.O.S (ABBA)
Don't Pull Your Love (Hamilton, Joe Frank & Reynolds)
All I Know (Art Garfunkel)
Spirits(Having Flown) (Bee Gees)
Massachusetts (Bee Gees)
Morning has broken (Cat Stvens)
Peace Train (Cat Stvens)
Oh, Very Young (Cat Stvens)
Angels Rejoiced (Nlcollete Larson)
 
Side B
 
Mr. tambering Man (원 제목은 Mr. Tambourine man이다.)
Love Mnus Zero/ No Limit
Like A Rolling Stone
Blowing In The Wind
Just Like A Woman
I Want you
Knocking On Heaven's Door
*모두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다.
 
Side A에는 캣 스티븐슨의 노래가 3, 아바의 노래가 2, 비지스 노래가 2곡이 녹음돼 있었다. Side B는 모두 밥 딜런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ENGINEER : 조병준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기형도의 친구로 추정되는 조병준이 시인의 부탁으로 팝송곡을 찾아 대신 녹음해 준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기형도의 벗인 조병준이 누굴까 궁금해졌다. 우연히 성석제의 글에서 조병준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 고등학교 때 절친인 친구인 조병준을 찾아 멀지 않은 서강대 캠퍼스를 자주 갔다. 조병준도 문학회 모임에 가끔 참석해서 준회원으로 간주되었다. 둘은 어쩌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토라진 계집애들처럼 이별을 한다고 종알거렸는데 그 덕분에 가끔 있곤 하던 이별식 석상에서 냉면은 잘 얻어 먹었다. <성자를 찾아서>라는 시로 그때 우리를 감동시킨 조병준은 자신의 방에 수백 장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는 예술의 귀족이었다. 그의 방에서 엉덩이를 맞대고 밥 딜런이나 레너드 코헨을 들으며 시시한 연애담이나 시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한 적이 많았다.
 
동숭동 언덕바지에 있던 그 집에서 나오는 아침이면 가까운 학림 다방에서 R. 스트라우스를 듣고 나서 205번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곤 했다. 기형도가 이름을 생갹하고 라고 부르던, 또는 성과 이름의 첫자를 생략하고 이라고 부르던 조병준은 지금 인도에 가 있다. 그는 기형도의 생전에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친구였고 따라서 글자로 만들 수 있는 기형도의 생각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기형도의 절친인 조병준은 성석제의 표현처럼 수백 장의 음반을 소장한 예술의 귀족이었던 모양이다. 서로 좋아하는 곡을 녹음하며 음악적 우정을 쌓았으리라 추정된다.
 

입력 : 2018.04.18

조회 : 3004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김태완 ‘Stand Up Daddy’

kimchi@chosun.com
댓글달기 0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