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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부종(浮腫)·설사·다한증 있을 때, 눈이 잘 안 보이고 목 아플 때...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치료했을까?

음식으로 병 치료한 선조들...한의학연구원, 식치(食治) 의서 11종 국역 전자책으로 온라인 서비스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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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음식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약(藥)"이라면서 식치(食治)개념을 발전시켜왔다. 김칫국(왼쪽)과 배춧국.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음식이 가장 우선이고 약이(藥餌)가 그 다음입니다. 풍·한·서·습의 때를 맞춰 대비하고 음식과 성생활을 조절하면 어디에 병이 나겠는가 하고 말하지만, 간혹 사계절이 질서를 잃어 평온한 날은 오히려 적고 무질서한 날이 더욱 많으니 어찌 어그러진 기운에 감촉되는 일이 없겠습니까. 이 때문에 옛 사람들은 치료 방법을 정할 때 먼저 음식으로 치료를 하고, 음식으로 치료해도 낫지 않은 다음에 약으로 치료하였습니다.”
    
조선시대 전기 의관(醫官) 전순의(全循義)가 쓴 ‘식료찬요(食療纂要)’ 서문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감기로 인한 오한발열에는 파국’ ‘설사에는 조기구이’ ‘가슴이 답답해 잠을 잘 수 없는 경우 묏대추죽’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서 자세한 조리법까지 기록해 놨다. 일종의 식이요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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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식료찬요’에는 45가지 질병에 대한 식이요법이 나온다. 잠시 살펴보자.
    
•팔다리가 시큰거리고 아플 때는 검은 깨 5되를 볶아 술 1되에 하룻밤 담가 뒀다가 주량대로 마신다.
•부종이 다리부터 시작돼 배까지 전입된 경우, 돼지 간 1개를 씻어 잘게 썰어 베(布)에 넣고 꼭 짠다. 이를 다시 식초로 씻어 마늘 절임과 함께 먹는다.
•간이 허약해 앞이 잘 안 보일 경우, 돼지 간 1개와 계란 3개를 된장 국물에 넣어 국을 끓여 먹는다. 파를 푹 익도록 볶아 가루를 낸 다음 쌀을 넣고 죽을 끓여 먹는다.
•인후에 갑자기 독기가 생겼을 때는 생강을 찧어 즙을 낸 후 꿀 5홉을 넣고 약한 불에 잘 섞이도록 달여 매번 1홉씩 날마다 5번을 복용한다.
•설사가 잦을 경우 멥쌀로 밥이나 죽을 지어 먹는다. 푹 익혀 먹어도 좋다.
•땀이 많은 사람은 묵은 찹쌀과 밀기울을 누르스름하게 볶아 가루로 만든 다음 미음에 타서 시간에 관계없이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희게 구운 돼지고기를 이 가루에 찍어 먹어도 좋다.
•눈과 귀가 허약할 때는 어린 연밥을 푹 삶은 다음 멥쌀을 넣고 죽을 끓여 먹는다.
   
옛 사람들은 병이 나면 음식으로 먼저 치료한 다음 약제를 사용했다. 요즘과 같은 첨단 의술이 없고 약제도 턱없이 부족했을 테니 식이요법으로 병을 다스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육신(肉身)을 고치고 마음을 통제하는 법을 평범한 삶 속에서 찾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어쩌면 이 시대에 더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조들은 ‘식치(食治)’라는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식치란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전통의학의 한 분야다. 질병 초기에 채소, 과익, 육류 등 주변의 식재료를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식치의학’은 조선 전기에 우리 땅에 자생하는 향약(鄕藥)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면서 크게 발전했다고 한다.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의서(醫書) ‘의방유취’와 ‘향약집성방’에는 식치(食治) 관련 서적들이 많이 인용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발간한 식치 의서가 바로 의관(醫官) 전순의이 쓴 ‘식료찬요’다.
   
전순의는 당시 의원들에게 아픈 백성을 치료할 때 음식으로 다스릴 것을 주문하며 ‘성상의 지시’라며 책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옛사람들이 병을 치료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음식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의 뜻을 (이제서야) 알겠습니다. (중략) 우리 성상께서는 신농·황제·기백·편작의 신묘함을 널리 밝히시고 항상 백성들이 종기와 오랜 병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슬퍼하고 근심하여 매번 의원들이 음식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 교칙을 내리셨으니, 이것을 의가(醫家)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는 조선 전기 처방서였던 ‘식의심감(食醫心鑑)’ ‘식료본초(食療本草)’ ‘보궐식료(補闕食療)’ ‘대전본초(大全本草)’ 중에서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간단한 식치 처방을 엄선해 45개의 조문으로 '식료찬요'를 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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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식치(食治) 의학 서적 11종을 국역한 전자책은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한의학고문헌’(info.mediclassics.kr)에서 볼 수 있다.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그렇다면 '식료찬요'에 담긴 치료법을 좀더 자세히 보는 방법은 없을까. 수백년 전 한자로 기록된 책을 일일이 번역해가며 읽어야 하는 걸까. 
   
다행히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최근 조선시대 식치(食治) 의학 서적 11종을 우리말로 번역해 전자책으로 발간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번에 국역된 책으로는 조선 전기 식치 의학서인 ‘식료찬요’를 비롯해 동아시아 의학의 초기 식치의서 ‘천금식치’과 ‘식의심감’, 조선 후기 식치(食治) 정보를 담고 있는 ‘급유방 식치발명’ 등이 있다.
 
이들 국역 전자책은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에서 볼 수 있다. ‘한의학고문헌’(info.mediclassics.kr)에 곧바로 접속해도 된다. 한의학, 고전의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식치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종열 한의학연구원장은 “서적 선정에서 판본 수집과 원문 입력, 우리말 번역까지 6년이 걸린 노력의 결실”이라며 “의학과 식품 연구를 돕고 나아가 문화 콘텐츠로서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4.12

조회 : 8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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