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설명까지 했던 사람이... 김기식 금감원장의 '내로남불' : 월간조선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녔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8일 입장을 밝혔다.

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원장은 "출장 후 해당 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고 관련 기관에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로비도 대가성도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다녀온 경우는 현재까지 세 차례로 알려졌다. 2014년 3월 한국거래소가 비용을 부담한 우즈베키스탄 출장,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국·유럽 출장, 같은 달 우리은행 초청 중국·인도 출장 등이다. 김영란법 통과 두 달 만에 피감기관 돈으로 두 차례나 해외 출장을 간 셈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에 따르면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향응 또는 금품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심지어 김 원장은 2015년 3월 김영란법 처리를 주도한 장본인이자 본회의에서 법안 제안 설명까지 도맡은 인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조선일보》에 김 원장의 출장 성격과 관련 '실패한 로비'라고 했다. 사실상 로비 성격이 있기는 있었다는 뜻이다. 야권 또한 "장래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접대 외유로 볼 수 있는 만큼 실패한 로비라고 눙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원장이 김영란법 도입에 앞장선 점을 감안하면 법 시행(2016년 9월)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 해도 '실패한 로비'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김 원장은 공적 성격의 출장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KIEP의 미국·유럽 시찰에 대해 "예산 편성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개선 요구가 있었고 KIEP의 동의하에 현장 조사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 관계자는 "김 의원 주장대로 국회의 요구가 있었다면 국회 예산으로 출장을 가야지 왜 피감기관 돈으로 가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KIEP 출장보고서에는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의 출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더욱이 김 원장은 출장 6개월 전 국회 정무위 예산 심사에서 KIEP의 예산 4억여 원 삭감을 주도했다. 출장 한 달여 뒤에는 정무위 결산 심사도 예정돼 있었다.

김 원장은 우리은행의 중국·인도 출장에 관련해선 "우리은행이 충칭 분행을 개점하면서 축사를 요청해 수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본인이 우리은행에 대해 중국 화푸빌딩 헐값 매각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것과 관련해서는 "(헐값 매각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조치가 이미 마무리된 상태였다. 출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나 야당에선 "김 원장은 당시 은행권에서 '저승사자'라 불릴 정도로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그런 김 원장에 대한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 외유를 제안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 원장은 "출장에 보좌관, 비서를 동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보좌했기에 수행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는 "피감기관 돈으로 보좌진까지 해외로 데리고 가는 건 본 적이 없다"며 "정 필요하면 자신의 의정 활동 자금을 쓰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날 더미래연구소 소장 시절 금융사 대관 담당자 등에 대한 350만~600만 원대 고액 강좌 운영 의혹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또한 국회 정무위원 중 유독 김 의원만 피감기관의 비용으로 출장을 갔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글·정리=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