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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보

F-15K 경북 칠곡 야산에 추락, 조종사 사망... 전투기 사고 끊이지 않는 이유

중력·저기압·공간정위 상실... “전투기에 오른다는 것은 목숨 내놓고 전장(戰場) 나가는 일”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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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와 같은 기종 F-15K.
      
훈련을 마치고 기지로 귀환하던 공군 전투기가 5일 오후 추락했다. 공군은 이날 “오후 1시 30분 대구 기지에서 이륙한 F-15K 항공기 1대가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귀환하던 중 2시 38분경 경북 칠곡군에서 추락했다”고 밝혔다. 조종사 2명의 생존 여부와 관련해 공군은 이날 밤 언론에 보낸 문자를 통해 “조종사 1명은 시신을 수습했고 다른 1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칠곡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한 시민은 “안개가 많이 끼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갑자기 골프장 인근 산쪽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언론을 통해 전했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사고 지역 기상 상태가 전투기 추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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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오후 F-15K 전투기가 추락한 경북 칠곡군 가산면 일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 지역 의용소방대원들이 칠곡 가산골프장에서 전투기가 추락한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칠곡소방서

순식간에 발생하는 전투기 사고  
     
전투기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조종사는 ‘자유도 6’인 공중에서 시속 800~900㎞ 이상, 때로는 마하 1.0 이상의 음속으로 전투기를 기동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위험 상황에 직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투기 조종사는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고강도 훈련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24시간 유지해야 한다.
         
기자는 2016년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國産)전투기 FA-50을 탑승, 영공(領空) 수호 현장을 체험한 적이 있다. 당시 정경두(鄭景斗·현 합참의장) 공군참모총장의 승인으로 ‘1일 전투기 부조종사’가 된 것이다.
         
공군 최고 책임자의 ‘특별 승인’이 있어도 신체검사와 비행 적응 훈련(일명 항공생리 훈련)을 통과해야 했다. 당시 기자는 1년 이내에 실시한 종합검진 결과 등을 미리 공군 측에 전달했다.
     
비행에 앞서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 내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이하 항의원)에서 항공생리훈련을 받았다. 항의원은 공중근무자의 항공의무관리·항공의학적 치료 및 진료, 비행환경 적응 훈련, 항공우주의학 연구 등을 수행하는 공군 특별기관이다.
        
비행 적응훈련은 ▲가속도 내성강화 훈련 ▲SD(공간정위 상실) 체험 ▲고공저압환경 훈련 ▲고압산소 치료 ▲야간시각 훈련 ▲비상탈출 훈련 등으로 진행됐다.
     
항공생리훈련
        
먼저 컨테이너 박스 같은 특수공간인 저압실에서 고공(高空)저압환경 훈련을 받았다. 저압실은 박스 안의 공기를 빼 고고도(高高度·지상으로부터 7~12km의 높이) 상태처럼 만든 곳이었다. 수킬로미터 상공(上空)으로 올라갔을 때 생기는 저산소증, 변압증을 체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육·해군 헬기 조종사, 특수부대 요원들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는다고 공군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해당 저압실에 들어갔을 때 때마침 고공낙하를 하는 육군 특전사 대원과 해군 조종 장교 등 3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교관의 설명이 끝나자 저압실 문이 닫혔다. 혈중 질소를 없애기 위해 헬멧과 산소마스크를 쓴 상태로 30분간 대기했다. 100% 산소를 흡입함으로써 혈중 질소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질소는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갈 때 여러 통증을 유발한다.
          
저압실의 공기가 빠지면서 동시에 고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풍선’을 통해 고도와 실내 기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5000피트(약 1.5km·1피트는 약 30.5cm), 1만 피트(약 3km), 1만 5000피트…. 마침내 고도 3만 5000피트(약 10km) 상태에 다다랐다. 에베레스트 정상(8848m)보다 더 높은 순간이었다.
     
심장 통증·찢어질 듯한 고막·발살바 호흡
          
산소를 공급받고 있어 숨 쉬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특이상황’을 알아챈 몸이 먼저 반응했다. 공중으로 올라갈수록 공기 밀도는 낮아진다. 1km 상승할 때마다 기압이 13~15%씩 감소한다. 지상 기압을 ‘1’로 볼 때 에베레스트 정상의 기압은 0.3이다. 3만 5000피트 상공의 기압은 0.2에 불과하다. 민항기도 통상 3만 5000피트 상공을 날지만 특수 장비로 실내 기압 0.7을 유지한다. 지상과의 기압 차이를 느끼는 승객은 귀가 먹먹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저압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풍선이 ‘빵’ 터질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기자의 아랫배가 아파왔다. 소장, 대장 등 공기가 들어 있는 장기(臟器)가 낮은 기압으로 몸속에서 부풀어 올라 통증을 유발한 것이다. 고고도 상황 체험이 끝나자 교관은 저압실의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2만 5000피트 고도에 도달했을 때였다. 산소마스크를 제거하라는 교관 지시가 떨어졌다. 저산소 상태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1분이 지났을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2분이 지나자 얼굴이 부어올랐고 심장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졸음증상이 나타나며 눈이 저절로 감겼고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머릿속은 하얘져 갔다. 3분이 넘어가자 저압실에 있던 현장 교관이 산소마스크를 기자의 입에 다시 채웠다. 더 이상 진행하다간 위험상황에 빠질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저압실 고도가 1만 8000피트에 다다랐을 때 저압실이 소등됐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 야간비행을 하거나 깜깜한 새벽 고고도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시력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경험하는 과정이다. 산소가 없으면 더 큰 시력 착각에 빠진다는 것을 알았다.
        
고고도 상태에서의 적응 훈련이 끝나자 교관은 “이제 하강한다. 고도를 낮추겠다”고 했다. 첫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고 생각한 순간 고막이 찢어지는 듯 아파 오기 시작했다. 여객기를 탈 때와 차원이 달랐다.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다. 현장 교관이 발살바 호흡(Valsalva maneuver·코와 입을 막고 숨을 세게 불어 공기가 귀 쪽으로 역류하게 해 오므라든 고막을 정상으로 돌리는 조치)을 하라고 했다. 몇 차례 실시했지만 처음 경험하는 통증이 이어졌다. 고막이 찢어지듯 아팠다. 저압실 고도를 지상으로 낮추는 수 분 동안 고통은 점점 더해갔다. 지상에 도달하자마자 저압실을 뛰쳐나왔다.
            
잠시 쉰 뒤 다음 과정인 ‘비상탈출 훈련실’로 이동했다. 비행 중 조종 불능의 전투기에서 비상탈출하는 방법과 자세를 배웠다. “비상 상황, 탈출”이라는 교관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조종석 양다리 사이에 있는 탈출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몸이 4m 상공으로 튕겨나갔다. 2016년 3월 30일 공군 F-16 전투기가 비행훈련 도중 경북 청송 지역에서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전투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2명은 사출(Ejection) 방식으로 비상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공간정위 상실 훈련... 날씨 나쁘면 공간감각 잃어
   
공간정위 상실 훈련(Spatial Disorientation Training)도 받았다. 일반인들은 공중에서 방향감각을 쉽게 잃는다. 고등훈련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들도 구름이 많이 끼거나 기상상태가 나쁠 때 공간감각을 잃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순간의 착각은 곧바로 추락으로 이어진다.
       
오늘(2018년 4월 5일) 오후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F-15K 전투기 추락 당시의 기상 상태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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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마비되는 블랙아웃(Blackout)에 빠졌다가(왼쪽) 의식을 완전히 상실했다(중간). 휴식을 취한 후 호흡법을 다시 익히고 시도, 겨우 통과했다. 온몸에 힘이 빠져 교관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빠져나왔다.

지옥 같은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

                
몇 가지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을 받았다. 제일 힘든 과정임을 훈련이 끝나고서야 알았다. 전투기가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상승-하강-앞뒤나 좌우로 선회할 때 조종사는 중력의 몇 배에 해당하는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때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단숨에 의식을 잃는다.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 장비의 구조는 비교적 간단해 보였다. 곤돌라처럼 생긴 것이 360도로 빙빙 돈다. 항의원은 2012년 미국의 항공우주 전문업체로부터 이 장비를 도입했다. 초당 가속률이 9G(중력의 9배)로, 2초 만에 15배(15G)의 중력을 신체에 가할 수 있다. 이는 80kg의 성인 남성이 승용차 1대를 드는 것과 같다.
           
훈련에 앞서 교관은 전투기 조종사 호흡법(L-1호흡)을 가르쳐줬다. 9G에 달하는 심한 중력을 받는 상황에서도 머리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호흡법인데, 피가 아래로 쏠리지 않도록 배에 힘을 ‘꽉’ 주고 3초간 성문(聲門·기관지의 양쪽 성대 사이에 있는 좁은 틈)을 닫았다가 1초 사이에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호흡법이다. 짧은 시간에 체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 장비를 ‘곤돌라’라고 불렀다.
       
블랙아웃 그리고 G-LOC
        
드디어 ‘곤돌라’에 올랐다. “장비가 돌아가면 즉시 배운 대로 호흡하라”는 교관의 지시가 내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기계가 360도를 그리며 서서히 돌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휙’ 날아가는 듯했다. 이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비명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시력이 마비되는 블랙아웃(Blackout)에 빠졌다가 의식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지락(G-LOC·중력에 의한 의식상실·G-force 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상태에 빠졌다.
                  
비행 중 급격히 기동(機動)하면 원심가속도가 발생한다. 이때 뇌 속의 피가 다리 쪽으로 일시에 몰려 조종사는 순식간에 실신한다. 지락에 걸리면 통상 15초 동안 의식을 완전히 상실(절대의식 상실)하고, 다시 15초가량 상대의식 상실에 빠진다. 회복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공중에서의 지락(G-LOC)은 곧 사망이다.
            
휴식을 취한 후 호흡법을 다시 배워 시도했다. 2G 그리고 3G. 가해지는 중력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4G를 넘어설 무렵 다시 시야가 흐려지면서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때 교관이 큰소리로 “정신 차려! 호흡. 따라해. 윽~~~하, 윽~~~하”라고 소리쳤다.
          
곤돌라는 멈췄지만 훈련 조종석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빠져 교관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빠져나왔다. 공군의 모든 조종사는 3년마다 이곳에서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그것도 9G 상황에서 일정 시간 이상 견뎌야 조종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목숨을 건 비행훈련
               
비행 적응 훈련을 마치고 며칠 뒤 기자는 경북 예천 소재 제16전투비행단(이하 16전비)에 ‘투입’됐다. 당일 13시 정각, 관제탑의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 전투기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내달렸다.
           
비행 적응 훈련 받을 때 경험했던 여러 가지 증상이 비행 중에 한꺼번에 나타났다. 우선 산소마스크와 좁은 조종석으로 인해 온몸이 갑갑했고 너무 빠른 속도에 머리는 어지러웠으며 기체(機體)의 민첩한 움직임에 속이 거북해 곧바로 구토할 것 같았다.
   
전투기가 왼쪽으로 급선회하자 엄청난 압력이 온몸에 가해졌다. 양쪽 다리 쪽에 착용한 지-슈트(G-suit·비행 중 급선회나 급상승, 급하강 등 갑작스러운 중력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옷)에 공기가 급속히 채워졌다. 조종석 양쪽 손잡이 중 미처 잡지 못했던 오른손을 우측 손잡이에 갖다 놓으려 했지만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에 몇 배의 중력이 가해져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중 훈련은 30분 이상 계속됐다. 몇 가지 기동이 있었고 비행기 기체를 360도 돌리는 것도 포함됐다. 민간인으로서 경험해 볼 것은 다 해본 것 같았다. 이날 전투기는 시속 1100km까지 속력을 냈다. 음속(마하1.0) 돌파 직전의 속도였다.
    
얼마 후 ‘R2B’라는 말이 헬멧 헤드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Return to Base. 기지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군인치고 힘들고 고생하지 않는 군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전투기 조종사는 3차원 공간에서 적(敵)과 싸워야 한다. 특히 조종사는 ‘자연’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무서운 중력과 낮은 기압 그리고 저산소와의 ‘전투’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전투기는 그냥 타는 게 아니었다. 전투기에 오른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전장(戰場)에 나가는 일이었다. 오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명복을 빈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자료=월간조선 2016년 6월호

입력 : 2018.04.05

조회 : 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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