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분의 1초를 가르는 경기이다 보니, 가끔 보면 0.001초 수지로 보일 때도 있다" : 월간조선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올림픽 기간이었던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지상파 3사의 325개 경기 중계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 여자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거나 외모를 평가하는 등 해설자들의 성차별 발언이 잇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중계에서 드러난 문제성 발언은 총 30건이었다. 방송사 중에선 공영방송 KBS가 20건(66.6%)으로 가장 많았고 MBCㆍSBS가 각 5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발언을 한 사람은 남성 중계진이 27명(79.4%)으로 여성(7명, 20.6%)보다 많았다.

성차별성 발언은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11건) ▲여성성·남성성 강조(8건) ▲경기와 무관한 부적절한 내용(6건) ▲선수에 대한 외모 평가(5건) 순으로 파악됐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성과 남성을 구분지어 성별 고정관념 조장

캐나다의 노디 선수가 에어 동작을 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자 캐스터(남)가 “여자한테는 안 나오는 자세이다”라고 말하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함.(2월 9일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글 예선-서정화, 서지원 중계 중 KBS)

해설위원(남)이 미국 선수를 두고 “여자선수 스위핑 힘이 굉장히 좋네요. 남자 선수 저리 가라예요”라며 남성과 빗대어 여성을 평가하는 발언을 함.(2월 9일 컬링 믹스더블 예선-이기정, 장혜지 중계 중 KBS)

캐스터(남)가 한국의 이채원 선수를 두고 “여자지만 침이 흐르는데 닦을 수 없다”며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겉모습을 신경 쓴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조장함.(2월 10일 크로스 컨트리 여자 여자7.5km+ 여자7.5km 스키애슬런-이채원, 주혜리 중계 중 KBS)

해설위원(남)이 캐나다의 노디 선수의 동작에 대해 말하며 “여자한테는 안 나오는 어려운 동작이다”라고 함. 여성을 타자화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함.(2월 11일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글 예선-서정화, 서지원 중계 중 KBS)

해설위원(여)이 러시아의 선수가 다리를 뒤로 잡고 허리를 꺾으며 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유연합니다. 남자 선수인데요"라고 말함. 유연함은 여자의 특징인 것처럼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함.(2월 12일 피겨스케이팅 단체전(남자프리, 여자프리, 아이스댄스 프리 중계 중 SBS))

해설위원(남)이 2차 예선 경기에서 중국 선수가 하는 360도, 540도, 720도 회전에 대해 설명하며 "여자 선수들의 모든 기술이라고 보시면 시청하시기에 편하실 겁니다"라고 함. 그러자 캐스터(남)가 “1080도는 왜 설명하지 않나요?”라고 물었고, 이에 해설위원(남)은 "1080도가 가능한 선수가 2명인데 이미 경기를 마친 상태라…"라고 대답함. 1080도는 여성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한계를 전제하고 남자 선수들과 비교하고 있음.(2월 12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 1차, 2차-권선우 중계 중 SBS)

해설위원(여)이 한국의 최민정 선수를 두고 “최민정 선수 남자 선수 못지않습니다”라며 여성보다 남성의 실력이 우위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조장함.(2월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최민정 중계 중 SBS)

해설위원(남)이 12조의 네덜란드 요린 테르모르스 선수가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역주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 스케이팅처럼 정말 부드럽게 타는데요”라고 말함. 부드럽게 스피드를 내는 것, 즉 운동을 잘하는 것은 남성이고 실력의 기준이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을 조장함.(2월 14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결승 김현영, 박승희 중계 중 KBS)

미국vs대한민국 컬링 팀 경기 중, 6엔드에서 미국 대표팀과 접전 중에 김은정 스킵이 우수한 기량을 선보이자 해설위원(남)이 "여자 선수가 한 방짜리가 나오기가 솔직히 몇 번 안 되거든요. (중략) 그런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 방씩을 한두 개씩 날려주는데요"라고 말함. 김은정 선수를 경기력 자체로 평가하기보다 여성으로 나오기 어려운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으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냄.(컬링 여자 예선-김경애, 김은정, 김선영, 김초희 중계 중 KBS)

해설위원(남)이 9엔드에서 한국 여자 컬링팀이 공격하자 “여자 선수의 웨이트기 때문에 아무리 강하게 굵게 친다고 해도 완전히 빠트리기는 어렵거든요”라고 말함. 여자 선수들의 경기를 남성과 비교하며 중계함.(2월 23일 컬링 여자 준결승-김경애, 김은정, 김선영, 김초희 중계 중 MBC)

캐스터(남)가 “겜린 선수가 갈라에서마저도 민유라 선수를 돋보이게 해주는 착한 남자입니다”라고 말함. 여성은 남성에 의해 보호받고 돋보이게 되는 존재로 간주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착한 남자라는 식으로 성역할을 고정시키는 표현을 함.(2월 25일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최다빈, 민유라, 겜린, 차준환 중계 중 KBS)

여성성/남성성 강조

해설위원(남)이 한국의 이채원 선수를 두고 “아줌마 파워로 너무나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함. 또한 이채원 선수가 완주하자 “아줌마 파워”라고 말하는 등 여자 선수를‘아줌마’로 칭하며 경기와 관련 없는 ‘중년의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 정체성을 강조함.(2월 10일 크로스컨트리 여자7.5km+ 여자7.5km 스키애슬런-이채원, 주혜리 중계 중 KBS)

해설위원(남)이 하프파이프 최초로 100점 만점의 기록을 가진 미국의 클로이 킴 선수와 평소 친분이 있다고 소개하며 "평소에 정말 수줍고 눈도 잘 못 마주치는, 수줍은 미소를 가지고 있는 이 어린 소녀가 과연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얼마나 멋진 기술을 보여줄지"라며 ‘어리고 수줍은 소녀’라는 발언을 반복해서 함. 경기와 무관하게 여성을 연약한 존재로 취급함.(2월 12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권선우 중계 중 KBS2)

미국의 클로이 킴 선수를 두고 캐스터(남)가 “17세 소녀가 올림픽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라고 소개함. 국가대표 선수를 ‘소녀’라고 칭하며 실력을 부각하기보다는 ‘어린 여성’임을 강조함. 같은 종목의 16세 남자 일본 선수에게는 '어린 선수'라고 말함.(2월 12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권선우 중계 중 MBC)

해설위원(남)이 여섯 번째 선수가 출발하는 장면을 보고 "자세히 보시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힘이 대단하네요"라고 하거나 일곱 번째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아, 남자만큼 힘을 줘서 가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라고 말함.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세 번째 선수의 경기가 리플레이되고 있는 중에 "남자가 경기하고 있는 모습 같네요. 대단합니다"라고 말하며 힘은 남성들의 상징인 것처럼 말해 남성성 이미지를 강화함.(2월 14일 크로스컨트리 여자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 예선-주혜리 중계 중 KBS1)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전에 해설위원(남)이 몸을 푸는 최민정 선수를 보고 이제 "얼음공주에서 웃음여왕이 되었네요"라고 말함. 금메달을 따고 좋은 실력을 보여준 최민정 선수를 ‘공주’ ‘여왕’이라는 여성 프레임에 가둠. 반면 남자 선수들의 경우, ‘황제’ ‘빙상의 전설’이라는 호칭이 사용되어 대비를 이룸.(2월 20일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중계 중 KBS2)

캐스터(여)가 OAR(러시아)의 대표 선수인 마리아 소츠코바의 피겨 연기가 끝나자 “무척 수줍수줍하고 소녀소녀한 매력 있는 소녀입니다”라고 말함. ‘소녀(어린 여성)’임을 강조하며 ‘소녀’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발언임.(2월 21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김하늘, 최다빈 중계 중 MBC)

헝가리의 이베트 토트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는 장면에서 해설위원(여)은 경기가 끝난 후 “이 선수는 차별화는 성공했어요. 곱고 약하게 생겼어요. 그런데 강인함을 선보였어요”라고 말함. 검은 슈트 바지를 입고 격렬한 음악과 함께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 헝가리 선수의 무대를 고정된 여성성 이미지에 비추어 해설함.(2월 21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김하늘, 최다빈 중계 중 SBS)

해설위원(남)이 1엔드에서 스웨덴 여자 컬링팀의 공격이 있은 후 “스웨덴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여자분이신데, 금메달 2개 땄을 때 그 포효하는 장면이 밴쿠버(올림픽)에서 캐나다를 깨고 포효하는 장면이 잊히지 않거든요. 경북체육회가 스웨덴에 가서 그 여자분을 만나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했었는데 정말 대단한 여성분이었습니다”라고 말함. 스포츠 선수로 평가하기보다는 ‘여자’로 한정지어 표현하였음.(2월 25일 컬링 여자 결승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 김은정 중계 중 MBC)

선수에 대한 외모 평가

해설위원(남)이 한국의 성은령 선수를 소개하며 "천분의 1초를 가르는 경기이다 보니, 가끔 보면 0.001초 수지로 보일 때도 있다"라고 말함. 여자 선수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여성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함.(2월 12일 루지 여자 싱글 1차-성은령 중계 중 KBS2)

중계방송 시작 전 오프닝에서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이 경기 내용과 관련이 없는 여자 선수의 외모를 언급하는 대화를 나눔. 해설위원(여)이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 예뻐요. 여자 선수들”라고 말하자 해설위원(남)이 “(여자 선수들이 예쁘다고 말한) 해설위원님도 지금 많이 예뻐졌어요”라고 덧붙임. 이어서 캐스터(남)가 “해설위원(여)은 원래 예뻤어요”라며 외모에 대한 내용이 자막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됨. 여성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함.(2월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최민정 중계 중 KBS2)

해설위원(남)이 한국의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을 수여받는 장면에서 "스케이트 실력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예쁘고, 다 갖춘 선수구요"라고 말함. 이상화 선수의 "예쁜 외모와 마음씨"라고 언급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함.(2월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시상식-김민선, 이상화, 김현영 중계 중 KBS2)

캐스터(남)가 화면에 비친 선수들의 얼굴을 보고 "컬링은 화장도 하고 나오잖아요. 지저분한 모습보다는 깔끔한 모습이 낫지 않을까요?"라고 함. 경기와는 무관하게 선수들의 화장한 모습을 언급하며 화장한 여성이 깔끔한 여성이라는 식의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함.(2월 18일 컬링 여자 예선-김은정, 김경애, 김초희, 김선영 중계 중 MBC)

해설위원(남)이 크로스 여자 단체전에서 경기를 마치고 들어온 스웨덴의 스티나 닐손 선수를 보며 “미모적으로 참 아름답고 CF도 계약한 선수입니다”라고 말함. 경기와 상관없는 외모와 관련된 발언임.(2월 21일 크로스컨트리 여자 단체 스프린트 중계 중 KBS2)

경기와 무관한 부적절한 내용을 중계

중계 도중 해설위원(남)이 “노르웨이 선수팀(혼성경기)은 (두 선수가) 결혼하지 않았는데 마치 결혼한 듯하다”라고 말함. 이에 대해 캐스터(남)는 동거 중인 두 선수를 두고“우리나라 정서에는 맞지 않다”고 대답함.(2월 9일 컬링 믹스더블 예선-이기정, 장혜지 중계 중 KBS)

해설위원(여)이 프랑스의 바네사 제임스 선수를 두고 “여자 선수가 나이가 굉장히 많은데요, 몸관리와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말함. 선수의 개인 기량과는 무관한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발언함.(2월 14일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김규은, 강감찬 중계 중 KBS2)

해설위원(남)이 두 번째 경기 중 일본의 21번 구보 선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에 대해 “35살 노장으로서”라고 발언함. 또한 한국의 31번 랜디 그리핀 선수의 첫 골 후 “노장으로서 한 골 해주네요”란 발언을 하여 개인 기량을 나이에 제한을 두는 차별적 발언을 함.(2월 14일 아이스하키 여자 예선 B조 남북한단일팀 중계 중 KBS2)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메달전, 어렵게 금메달을 획득한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경기에서 흥분한 해설위원(남)은 “아… 지렸… 아 팬티를 갈아입어야 될 것 같습니다”라는 선정적인 멘트를 함.(2월 20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A 파이널-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중계 중 KBS2)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 조해리 해설위원이 응원하러 관중석에 와 있는 이상화 선수를 인터뷰함. 인터뷰를 마치고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화면에는 이상화 선수와 조해리 해설위원이 나오고 있었음. 이를 보며 캐스터(남)가 "여러분은 지금 수다 삼매경을 생방송으로 보고 계십니다"라고 함. ‘쓸데없이 말수가 많거나 또는 그런 말’이라는 뜻의 ‘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여성들 간의 대화 장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움.(2월 22일 쇼트트랙 여자 1000m 준준결승-김아랑, 최민정, 심석희 중계 중 SBS)

카메라가 차준환 선수의 몸을 훑자, 해설위원(여)이 “몸 쓰는 것 하면 또 차준환 선수 아니겠어요?”라고 함. 이어 캐스터(남)가 “올림픽 내내 해설위원(여)의 눈물샘을 계속해서 자극했던 그 남자 차준환 선수입니다”라고 덧붙임. ‘그 남자’ ‘몸 쓰는 것 하면’이라는 표현은 선수를 선수로 평가하기보다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임.(2월 25일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최다빈, 민유라, 겜린, 차준환 KBS1)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 계획

중계진의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 여성성ㆍ남성성 강조, 선수에 대한 외모 평가 등에 대한 양평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고 불릴 정도로 동계올림픽 사상 여성·혼성 종목 최대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고참과 최연소 선수가 모두 여성이었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 144명 중 여성이 약 47%(68명)로 여성 선수들의 출전율 또한 높았다. 이런 흐름에는 국제올림픽 위원회(IOC)가 2018년에 성평등 확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성평등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공중파 중계방송 속에서 여자 선수들의 위치와 위상은 여전히 남성들과 비교해 타자로서만 위치할 뿐이었다. 성평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올림픽 중계방송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중계진들의 젠더 감수성 교육,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심의·규제가 필요하다. 성차별 중계방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