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사태' 방배초 학부모들이 화난 이유 : 월간조선

2일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인질사건으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방배초 학부모들이 학교의 대처에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질극을 벌인 A씨는 2일 오전 11시30분쯤 학교보안관에게 "이 학교 졸업생인데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고 말한 후 신분증 제시 등 신원확인 절차 없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1층에 위치한 교무실로 들어간 A씨는 마침 학교 물품을 가지러 교무실에 와 있던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댄 채 “억울한 일이 있다.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1시간가량 붙잡혀 있던 학생은 외상 없이 구출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군 생활을 하면서 폭언과 질타,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해 조현병, 뇌전증 등이 생겼는데 전역 이후 4년 동안 보훈처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고 범행 이유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방배초 교장의 언론 인터뷰 때문이다. 신미애 교장은 현장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출입 절차를 담당하는 학교보안관이 A씨가 젊고 졸업생이 맞는 것 같아 그냥 들여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추가로 조사를 통해 적합한 조처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접한 학부모들은 "학교 출입 통제 시스템의 문제를 보안관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방배초 한 학부모는 "보안관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대장을 써놓은 들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느냐"며 "1~2명의 학교보안관이 학교 안전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발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해당 보안관은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고 매우 평이 좋은 분이었다"며 "사태의 원인을 보안관에게 돌리는 교장의 인터뷰를 보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보안관 최모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씨는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쳤고, 경찰이 오기 전 15분간 범인과 대화한 사람도 나"라고 밝혔다. 최씨는 군에서 31년간 재직 후 대령으로 예편, 방배초에서 4년째 근무 중이다.

또 학교 측이 인질사건을 학부모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은 점도 지적받고 있다. 학교 측은 인질사건이 마무리된 후 아이들을 긴급 하교시키면서 정작 부모들에게는 하교가 거의 끝난 후 상황을 알려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알음알음으로 사건을 파악한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러 나왔지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의 이른 하교를 공지받지 못해 불안감이 커졌다.

서울 공립초의 한 교사는 "증명서나 상담 등으로 학교를 방문할 때는 반드시 사전예약증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무작정 보안관실을 통과하거나 보안관이 신분확인을 요청하면 화를 내는 학부모도 많다"며 "수업 중에는 수업과 관련 없는 사람은 아예 학교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