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7~8개의 잡지를 읽고 분석하는 브랜드컨설턴트 우승우씨.
디지털시대에 잡지는 어떤 가치를 가지며, 향후 어떤 모습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온라인 뉴스레터 ‘북저널리즘’ 토요판(3월 31일 자)은 브랜딩 전문가인 브랜드컨설턴트 우승우씨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시대 잡지의 가치를 소개했다.
우씨는 국내 대기업에서 외식, 주류, 매거진 등의 라이프스타일 관련 계열사를 거치며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인터브랜드에서 브랜드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우씨는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는 이미 오래전부터 잡지가 터를 닦아 왔던 형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특성인 큐레이션(Curation), 에디팅(Editing),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을 이해하려면, 잡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승우씨는 잡지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잡지의 콘텐츠는 많고 많은 정보 가운데서 엄선된 정보들이다. 훈련된 에디터들의 시각과 해석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다. 형식 면에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어떤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변화를 주는지를 볼 수 있다."
그는 잡지의 가장 큰 매력은 ‘뜬금없는 콘텐츠’라고 말한다. "그 잡지가 아니었다면, 내가 절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이야기들이 나온다. 내가 좋아할 이야기 위주로 보여주는 페이스북만 보고 있었다면 몰랐을 것들이 잡지 안에 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섞여 있다는 점에서 잡지는 ‘진짜 세계’라고 생각한다.”
남성지와 여성지, 비즈니스잡지 등 매달 7~8종의 잡지를 읽는 우씨는 “잡지 광고까지 분석한다”고 말했다. 그의 분석이다.
“나는 잡지 광고도 읽고, 보고, 분석한다. 읽는 것에는 경험이 필요하고 습관이 들어야 한다. 읽는 행위는 능동적이다. 영상 콘텐츠와 다르게 잡지와 같은 텍스트 콘텐츠는 가만히 있으면 진행이 안 된다. 우선 종이를 잡고 있어야 하고 넘겨야 하고 글을 따라가면서 읽어 내야 한다. 그러면서 집중하고, 노력하고, 기억하게 된다.”
우승우씨는 잡지를 보통 두 번 정도 읽는다. 그의 잡지 읽는 방법이다.
"처음엔 쭉 훑어본다. 어떤 콘텐츠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읽는 건 에디터스 레터(편집장의 편지)다. 관점과 시각, 기획 의도가 실려 있어서 잡지 전체를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광고를 본다. 광고도 콘텐츠다. 이해하고 해석할 여지가 많다. 보통 앞쪽에 실리는 광고가 가장 비싸다. 예컨대, 광고 배치를 보고 요즘 어떤 브랜드가 돈을 많이 쓰고 있구나, 잘나가는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잡지에 주로 실리는 럭셔리 브랜드 광고는 이미지 자체가 업계의 가장 세련된 형태다. 비주얼과 이미지 역시 메시지가 된다. 두 번째로 읽을 때에는 텍스트 위주로 읽는다. 인터뷰, 피처 기사를 읽으면서 이번 호의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어떤 사람을 섭외하고, 어떤 칼럼을 썼는지, 구성을 본다.”
그는 ‘잡지 읽기 모임’도 주재한다.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에서 잡지 읽기 모임 ‘알쓸신잡(알면 알수록 쓸모있고 신박한 잡지)’ 클럽장을 맡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4개월간 주제를 정해 잡지를 읽고 토론하는데, 우리 클럽은 한 번에 두 권씩 총 8권을 읽기로 했다. 잡지와 브랜드, 잡지와 트렌드, 잡지와 라이프스타일, 잡지와 비즈니스,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잡지를 2종씩 정해서 비교하면서 읽는다. 처음에는 많은 분이 잡지로 무슨 독후감을 쓰냐고 했었는데 막상 읽어본 후에는 ‘잡지에 볼 게 참 많다’ ‘잡지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말씀을 하신다.”
우씨는 디지털 시대에 ‘주관적 글쓰기’가 있는 잡지의 형태와 특성이 오히려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잡지의 형태와 특성은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각광받을 것이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주관이 있는, 뷰가 있는 글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잡지는 기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만드는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를 놓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스터디를 하다가, 글을 써볼까 하는 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유행하는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이 모두 잡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거다.”
“두 시간 동안 구글 검색을 해서 알 수 있는 정보와 전문잡지를 두 시간 동안 읽어서 얻는 정보의 양과 질은 비교가 안 된다. 잡지의 가치가 월등히 높다. 돈을 내서 잡지를 구입하고 읽는 것이 오히려 자본과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아티클의 수는 셀 수도 없다.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알 수가 없다. 전부 어떻게 확인을 하나. 브랜드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든 상품의 스펙이 공개돼 있지만 하나하나 찾아보고 비교하고 사려면 시간이 든다. 브랜드를 믿고 구입하는 경우엔 시간이 절약된다. 확인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분명히 효율적이다.”
그는 또 "잡지가 브랜드가 된다"고 분석했다.
“《모노클》 이전에 《플레이보이》가 있었고. 《GQ》 역시 잡지를 넘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디스커버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피》 같은 미디어 역시 브랜드로서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잡지는 앞으로도 활용될 여지가 있다. 종이 잡지로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잡지는 ‘내가 누구다’ ‘우리가 누구다’를 보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씨의 '잡지관'은 디지털시대에 잡지가 나아갈 방향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