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은 성공적이다. 바라카 원전 등 원전 협력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을 위한 UAE의 협력을 약속받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27일(현지시각) UAE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두 나라 기업인들의 모임인 ‘2018 한‧UAE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제는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직접 보았습니다. 사막 위에서 양국의 굳건한 경제협력이 결실을 맺고 있었습니다. 당당하게 솟아오른 4개의 돔은 양국 간 협력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뜻의 ‘바라카’ 원전은 양국 모두에게 축복이 될 것입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최초로 수출한 상업 원전이자, 탈 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UAE 최초의 원전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양국의 기술력과 자본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바라카 협력 모델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두고 국내에서는 ‘탈(脫)원전’을 추진해 왔던 문 대통령이 해외에선 원전을 ‘신의 축복’이라고 하는 등 ‘원전 찬가’를 부르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통해 “그렇게 탈원전을 강조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UAE 방문에서 신고리 5·6호기와 같은 한국형 원전 모델(APR 1400)인 바라카원전의 완공을 양국 관계에 있어 ‘신의 축복’이라며, 앞으로 중동을 비롯한 원전 수주를 추진한다고 한다”며 “대한민국에서는 공사 중단을 주장했던 원전이 외국에서는 축복이 되었다. 국민은 헷갈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겐 나쁘지만, 남에겐 좋다는 식의 두 얼굴 전략으로 ‘쩐(돈)’을 추구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그간 문 대통령은 탈원전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한국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에너지 생산) 비율이 약 40%이며 현 정부가 원전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은 가동을 중단하고 원전 추가 건설도 해선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에너지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2012년 6월 7일 일본을 방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자리)
“전 국민이 모두 봤으면 하는 영화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 달라라는 염원이 지금 촛불 민심 속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시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자는 다짐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2016년 12월 18일 부산에서 박정우 감독과 함께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를 관람한 뒤 눈물을 흘리며)
“고리·월성 원전 반경 30㎞에 수백만 명이 살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가 만에 하나 생긴다면 우리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대재앙이 될 것이다. 판도라라는 영화를 보면 원전 재난이 났을 때 정부가 전혀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다만 참상의 정도 면에서는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참상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경상북도는 지금 원전 12기가 가동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광역 단위로는 가장 많은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곳이다. 세계적으로도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그런 곳이다. 처음에 우리가 원전 들어설 때는 대한민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다. 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월성이든 경주든 말하자면 지진으로부터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지난 9월 지진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여진 상황 보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어느 곳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가 확인하게 되었고, 특히 이 지역(경주)은 바로 아래에 활동층 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우리도 앞으로 탈(脫) 원전 사회로 가야 한다. 그와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를 전환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2010년 1월 8일 경북 경주를 방문, 주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 원전과 함께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려가겠다.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다.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 조치도 제 임기 내에 완료하겠다.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다. 탈원전을 둘러싸고 전력수급과 전기료를 걱정하는 산업계의 우려가 있고, 막대한 폐쇄 비용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저의 탈핵, 탈원전 정책은 핵발전소를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국민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이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2017년 6월 19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에서 열린 1호기 퇴역식 연설 중)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