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자유한국당과의 ‘대선 후보 단일화’ 언급... 지방선거 선거연대도? : 월간조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6일, 차기 대선에선 우파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이날,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강에서 “다음 대선 때도 이렇게 갈라져서 승부하는 게 옳은가”라며 “그런 점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도 결선투표를 하자는 얘기까지 하지 않느냐. 후보 단일화도 결선투표 과정과 본질이 비슷한 것”이라면서 ‘단일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홍준표(좌)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우)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유 대표는 26일, "자유한국당이 정신을 차리면 합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서도 조건부로 가능성을 열어놨다. 유승민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정신을 차리기 전엔 저는 합당은 안 한다”면서도 “저희(바른미래당)가 진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옳은 길을 가다 보면, 자유한국당이 진짜 변하고 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면 그러면 합칠 가능성이 있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자유한국당과의 ‘접점’이 생기면 합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국민의당 출신 중 안철수(좌)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진영(우) 변호사는 "한국당과의 통합불가는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바른미래당 내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당 출신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측근인 장진영 변호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과의 통합불가는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이라며 “한국당이 정신 차리면 합칠 가능성이 있다는 말과는 결코 양립 불가한 모순된 말”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그의 글이다.

〈유 대표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당과 합당은 하지 않는다”입니다. 그러나 개개 발언 내용을 보면 한국당과의 합당에 여운을 남기는 것으로 읽히고, 실제로 언론들도 그렇게 보도했습니다.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의 정치인인 유 대표께서 그동안 해오신 말씀에 대해 자기부정을 하는 듯한 말씀을 하신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정치경륜이 오랜 유 대표께서 어떤 보도가 나갈지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밤낮없이 뛰는 요즘, 당 대표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후보들의 사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유 대표께서 한국당과의 통합가능성에 대해 오해 소지가 없도록 보다 명확한 표현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맡은 박주선(우) 국회 부의장은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합당'은 적극적으로 부정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이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후보를 안 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인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4월호)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은 꿈에도 생각 안 하는 얘기”라며 “자유한국당은 ‘극복’과 ‘배제’의 대상이지, ‘연합’과 ‘연대’의 대상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불가’는 ‘안철수계’와 ‘호남 지역 의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단, 박주선 부의장은 자유한국당에 ‘개과천선’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이어 자유한국당과 합치는 '신 3당 합당'과 '묵시적 선거연대'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당선 가능성이 없어서 자유한국당이 후보를 안 낸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부의장과의 인터뷰 중 관련 대목이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친다고 했을 때 추후 자유한국당과도 통합해 소위 ‘신(新) 3당 합당’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습니다. 합칠 계획이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심판하고, 재발방지를 하자는 것도 거부하고 있잖아요. 그런 정당과 합당을 해서 우리가 국정농단 세력이 되고, 적폐청산을 반대하는 세력이 될 수는 없어요. DNA가 다르고, 혈액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 인사들도 그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요.
“그 사람들에게도 있죠. 하지만 ‘박근혜 탄핵’을 위해서 과거 국정농단 세력 일부를 형성했던 일을 사죄하고, ‘이제는 달라지겠다’면서 탄핵 소추에 찬성하면서 ‘개과천선’을 했다고 생각해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지난해 제헌절 행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자유한국당은 연합과 연대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그 구성원들에겐 '개과천선'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서 “나는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다” 또는 “당시에는 반대했지만 내 생각이 잘못됐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할 수 있습니까.
“우리 당의 강령과 정책에 동의하고, 과거 잘못에 대해 국민께 진정성 있게 용서를 구하면, 마다할 수 없는 거죠. ‘개과천선’할 기회를 줘야지.”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은 불가하다는 겁니까.
“그건 꿈에도 생각 안 하는 얘기이고! 자유한국당은 ‘극복’과 ‘배제’의 대상이지, ‘연합’과 ‘연대’의 대상은 절대로 아닙니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지방선거 이후 소멸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선거연대’도 불가합니까.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과 ‘묵시적 연대’를 할 거란 얘기가 있는데요.
“우리는 자유한국당과 ‘내통’할 의사가 전혀 없어요. 거기는 ‘내통 대상’이 아니라고. 다만, 스스로 후보감이 없고 당선 가능성이 없어서 전략적으로 후보를 안 내고 다른 지역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