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관리인의 일기' 원본 세간에 공개... 어떤 내용이? : 월간조선

일제시대 일본군 위안소에서 일했던 관리인의 일기 원본이 공개돼 일제의 위안부 만행이 민낯 그대로 드러났다.

25일 방송된 KBS1 'TV쇼 진품명품'에 출연한 의뢰인 오채현씨는 "1943년부터 2년간 작성된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 원본"이라며 오래된 노트 2권을 갖고 나왔다.

이 일기는 경기도 파주의 ‘타임 캡슐’이라는 개인 박물관 운영자인 오씨가 15년 전 경주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문서다. 이를 2013년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도하는 낙성대 경제연구소 팀이 현대어로 번역해 출간한 바 있다. 원본이 세간에 모습을 낱낱이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일기는 당시 일본 군부가 조선인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위안소 운영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다. 과거 일본 군부는 위안소 정책을 운용하면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처음부터 자료의 생산을 하지 않았고 남아있던 기록도 모두 불태웠다. 위안소 운영에 관계했던 사람들도 관련 기록을 남길 수 없어 신문 등에 게재된 2차 자료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구술 증언에 의지했다. 그러던 중 이 일기가 등장했다.

국한문 혼용체로 적혀있는 이 일기는 위안부 관리인이었던 일기의 주인공이 위안부 25명을 데리고 싱가포르를 거쳐 미얀마로 가는 동안 작성된 것이다. 일기에는 일본군 위안소의 경영 실태와 일본군위안부의 생활상 등이 남겨져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1943년 1월 12일 화요일, 맑음. 의무실에 갔다가 연대 본부 사무실에 가서 위안부 수입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당시 위안소 관리인들이 자신의 상황을 일본군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위안소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정적 자료가 된다.

김영준 감정위원은 "일본군과 위안소, 위안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에 출연한 이신철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일제가 패전 전 대부분의 기록을 불태운 상황에서 개인의 기록은 엄청나게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관련 기록이 많지 않아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에만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위안부 관리원 일기는 국한문 혼용체로 작성됐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 교수는 또 "'제4차 위안단'이라는 단어는 적어도 일본이 4차례 이상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 일기'의 최종 감정가는 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감정위원들은 "일본 정부와 군이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유일한 기록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씨는 "많은 분께 위안부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게 돼 소장자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