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조선일보
최근 콜센터 상담원 등 감정노동자들이 업무 현장에서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피해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현대카드(대표이사 정태영 부회장)의 선제적 대응 사례가 주목 받고 있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2011년부터 SNS를 통해 감정노동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상담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태영 부회장의 생각은 회사 정책으로 이어졌다. ‘손님이 왕이다’란 기존 관념을 깨고 ‘블랙컨슈머에 대한 단선조치’를 시행, 상담원 보호에 나선 것이다.
현대카드는 2012년 2월부터 폭언을 일삼는 고객들에 대해서는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끓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했다. 동일한 고객으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하지 않게끔 ‘블랙컨슈머 관리 프로세스’도 만들었다. 이런 조치를 취한 가장 큰 이유는 콜센터 상담원들이 언어 폭력에 의해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비합리적 태도를 보이는 고객에 대한 응대 원칙을 강화한 ‘엔딩폴리시(Ending Policy)'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욕설, 성희롱, 협박 등 수위에 맞춰 상담원이 1단계-2단계-3단계 경고 조치를 취하고, 그래도 욕설을 하면 고객의 전화를 끊어버리는 제도다. 정태영 부회장은 이러한 제도가 지속되도록, 상담원 보호원칙을 제정하고 본사에 전담팀을 두어 교육과 모니터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대카드는 상담원이 고객의 폭언과 폭행, 성희롱으로 피해를 입을 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핫라인’도 운영 중이다. 회사에서 겪은 각종 업무 고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상담·제보 채널 ‘옴부즈인’을 통해 상담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상담원들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 문제도 챙기고 있다. 감정노동자들의 고충과 직무 관련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심리상담 전문 프로그램인 ‘마인드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언제든 수면과 요가 명상을 할 수 있는 직원 쉼터 ‘냅&릴렉스 존’도 운영 중이다. 업무상 피로도가 높은 상담원들을 위한 전문 수면시설인 ‘캡슐 호텔’을 설치해 틈틈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제도 시행 후, 상담원들의 만족도는 컸다. 현대카드 상담원을 대상으로 설문 결과 53%가 스트레스가 감소했다는 응답을 보였고, 79%가 원활한 상담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상담원들의 업무 안정감이 높아졌고 이는 장기근속으로 이어졌다.
상황 대응력이 뛰어난 고역량 상담원 비중은 성희롱, 욕설 고객 단선 조치 직후인 2012년 39%에서 2017년 8월 58%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역량 상담원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상담 고객들의 만족도가 향상됨을 의미한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CS(customer service) 개념도 재정의했다. 진정한 CS란 고객에 대한 태도가 아닌 솔루션이란 것이다. 고객이 처한 문제에 대해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CS의 본질이라고 정 부회장은 강조하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