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블룸버그
미국 '백악관 안보수장' 격인 국가안보보좌관에 초강경 '매파'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임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을 경질하고, 존 볼턴을 신임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서 "(오는) 4월 9일부터 볼턴 전 대사가 나의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된다는 것을 기쁘게 알린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트위터로 국무장관을 교체한 지 9일 만이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의 트윗 이후 백악관 성명을 통해 "나라를 위해 34년 동안 근무했다. 이번 여름 미군에 은퇴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공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맥매스터 교체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트럼프와의 성격 차이 때문이었다. 최근 공화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와의 성격 및 스타일 차이로 사적 갈등을 빚어 왔다"고 말했다.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맥매스터가 브리핑을 할 때면 '그가 거칠고 잘난 체 한다'고 생각해 짜증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 참모들조차도 경질 시기가 이날이 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지난 21일 백악관 안보팀의 메모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 트럼프의 진노를 불러 경질 조치를 앞당겼다고 분석한다. 메모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재선 축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안보팀이 조언한 내용이 담겼다.
'대북 지원 없다' '북핵 타격 옳다' 매파 볼턴의 결기
볼턴의 신임 안보보좌관 내정으로 미국 외교기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볼턴에 대해 "수퍼 매파(super-hawk)"라고 칭했다. 《AFP통신》 또한 "최강 매파(arch hawk)"라고 불렀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냐 전쟁이냐'하며 북한의 양자택일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볼턴은 1948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예일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법무부 차관과 1989년 국무부 차관을 지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을 거쳐, 2005년에서 2006년까지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다. 레이건,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정권 등 주로 공화당 행정부에서 중용됐다.
유엔 주재 대사 시절 북핵 문제를 직접 다뤘다. 그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안보리의 대북 제재 1718호 결의를 주도했다. 앞서 2003년 북핵 6자회담 때는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북한을 "지옥"이라고 칭하며 김정일을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일갈했다. 이에 북측이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라고 격분해 대표단에서 제외됐다.
볼턴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해야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당연히 비핵화 없는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을 반대한다. 특히 그는 위험요소인 북핵에 대한 선제공격은 정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북 정상회담 발표 뒤에도 “북한이 결승선(미 본토 핵타격)을 몇 미터 앞두고 왜 멈추겠느냐”고 일축했다.
볼턴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북한)과의 대화(정상회담)에서 비핵화란 진짜 목표에 대해 대화하길 바란다"면서도 "만약 그들이 진지한 대화에 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매우 짧은 만남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들이 진지하다는 데 회의적이다. 그들은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제네바합의 때 있었으나 그들은 엄청난 중유를 가져가고도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볼턴은 북한과의 평화조약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는 "그들이 북한 인민들을 위해 경제적 발전을 원한다면, 한반도 분단 제스처를 끝내고 북한이 한국 정부에 통일을 요청해야 한다"며 "그것이 북한 인민을 지원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