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는 왜 5년된 옷을 백화점에서 제값받고 팔았을까 : 월간조선

영국산 명품브랜드로 유명한 '버버리'가 국내 대형백화점에서 생산한 지 5년이 된 옷을 신상품과 같은 값을 받고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브랜드 매장에서는 해당 시즌, 즉 봄여름(SS) 또는 가을겨울(FW) 시즌 상품만 판매하며 시즌 마지막 시점에 세일을 실시, 시즌이 지나면 이월상품이 된다. 이월상품은 가격이 할인돼 아울렛으로 가거나 이월상품전, 세일이벤트 등에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버버리는 2013년 제조돼 옛날 라벨이 달린 상품을 백화점 매장에서 신상품과 거의 같은 가격에 판매했다.

23일 채널A는 "버버리가 5년묵은 코트를 제값받고 팔고선 문제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초 강남 H백화점 버버리 매장에서 200만원대 트렌치코트를 구입한 제보자 A씨는 옷 안쪽에 적힌 '제조일 2013년'이라는 문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브랜드이름이 적힌 라벨도 5년 전 것이었다.

A씨는 백화점과 버버리코리아측에 문의했고, 버버리측으로부터 "2013년 제품이 맞고 정책상으로는 문제가 안 되지만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오래된 제품을 신상품과 함께 판매하는 것이 본사 방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이를 방송에 제보했으나 버버리측은 이미 해당 매장에서 오래된 물건을 치운 상태였다.

이 소식을 접한 패션업계는 "다른 브랜드까지 오해받게 하는 무책임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패션업체 한 브랜드실장은 "제조일자와 판매시점이 수개월정도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5년 전 제작된 옷은 이미 아울렛에서도 판매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백화점 옷값이 비싼 것은 재고를 감안하고 해당 시즌에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이 지나면 아울렛으로 가서 20~30% 할인가격에 팔리고, 아울렛에서도 안 팔리면 반값 이하에 패밀리세일과 창고세일 등으로 소진되죠.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명품브랜드들은 브랜드이미지를 위해 일정시간이 지난 재고를 아예 소각하기도 합니다."

그는 또 수 년이 지난 옷은 판매가치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옷의 시즌이 지났다는 것은 창고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상 옷의 품질이 손상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시즌이 지난 제품은 할인폭이 커지는 것이고, 두 시즌 정도 지나면 옷값은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상식적으로 4~5년 지나면 옷값은 0(제로)에 가까워지는거에요.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스테디셀러라 매년 신상품 디자인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고 한두시즌 지난 제품도 인기이긴 한데, 5년된 제품이 강남 유명 백화점에 걸려있었다는 것은 정말 경악할 수준입니다."

이 사건 후에도 버버리코리아측은 "본사방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들의 "한국시장이 호구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강하게 규제하지 않는 백화점측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이 소식을 본 한 소비자는 "외국 명품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며 "업계 상식을 벗어난 이런 행위에 어떤 방식으로든 제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