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에서 한 여교수가 안희정 충남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해 학생들과 설전이 벌어지며 강의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했다.
23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 동국대의 한 수업에서 미투와 관련해 교수와 학생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A교수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해 "피해자는 네 번의 성폭행을 당하는 동안 왜 거절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교수님이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A교수는 "피해자가 (성폭행 시도를) 완강하게 거부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피해자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은 아닐까.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안 전 지사만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학생들은 "그런 말씀은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반박했다.
A교수는 물러서지 않고 "피해자가 안 전 지사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좋아하는 것을 빌미로 내 지위를 유지하려고 그런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학생은 "교수님이 가해자 입장에서만 보신 것 같다"며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가해자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지 피해자의 대처가 잘못돼 일어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A교수도 "물론 가해자가 잘못을 했지만 그 여성이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에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논쟁은 계속 이어졌다. 한 학생이 "그런 시선 때문에 여성들이 무서워서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자꾸 뒤로 숨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A교수는 "그런 시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대비를 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학생은 "교수님 자녀가 성추행당해도 그렇게 말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A교수는 "약자가 강해지려면 자기를 보호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내 딸이 그랬다면 왜 그 정도밖에 대응하지 못했느냐고 더 야단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논쟁이 격해지면서 학생 3명이 강의실을 나가 버렸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학생 10명은 지난 22일 A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A교수는 사과하지 않았고 학생들은 A교수의 발언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했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대학 측은 이날 A교수를 강의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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