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을 향한 이대생들의 색다른(?) '미투 운동' : 월간조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잇따라 교수들에 대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가 나오면서 학생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재학생들은 이화여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사무실을 항의 쪽지로 채우는 퍼포먼스도 벌이고 있다.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성폭력사건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피해호소 학생들의 2차 피해 방지 보장하라" "학교 당국은 학내 교수 성폭력 사건 응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화여대에서는 지난 20일 조형예술대학 K교수가 학생들을 지속해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터진 데 이어 전날 이 학교 음악대학 S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비대위는 "교수 성폭력 사건은 권력형 성폭력 문제로 교수와 학생이란 권력-피권력자 관계로 문제가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며 "교수는 이런 위치를 이용해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학생에게 몇십년간 성폭력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소수과이자 졸업과 진로를 위해선 교수의 직접적인 평가가 중요한 예술대, 음대의 특징을 악용했다"며 "조소과 K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관현악과 S교수는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양성평등센터에 따르면 K교수는 강의에서 배제돼 학생들과 분리 조치된 상황이다. 하지만 S교수는 전날까지 강의를 그대로 진행했다고 총학생회는 전했다. 김정한경 부학생회장은 "총장과 학교당국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해 (해당 답변이) 최선이라고 한다"며 "미투에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말한 것은 게으른 대처이고 기만"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재학생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사무실 외벽에 붙인 항의 포스트잇.

이날 관현악과 S교수의 조소과 K교수의 사무실 출입구는 포스트잇 수백여장과 풍선 등이 나붙었다. 포스트잇에는 ‘성폭력 없는 우리 세상, 깨끗한 우리 이화를 위해', ‘방 빼', ‘범죄자와 교수는 양립할 수 없는 단어', '사죄하십시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는 두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 등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학생들이 성폭력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며 벌인 퍼포먼스라고 한다.

앞서 이화여대 익명의 제보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K교수는 대학 MT, 전시 뒤풀이 등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작가와 큐레이터를 소개시켜준단 핑계로 학생들이 자신들의 지인들에게 음식을 나르거나 술을 따르게 하는 등 접대할 것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또 S교수에 대해서는 "개인지도 시간, 전공 수업시간 등에서 건강상 이유, 자세 교정, 악기 지도 등 이유를 들어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본인이 한의학을 공부했다며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학교 당국은 현재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조형대학에서 불거진 미투 폭로 건에 대해 관계자 조사에 나섰다. 학교 측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리=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