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한·미 금리 역전, 예상되는 파장은? : 월간조선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경제에 어떤 파장이 일지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1.25~1.50%) 대비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1.50~1.75% 수준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1.50%)를 넘어섰다. 2007년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준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 양호한 미국 경제 지표 등에 따른 자국의 경기 과열을 식히려는 조치로 읽힌다. 그만큼 현 실물 경기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연준은 이날 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5%에서 2.7%로 높였다.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2.4%로 낙관했다. 현 실업률 4.1%는 3.8%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정책결정문에 “경제전망이 최근 수개월간 강화됐다”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한국의 금리 인상도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1~2회 금리 인상을 점친다. 연말에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6%에 육박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도 있다.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가장 큰 문제다. 이미 145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5% 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의 금융 부채가 4조 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약계층 대출자들의 생계가 파탄날 수도 있다. 환율·주식·부동산 경기도 금리 인상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선 한국도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사례는 두 번 있었다. 1999년 7월~2001년 3월의 1차시기와 2005년 8월~2007년 9월 2차시기다.

1차시기 다음달인 1999년 8월 채권시장에서 16억 5000만달러와 주식시장에서 2억5000만달러, 도합 19억 달러가 한국을 빠져나갔다. 2차시기 다음달인 2005년 9월·10월에도 채권시장에서 18억 8000만달러가, 주식시장에서 1억 3000만달러가 빠졌다.

게다가 한미 금리 격차는 이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 연준은 올해 3차례, 내년 3차례, 내후년 2차례 등 총 7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올해 4차례 인상설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정부는 일단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외국인 자본유출 위험성에 대해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약 85%를 차지하는 주식자금은 국내경기 상황과 기업실적 전망 등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국내 금리 인상 문제에 대해 “가계부채 총량을 신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환부담 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지난 22일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결과를 점검하고 대책을 의논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미 금리 인상과 관련) 국내 금융시장엔 별 영향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장 불안 상황이 온다면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을 통해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