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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미래전쟁 전문가들이 쓴 미-중전쟁 가상시나리오

중국, 군사-정찰위성 격추시키고 해킹으로 미군 마비시켜...드론으로 진주만 공습, 하와이 점령 (소설 <유령함대>)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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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이 서구를 지배한 것을 흉내 내면서 아시아를 지배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힘센 국가가 되고 미국을 이곳에서 몰아내는 게 목표다. 그러니 충돌 안 할 수 없다."

"강대국은 두 개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지역의 패권국이 되는 것과 다른 국가가 자신이 장악하는 지역에서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미·중은 지금 그런 코스로 가고 있다."

미국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3월 23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패권국가가 된 중국에 한국이 편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면 한국은 '반(半)주권 국가(semi-sovereign state)'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중간에는) 전쟁 가능성보다는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동중국해, 남중국해와 한반도와 대만에서도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소설 <유령함대>(피터 W.싱어, 오거스트 콜)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 고조가 긴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전쟁 상황으로 들어가는 경우를 가상한 ‘미중전쟁 가상시나리오’다.

이 소설 속 미래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 2026년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고 미국을 기습한다. 전쟁의 계기가 된 것은 남태평양에서 거대한 천연가스전이 발견되었기 때문. 중국은 이를 계기로 태평양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중국 국가지도부가 공산정권이 아니라 ‘위원회’라고 불리는 군-경(軍-經)복합체라는 점이다. 이들은 중국공산당 정권이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시민과 학생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려 하자 이를 거부하고 중국공산당정권을 타도한 후, 군부와 비즈니스세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신정권을 수립한다. 얼마 전 절대권력을 장악한 시진핑은 이 소설 속에서 정변 와중에 목숨을 잃은 전임 최고지도자로 등장한다.

이 소설이 그리는 전쟁은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떤 가상전쟁소설과도 다르다.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된다. 러시아 우주정거장에서 함께 생활하던 미군 대령이 우주공간에 버려지고, 중국 우주정거장 ‘티엔궁’의 우주인들은 레이저를 발사해 미국의 군사-통신위성들을 모조리 파괴한다. 중국 해킹부대의 공격도 시작된다. 눈이 멀고 귀가 먼 미군의 지휘통신통제체제는 순식간에 마비된다. 이 틈을 타서 자동차 수출용 선박과 민간항공기로 실어 나른 중국군이 하와이를 점령한다. 드론이 진주만의 미국함대를 공습한다. 진주만에서는 제이미 시먼스 함장이 지휘하는 코로라도 호라는 배만이 간신히 진주만을 탈출한다. 유일하게 이륙한 미 해병전투기는 조종사의 헬멧에 들어 있는 칩에 반응하는 중국군 미사일을 맞고 추락한다. 중국산 반도체칩이 들어 있는 미국의 무기들은 재앙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한편 러시아 공군기들은 오키나와를 폭격한다.

이후 중국은 일방적으로 동태평양 휴전선을 선포하고, 미군 군함들이 넘어오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이 선을 무시하고 넘어간 미국 항공모함들은 차례로 격침당한다. 미국이 자랑하는 핵잠수함들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을 추적하는 중국의 미사일들에 의해 격침당한다. 핵미사일을 발사해도 제대로 작용할지 자신이 없는 미국은 핵 보복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일본과 한국은 중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되고, 나토도 미국을 나몰라라 한다. 폴란드와 신생독립국 그린란드 정도가 미국을 돕는다.

결국 미국은 하와이를 탈환하고 중국 해군함대를 격멸하기 위해 퇴역군함들로 이루어진 국방예비함대(일명 유령함대)를 출동시킨다. 이 함대의 배들은 중국산 반도체가 대량 사용되기 이전 시대에 건조된 것들이어서 중국의 해킹 공격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주력은 레일건으로 무장한 스텔스군함 줌월트호, 함장은 개전 초 진주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이미 시먼즈다.

개전 초, 책 앞부분에서 보여주던 현란한 미래전쟁, 컴퓨터 전쟁의 모습은 뒤로 넘어갈수록 ‘인간들의 전쟁’ ‘인간 이야기’로 바뀐다. 해병대 조종사 출신 도일 소령이 이끄는 하와이의 게릴라 조직(이들은 중국의 드론 비행기와 헬리콥터에게 쫓긴다), 개인적 트라우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걸 즐기는 호텔 여종업원 캐시디, 제이미 시먼즈와 퇴역 부사관인 그의 아버지 마이크 간의 갈등과 화해...

미국이 만들어낸 문화컨텐츠들이 그렇듯이 ‘미국적 가치’에 대한 신뢰도 등장한다. 난민 출신의 청년 벤처사업가,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 우주 사략선(私掠船)을 만들어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정거장을 공격해 점거하는 백만장자 사업가, 레일건을 관리하기 위해 줌월트호에 오르는 중국계 여성 과학자....이들은 ‘미국의 가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진다.

그리고 하와이 인근 바다에서 미국과 중국의 결전이 벌어진다. 미국은 하와이를 탈환하지만 양국 함대 모두 궤멸적 타격을 입는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로 합의한다.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그려졌던 미래전쟁의 모습들이 펼쳐지면서 소설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고도로 컴퓨터화된 미군의 무기 체계가 도리어 족쇄가 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서늘해 진다. ‘미래전쟁은 이렇게 전개되는구나!’ ‘이런 전쟁이 벌어지면, 미군은, 한국군은 얼마나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가슴 졸이게 된다.

이 책 속을 단순히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저자들의 이력 때문이다. 피터 W. 싱어는 미국 국방부 자문위원이자 뉴아메리카재단(NAF) 소속의 저명한 미래학자다. 사이버 보안 및 사이버 전쟁 전문가로 미국 정보기관과 다양한 할리우드 프로젝트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2009년 「포린 폴리시 매거진」 ‘세계 100대 사상가’에 선정됐다. 오거스트 콜은 전 <월스트리트저널> 국가 안보 및 방위산업 전문기자로, 현재는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선임연구원이다. 국방부 차세대 기술(NextTec) 프로젝트의 조정자로 미래 전쟁을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전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전쟁이 첨단화돼도 전쟁을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간은 ‘가치’를 위해 전쟁을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입력 : 2018.03.23

조회 : 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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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년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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