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운영위원회, 또 이희호 등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 경호 기간 5년 더 연장하는 법률 개정안 가결 : 월간조선

국회 운영위원회가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부인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 경호 기간을 1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ㆍ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경호처 경호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20일, 대통령 경호처가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다음과 같은 ‘제안 이유’를 내세웠다.

〈종전에는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하여 퇴임 후 10년간 대통령 경호처에서 경호를 제공하고, 경호대상의 요청이 있으면 5년의 범위에서 경호처장의 판단에 따라 추가로 대통령 경호처가 계속 경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경호대상을 계속하여 안정적으로 경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대통령 경호처에서 추가로 경호를 제공할 수 있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여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현행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 3호에 따르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퇴임일로부터 10년 동안 대통령 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또 같은 법률 제4조 3항에 따라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배우자의 요청에 따라 처장이 고령 등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엔 경호처 경호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는 최장 15년 동안 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15년이 지난 후엔 경찰청으로 경호 업무가 이관된다.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해서는 담당 기관이 달라질 뿐 ‘종신 경호’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5년을 경호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은 2013년 3월에 신설됐다. 해당 조항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3년 2월 25일 퇴임했으므로 대통령 경호처 경호는 2013년 2월 24일까지 이씨 경호를 맡고, 이후엔 경찰이 하게 돼 있었다.

대통령 경호처 경호 기간이 끝나자 이희호(우)씨는 “10년 동안 같이 지낸 사람들과 헤어지기 어렵다.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지원(좌) 의원은 소위 '이희호 경호법'을 발의했고, 그 결과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한 대통령 경호초의 경호 기간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었다. 사진=뉴시스

그러자 이희호씨는 “10년 동안 같이 지낸 사람들과 헤어지기 어렵다.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에 따라 경호 기간을 5년 더 연장하는 소위 ‘이희호 경호법’을 발의했다. 특정인을 위해 법률을 고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2013년 3월 해당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또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한 경호처 경호 기간을 5년 더 연장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 역시 공교롭게도 이씨에 대한 경호 기간 만료와 시점이 겹친다. 2018년 2월 22일, 이상붕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에 나와 한 얘기도 이씨가 이전에 내세웠던 주장과 유사하다. 다음은 이 차장의 말이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퇴임 후 15년 정도 되면 대부분 고령이 되시고 그러다 보니까 15년 동안 거의 임무 수행을 해 오던 그런 인원들하고 이렇게 다시, 그 기관하고 분리돼서 새로운 인원들이 와서 경호업무를 하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많이 호소, 그러니까 이야기들을 하고 계십니다. (중략) 경호를 제공받는 피경호인들의 어떤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서 경호처에서 5년 더 연장해서 이렇게 경호하는 개정법률안을 정부 입법안으로 제출하게 된 겁니다.”

이상붕 차장에 따르면 해당 법률 개정안은 ‘효율ㆍ효과적인 경호 업무 지속 수행’보다는 이씨와 같은 특정인의 편의를 위해 발의됐다고 볼 수도 있다. 개인의 편의에 따라 나라 법을 이렇게 바꿔도 될까.

2017년 11월 17일, 한공식 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제출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 기술된 해외 사례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 사망 이후 그 배우자가 대통령 경호기관의 경호를 받는 일이 많지 않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한 경호 업무를 내무부(경찰)가 맡는다. 러시아는 연방경호실이 전직 대통령을 ‘종신 경호’하지만, 배우자는 전직 대통령 사망 이후 5년 동안 경호를 해 준다. 그 후엔 필요할 때만 경호 인력을 제공한다. 브라질의 경우엔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를 경호하지 않는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