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단 만난 이후 보름 넘게 숨어 있는 김정은... 그 이유는? : 월간조선

북한의 김정은이 지난 5일 한국 대북 특사단을 만난 지 보름이 넘도록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매체들도 남북-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정은은 과거에도 건강 등의 문제로 공개 활동을 멈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요구를 한미가 수용하며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김정은은 미국의 속내와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다음 수(手)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용호 외무상이 스웨덴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핀란드를 방문해 전직 미국 관리들을 접촉한 것도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과 스웨덴의 외무장관 회담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5~17일(현지시각) 사흘간 일정으로 열렸다. 마르고트 발스트롬 스웨덴 외무장관(오른쪽)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스웨덴 외무부 제공

북 수뇌부가 비핵화, 한·미 연합 훈련 등에 대한 대(對)주민 설득 논리를 마련 중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에 밝힌 '약속' 중에는 비핵화 등 북한의 기존 선전 내용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 많다"고 했다.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행동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이 연초부터 대남 평화 공세를 편 것은 남한을 방패 삼아 '참수·코피 작전' 같은 미국의 군사 옵션을 막겠다는 의도"라며 "김정은은 정상회담 수락 후에도 '최대의 압박'을 강조하는 미국을 보며 제2의 이라크 신세를 걱정하는 듯하다"고 했다.

김정은이 느끼는 공포감은 그의 활동 빈도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11회로 집권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활동 지역도 모두 평양뿐이었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 1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핵전쟁 도발 책동을 중지시켜 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3년간 북한과 14차례 비밀 대화를 이어온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대표단장은 지난 20일 독일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내가 비핵화를 주장할 때마다 북한 인사들은 (리비아의) 카다피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종말을 상기했다"며 "그들은 매번 내게 '카다피가 핵무기를 가졌었어도 그와 같은 종말을 맞았을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핵 포기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