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옥 여사(왼쪽)와 정두언 전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인 김윤옥 여사가 뇌물조로 받았다는 '주황색 에르메스 백'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김윤옥 여사가 뉴욕의 여성사업가 이모씨로부터 에르메스 백을 선물받았으며, 백은 돌려줬지만 여성 사업가가 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신문>은 19일 정두언 전 의원이 해당 여성사업가의 폭로를 무마하기 위해 써준 각서를 공개하며 "MB캠프가 이 사건을 돈으로 막았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MBC는 "김 여사가 뉴욕의 사업가로부터 돈다발이 든 명품백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주한국일보>는 여성 사업가와 동행했던 신부의 인터뷰를 통해 "백 안은 비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명품백 뇌물 사건에는 여러 명의 관계자가 존재한다. 명품백을 전달하던 점심식사 자리에는 김 여사 외에 김 여사와 친분이 있던 신부 김씨, 김씨의 대학 후배 주씨, 주씨의 지인인 여성사업가 이씨가 같은 자리에 있었다.
이후 김 여사는 김 신부를 통해 가방을 돌려줬지만 이를 바로 받지 못한 이씨가 주변인들에게 김 여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고, 급기야는 "한국 언론에 김 여사가 고가 명품백 뇌물을 받았다고 폭로하겠다"며 정치권과 언론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개입한 사람이 정두언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돈을 구해 해결하는 한편 이씨에게 "앞으로 편의를 봐주겠다"는 각서를 써줬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은 정두언 전 의원의 인터뷰와 김 신부의 인터뷰 등을 종합해 보면 '돈다발' 여부와 뇌물 액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사업가 이씨가 김 여사에게 '주황색 에르메스 백'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는 이씨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는 것일까.
이 과정을 취재한 뉴욕의 한인 언론인의 말에 따르면, 이씨는 뉴욕 플러싱(한인밀집지역)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던 여성으로, 현재 나이는 60대다. 이씨는 파주 영어마을 같은 영어마을 사업을 해보기 위해 김 여사에게 로비를 하기로 결심하고 김 여사와 친분이 있던 김 신부의 소개로 김 여사를 만나 명품백을 선물했다.
그러나 김 여사의 반응이 없자 2008년 5월경 이씨는 지인들에게 "한국에 가서 좌파 언론인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려 한다. 대통령 영부인이 고급 핸드백을 뇌물로 받았다고 하면 그들은 신이 나서 기사를 쓸 것이다. 가뜩이나 광우병 사태로 이명박 정권이 골치 아플 텐데 이 폭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친이명박계 의원들에게 이 사실이 전해지면서 의원들은 이를 수습하려 했고, 그 후는 정두언 전 의원이 주장하는 바와 유사하다. 이씨는 애초 김 여사에게 20억 원을 달라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이 이를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고, 수천만 원의 돈과 각서 등으로 이씨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에 상주하며 이 사건을 언론에 터뜨리겠다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다. 청와대로 직접 찾아간 일도 있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종결된다. 이씨가 다른 일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이씨는 뉴욕에서 가져간 싸구려 보석들을 서울의 지인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비싼 값에 팔았다. 피해자들은 이씨가 1000~3000달러짜리 보석들을 1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취재한 재미 언론인은 "이씨가 사기로 기소되는 과정에서 김 여사 협박사건에 대한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거래라는 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후 이씨가 김 여사 측에 연락하지도 않았고, 주변과도 거리를 두며 김 여사 얘기를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한 것은 김 여사가 이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과 정두언 전 의원의 주장대로 '김윤옥 명품백'에 3만 달러라는 뇌물이 들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씨 조사가 필수다. 과거 광고모델 경력이 있을 정도로 미인인 이씨는 사기사건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