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모티브 된 '설리번 5형제'는 어떤 사연? : 월간조선

최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 해군 순양함 'USS 주노'의 잔해가 76년만에 발견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주인 폴 앨런 탐사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서태평양 솔로몬 제도 부근 해저에서 잔해를 찾아냈다. 탐사팀은 해저 탐사기와 수중 음파탐지기를 사용해 잔해를 찾았고 이후 전문가들이 녹화된 영상을 확인해본 결과 '주노'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노'는 길이 165m의 전함으로 1941년 10월 진수(進水)됐다. 1942년 11월 과달카날 전투에서 일본군 어뢰에 탄약고를 피격당했다. 당시 선체가 두 동강이 나면서 30여초 만에 침몰, 탑승한 수병 687명이 전사하고 10명만 생존했다.

'주노'는 '설리번 5형제' 사연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미국 아이오와주 워털루 출신이자 설리번 부부의 다섯 아들로 '설리번 5형제'라 불렸다. 조지·프랜시스·조셉·매디슨·앨버트 5형제는 참전 당시 "우리 형제는 언제나 함께였다"며 같은 함정 배치를 지원했다. 해군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형제가) 함께 승리를 얻어내겠다"고 다짐하며 청원했다.

이때만해도 미 해군은 같은 부대에 형제자매 배치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었으나 한날 한시에 자원입대한 5형제를 가상히 여겨 이를 받아들였다.

폴 앨런이 이끄는 탐사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발견한 미 해군 순양함 '주노' 잔해. 사진=뉴시스

5형제는 주노에 탑승했고 일동 전사했다. 창졸간에 첫째 조지만이 구명보트에 올라타고 나머지 형제들은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자 조지 또한 구명보트에서 뛰어내려 형제들과 함께 생을 마쳤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5형제 어머니에게 조의를 표하는 친필 서신을 보냈을 정도로 그들은 미국에서 애국심의 상징이 됐다. 미 해군은 현재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DDG-68)에 '설리번 형제함'이라는 명칭을 달아 5형제를 기리고 있다.

'주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8년작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5형제 중 유일하게 생존한 라이언 일병을 전선에서 구출해 귀가시키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주노를 발견한 폴 앨런 탐사팀은 이전에도 '인디애나폴리스' '워드' '아스토리아' 등 많은 침몰 선박 잔해들을 찾아냈다. 일본 최대규모의 전함 중 한 척이었던 '무사시'와 이탈리아의 2차대전 구축함 '아르티글리에레' 등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호주 동부 해안에서 1942년 침몰한 미국 항공모함 '렉싱턴'의 잔해를 확보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