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규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약 13명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모두 25건의 살인 및 강도상해와 성폭행 행각을 벌였다. '서울 서남부지역 연쇄 살인마'로 불린 그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라이벌 의식까지 느꼈다고 한다.
2004년 검거된 유영철(당시 34세)은 국내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 사건의 주인공이다. 교도소 복역 중 출장 마사지사 아내에게 이혼당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 버림받았다"며 출소 후 노인과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했다.
유영철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던 정남규는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죄책감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범행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경감)은 그를 "쾌락을 위해 살인을 하던 진짜 괴물이자 악(惡)의 끝판왕"이라고 회상했다.
그런 그가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2009년 11월 22일,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언론에 보도된 자살 이유는 “사형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그가 남긴 노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현재 사형 제도를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인생은 구름 같은 것.”
법무부는 자살 원인에 대해 "사형제 존폐·집행여부에 대한 불안감, 자책감에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사형확정자 처우 및 수용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취재 중 정남규가 생전 믿고 따르던 종교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의 말이다.
“그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편지에 깜짝 놀랄 내용이 있었는데, 자기가 군대에서 고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예요. 처음 만났을 때 제 눈도 잘 못 마주치더라고요. 저와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니까 기자들이 찾아왔어요. 저에게 죽은 이유를 묻고 싶었겠죠. 언론에서는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어요.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기자들을 돌려보냈는데 지금 한마디 하자면 그 사형수도 참회하려고 무지 노력했어요. 그런데 연쇄살인과 관련한 일만 생기면 이 사람 이름이 TV에 하루종일 나왔습니다. 구치소에서도 TV를 볼 수 있으니 본인도 잘 알고 있었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본인은 ‘내가 용서받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데, 왜 내 이름이 또 나오나’ 괴로웠나 보더군요."
당시 전문가들은 정남규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남규는 과거 치료감호를 받은 경력도 갖고 있다"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평생 독방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고립감이 우울증을 심화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6년 기준) 총 880건의 자살시도가 있었고, 이 중 98명이 목숨을 잃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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