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사진=조선DB
서울시의 금고지기가 두 곳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내년부터 '복수 금고'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서울시는 1915년부터 현재까지 우리은행에만 서울시 예산과 기금 관리를 맡겨왔다. 독점제를 유지하던 우리은행과의 '기금 관리 약정'이 오는 12월 만료된다. 서울시가 경성부였던 1915년부터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금고를 맡은 이래 그 주체가 바뀐 적이 없다.
서울시가 그동안 우리은행과만 거래를 해온 이유는 워낙 세수 항목이 많고 데이터가 방대해 한곳에서 관리를 해야 편리하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우리은행의 독점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다. 복수 금고제를 도입해 달라고 말이다. 서울시 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천문학적 수치의 예치금을 확보해 세출, 교부금 등 출납 업무로 쏠쏠한 수익을 거둔다.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을 고객으로 끌어올 수도 있다.
각 은행은 "서울시 금고로 선정되면 각종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경쟁을 벌여왔지만, 한 세기를 지켜온 '철옹성' 우리은행의 독점은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100년 만에 우리은행의 서울시 금고 독점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우리은행은 서울시 금고 입찰 계약을 앞두고 전산시스템 오류로 시민 76만 명에게 엉뚱한 세금 고지서를 발송했다. 마침 서울시에서는 복수 금고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독점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복수 금고 불씨에 우리은행의 사고는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서울시는 다음달 25~30일 금융사의 제안서를 받아 심의한 후 오는 5월 선정을 마친다.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그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복수 금고로 선정된 두 은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총 4년간 시의 예산과 각종 기금을 확보하게 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31조8000억 원(기금 포함)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큰 규모다. 서울시의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1금고에서, 기금 관리는 2금고에서 맡는다. 부금고의 경우 일반 은행뿐만 아니라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의 금융기관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