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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위장회사와 해외 전문인력을 통해 외화벌이를 해온 정황이 파악됐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지난해 최소 2억 달러(2100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보고했다.
북한의 불법거래 흔적은 시리아와 이집트, 앙골라, 모잠비크, 나미비아, 미얀마 등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북한이 제조하는 탄도미사일과 화학무기 관련 품목 거래와 함께 기술진 파견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외교관들도 불법 외화벌이에 지속적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외교 행낭을 통한 거래 의혹도 있었다는 게 유엔 보고서의 판단이다.
유엔 제재위에 따르면, 북한은 특히 금수품 거래나 이에 동반되는 금융거래를 위해 제3국인을 내세워 역회(域外) 지역이나 아시아 금융중심지에 위장회사를 설립, 제재망을 회피해왔다고 한다. 아시아 금융중심지는 홍콩이 지목됐다. 특히 북한은 중동과 아시아에 금수품 및 금융거래, 수금 등을 위해 30명 이상의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제재위는 밝혔다.
북한은 또 대북제재 품목인 정유제품 수입을 위해 '퍼스트 오일 센터'(First Oil Center)와 '코리아 금강 석유'(Korea Kumgang Petroleum) 등 2개의 중개회사를 운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치품 수입도 드러났다. 북한은 인도로부터 지난해 1~6월 57만8000달러 규모의 귀금속과 보석용 원석을 수입했고, 이 가운데 다이아몬드가 51만4000달러(5억4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독일(2016년 6월~2017년 6월)로부터 15만1000달러의 와인과 주류를, 이탈리아(2016년 7월~2017년 2월)로부터 4만6000달러의 와인을, 칠레(2016년 6월~2017년 8월)로부터 29만 달러의 와인을 각각 수입했다. 불가리아(2016년 9월~2017년 6월)로부터 19만8000달러의 향수와 화장품을, 독일로부터도 6만2000달러의 향수와 화장품을 각각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월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향하다 유엔 회원국에 의해 차단된 두 척의 선박에서는 대량의 내산성(acid-resistant·耐酸性) 타일과 이를 붙이는 접착제가 나왔다고 한다. 이 내산성 타일은 화학공장의 내부 벽면에 사용되는 것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됐을 것으로 유엔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2016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최소 네 차례 시리아에 탄도미사일 등 무기 관련 기술진을 시리아에 파견한 것으로 제제위는 보고 있다.
제재위는 북한 '해금강무역'이 모잠비크 몬테빙가라는 회사와 지대공 미사일과 P-12 방공 레이더 등을 포함한 600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포착했다. 모잠비크가 2015년 10월 북한에 레이더 기술진의 방문을 요청한 서한도 확보했다.
북한과 모잠비크는 'EMKIP'라는 조인트회사를 설립, 수산1, 수산2 등 북한 어선 세 척과 40명의 북한 근로자들을 동원해 새우잡이 어로 활동을 했는데, 이들이 잡은 새우를 남아공의 회사로 넘겼으며 가공된 새우는 중국 상하이로 팔려나갔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