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
전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 정봉주씨가 18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소재 경의선 숲길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애초 지난 7일, 출마 선언을 하려 했지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돌연 취소한 뒤 11일 만의 일이다.
정봉주씨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18일) 오전 11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합니다. 7일 선언할 계획이었는데 11일간의 험난한 과정을 뚫고 드디어 선언합니다”며 “많은 힘을 주세요 현장에 함께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정봉주씨는 두 차례 시도 끝에 공식화한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서 “벅찬 마음으로 인사드린다”면서 “뜨거운 열정과 엄숙한 심정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또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438번지’가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면서 ‘서울 토박이’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서울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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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봉주씨는 박원순 시정 2기(2014년 7월~)를 "허전하고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서울이 늙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선일보 |
정봉주씨는 이어 박원순 시정을 1기와 2기로 분리했다. 정씨는 “박원순 시장 1기(2011.10~2014.06) 당시 서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2기(2014.07~), 그 4년은 뭔가 부족하고 허전하다는 느낌”이라며 “서울이 늙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정씨의 주장이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시민 여러분께 질문 드립니다. 우리 서울시가 과연 활력을 찾고 있습니까? 우리 서울시가 미래세대에게 과연 희망을 주고 있습니까? 자신 있게 예스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서울을 다시 살리기 위한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우리 기억 속에 서울은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저마다 꿈을 안고 맨주먹으로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었습니다. 직장이 널려 있고, 몇 년 마음고생 하면 결혼도 해서 내 집도 마련하고 자식들 교육시키기도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 서울은 어떻습니까? 삶에 지친 젊은 세대가 탈출하고 있는 서울, 가정을 위해서 중장년층은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서울, ‘잿빛 서울' '서울 탈출’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정봉주의 결단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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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정봉주씨가 출마 선언을 하는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서울이 젊어져야 합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서울이 늙어가고 있습니다. 위기입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젊은 세대가 서울을 떠나고 있다는 것은 서울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대로 두면 10년, 30년 뒤에 서울이 어떻게 변할까요?
(중략)
단지 관리만 하고 현상유지만 하는 시정, 이제는 안 됩니다. 서울특별시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리형 리더십이 아닌 정면 돌파형 리더십, 머무르는 리더가 아닌 해결하는 리더, 서울시민은 새로운 서울시장을 원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정봉주입니다.
(중략)
서울이 쾌청해질 것입니다. 미세먼지 없애고 숨 쉴 수 있는 서울을 위해, 5000만 그루 나무를 심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4대 간선도로 지중화 사업을 추진해 미세먼지와 교통지옥을 해소하겠습니다.
더 자세한 정책공약은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뜨거운 열정과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서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아납니다. 서울이 젊어져야 서울시민이 행복해집니다.
정봉주, 서울을 젊게 만들겠습니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 서울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정봉주, 가장 확실한 승리 카드입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열심히 뛰겠습니다. 응원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서 ‘젊음’을 강조한 정봉주씨는 1960년생이다. 그가 비판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1957년생이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겨우 3세란 얘기다. 그런데도 정씨는 ‘젊은 서울’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이 박 시장보다 '젊은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일까. 공약과 정책이 참신하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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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봉주씨는 박원순 시장보다 불과 3세 어리지만 출마 선언에서 유독 '젊음'을 강조하면서 "서울시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선일보 |
과연 정봉주씨는 서울시장 선거 때 후보로서 시민들에게 자신의 ‘젊음’을 알리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씨 관련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그의 복당 심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진 탈당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복당이 보류될 경우 정씨는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다. 정당 조직 없이 광역단체장 선거를 이끌어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씨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에 지지율이 높지 않은 인사였고, 진위를 떠나 성추문이 제기된 것 자체가 표심을 얻는 데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