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
이명박 정부 당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자유한국당의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5일, 당 민심점검회의 참석차 찾은 강원도 평창에서 기자들이 “이 전 법제처장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느냐?”는 물음에 “틀린 말은 아니다”라면서 “이석연은 (박원순 시장이 몸담았던) 경실련의 창립 멤버이고, 누구보다 박원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빅 매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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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5일, 서울시장 선거에 이석연 변호사를 전략공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뉴시스 |
홍준표 대표는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앙당 공심위(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에서 ‘영입인사’는 경선하지 않고 전략공천을 한다는 원칙을 이미 발표했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가 마음만 굳힌다면, 전략공천을 받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대표였을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내보낼 인사로 이 변호사를 영입한 바 있는, 홍 대표는 이번 ‘이석연 전략공천’과 관련해 “(이석연이 출마하면) 박원순 시장과 빅매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자신을 ‘정치 9단’이라고 여기는 ‘홍준표’의 전략이 통할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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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연 변호사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자 중 한 명이다. 사진=조선일보 |
첫째, ‘이석연 전략공천’엔 새로움이 없다. 선거 때 유권자들은 ‘새로움’을 찾게 마련이다. ‘새로운 인물’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이다. 2011년 10월부터 서울시장직을 맡고 있다. 햇수로 8년째다.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한다면 서울시장만 12년간 맡는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공략해야 할 유권자층은 당연하게도 ‘박원순 시정 8년’에 싫증을 내는 서울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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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좌)의 맞상대로 홍정욱 헤럴드 회장(우)을 내세우려 했다. 사진=조선일보 |
애초에 홍준표 대표가 홍정욱 헤럴드 회장을 내세우려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석연 전략공천’은 유권자들에게 새로움을 주기엔 부족한 전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56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63세다. 이석연 변호사는 1954년생으로, 올해 65세다. 나이만 놓고 볼 때 박 시장과 이 변호사는 ‘새로움’과 가까운 인물이라고 하긴 어렵다.
둘째, ‘이석연 전략공천’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시장으로 기정사실화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는 홍준표 대표가 이석연 변호사를 가리켜 “누구보다 박원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부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지지율로만 따지면 박 시장이 우세하긴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돌발 변수, 여타 후보 지지세가 폭등하는 이른바 ‘○○○ 바람’이 발생한다면 결과를 예상하긴 어렵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경선에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 2인을 놓고 재투표하는 ‘결선투표제’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우상호, 박영선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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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호, 박영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경우 홍준표 대표가 내세운 "누구보다 박원순을 잘 아는 사람"이란 강점은 무용지물이 된다. 사진=뉴시스 |
더불어민주당에서 다른 인물이 최종 후보가 된다면, “누구보다 박원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인 이 변호사의 ‘강점’은 무용지물이 된다. 자유한국당이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서울시장 선거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누구보다 서울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또 ‘시민단체 출신 박원순’에 대한 검증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만 사실상 유효했을 뿐이다. 이후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시정’이 주제가 돼야 한다. 이제는 “누구보다 박원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효용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셋째, ‘이석연 전략공천’은 '박원순 시정 8년'을 '아마추어'라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유효하지 않다. 그간 시민단체 출신 박원순 시장은 ▲도시농업 ▲도시양봉 ▲마을공동체 ▲마을기업 ▲원전 하나 줄이기 ▲도시재생 등을 시행하면서 ‘개발’과 ‘디자인’을 강조했던 ‘이명박ㆍ오세훈 시정’과 다른 길을 걸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를 두고 “서울시가 조용하게 바뀌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그 반대 측에선 ‘아마추어 시정’이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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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시장은 시장 취임 이후 도시농업(위)과 도시양봉을 추진하는 등 전임 시장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사진=뉴시스 |
역시 시민단체 출신인 이석연 변호사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 ‘박원순 서울시’의 ‘비전문성’과 ‘비생산성’을 꼬집고, 새로운 시각의 ‘대안’을 내놓을 지식과 자신이 있는지 의문이다.
넷째, 이석연 변호사가 시민단체 출신이란 점이 강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석연 변호사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자 중 한 명이라고 해도 많은 이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와 달리 박원순 시장의 경우엔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을 만든 사실이 이미 두 차례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각인된 상태다. 일반인들에게 ‘박원순=시민단체’란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박 시장은 국내 시민단체 인사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설사 이 변호사의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알려졌다고 해도 박 시장 역시 시민단체 출신이기 때문에 이 변호사가 ‘우위’에 있다고 내세우긴 힘들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