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겨냥해 일방적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최근 들어 상반된 기류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면 전환에 일조한 것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민 의원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자 부인 목혜정씨는 ‘사과와 의원직 사퇴는 당연한 일’이라는 취지로 입장의 글을 썼다. 이글에서 목씨는 “위로하고 남편을 보듬겠다”고 말했다. 이후 민 의원과 목씨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SNS와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목혜정씨의 글로 민 의원의 결백을 믿을 수 있게 됐다” “민병두-목혜정 부부를 응원한다” “민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믿을 수 있느냐”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도 비슷하다.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정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자 그를 지지하는 여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당초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그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지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증거까지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자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오히려 정 전 의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모 인터넷 매체 기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의 이른바 ‘미투 공작설’도 이러한 분위기 변화에 일조했다. 김씨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미투 운동이 정치공작’이란 취지의 주장을 두 차례나 했다. 김씨에 대한 비난 여론도 있지만,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이 같은 주장에 편승해 ‘모 대기업 개입설’ ‘야당의 국면전환용’이란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일방적 부인’이 결국 피해자들의 입장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인사들이 성추행과 같은 민감한 의혹에 휘말리다보니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의 힘을 이용해 피해자로 거명된 이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자는 12일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미투 운동은 이른바 ‘젠더 갑질’에 대한 폭로인데, 지금 같은 상황은 피해자들이 역으로 다수에 의한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방적인 비난 여론이 다소 이성을 찾는 건 고무적이지만, 그렇다고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자들을 압박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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