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SNS의 지나친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매트 핸콕 영국 디지털·미디어·문화·스포츠부 장관은 영국 매체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 업체들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령에 따라 소셜 미디어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우선 13세 이상만 SNS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 등 SNS는 현재도 13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도록 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10~12세 영국 어린이 4분의 3이 SNS 계정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핸콕 장관은 "실제 연령을 확인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시간 제한뿐 아니라 영화 등급처럼 연령대별로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SNS의 유해성 논란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이 SNS에 중독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가짜 뉴스에도 쉽게 노출되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1월 아동 보호 단체와 시민단체, 소아과 전문의 등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게 페이스북의 어린이용 메신저 서비스에 대해 중단을 요청하는 성명을 보낸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말 16세 이하의 청소년은 SNS에 가입할 때 부모 동의를 받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초·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포털 사이트에 가입할 시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정보통신망법에 의무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스마트폰이나 이메일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해외 업체들의 경우에는 '14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만 고지했을 뿐 이를 인증하는 별도의 수단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름과 성별 등 최소한의 정보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나이를 속여 가입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가입한 청소년들이 성인용 콘텐츠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청소년 보호 대책이 실효성을 낼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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