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의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고 공소시효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 등 12개 정부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는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 현재 징역 5년 이하, 벌금 1500만원으로 규정된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는 법정형을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 법정형도 징역 5년 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현행 징역 2년 이하, 벌금 500만원 이하)로 강화한다.

법정형이 상향되면서 공소시효도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의 경우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추행죄는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된다.

특히 미성년자가 성폭력 피해자일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또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추진한다. 가해자들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악용,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이 개설된다. 익명 신고만으로도 정부가 행정지도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피해자 신분 노출 없이 소속 사업장에 대한 예방 차원의 지도 감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력형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방조한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정부는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조직적 방조행위가 범죄로 성립될 수 있는지 여부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아울러 성폭력 가해, 사건 은폐, 조직적 방임, 피해자 불이익 처분 등과 관련된 단체는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제한할 계획이다.
정부는 직장 내 사업주(主)의 성희롱 행위,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 정부는 성폭력 문제가 활발히 지적된 문화예술분야에선 정확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조사단’을 꾸려 100일간 운영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국가인권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민간전문가 등 10여명으로 구성됐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도 같은 기간 운영된다. 특별조사단은 ▲사건조사 및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구제 및 문제점 파악 ▲가해자 수사 의뢰 ▲특별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한 2차 피해방지 등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