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주도'의 남북대화 추진은 자칫 이면합의를 부를 수 있다" : 월간조선

대북특사단의 방북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합의뿐 아니라 다른 이면합의도 있어선 안 된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전직 통일부 관계자 A씨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특사단은) 비핵화, 북미대화, 정상회담 등 우리 측의 대외 전략을 북한과 공유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와 정상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국제재제와 비핵화 압력 회피전략을 북측에 일러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정원 주도'의 남북대화는 위험

A씨에 따르면, 특사단은 미북 대화를 매개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즉, “일단 미국과 대화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식으로 김정은에게 주문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정상회담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받고 ‘만나준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이 국정원 중심으로 추진되었는데 ‘검은 뒷거래’로 대가를 주고받는 잘못된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에 비해 통일부 등 공식라인은 보조역할과 뒤치다꺼리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번 특사단 방북도 ‘국정원 주도-통일부 지원’ 등 과거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런 방식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특사단에 국정원장과 국정원 2차장이 포함된 것에 주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정원이 나설 경우 북한이 ‘뒷거래’와 ‘이면합의’를 선호한다고 한다. 국정원이 보안을 중요시 여기는 정보기관이기 때문에 북한이 그 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면합의' 있어선 안돼

그는 “(특사단이) 이면합의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합의문엔 ‘민족의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과 교류재개, 인도협력에 다함께 노력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사항만 기재하고 세부내용은 이면합의 또는 구두 약속 등의 형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뒷거래'에 대해 “과거처럼 눈에 띠는 직접적으로 현물이 오가는 방식이 아닌 국제재제를 피해 치밀하게 이뤄질 공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개성공단 재개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영철, 리선권, 맹경일이 방한한 것에 대해선 "올림픽 참석 목적이 아닌 특사단 방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추진하기 위한 ‘밑그림 그리기’였을 수 있다"고 A씨는 추정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판단"

이미 그때 “정상회담, 미북 대화, 교류협력 재개 등 남북 현안의 40%는 추진되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한국에 19일간 머물렀던 점,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의 주범 김영철의 방한 등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영철 방한 중 김영철의 언론에 대한 반응과 제스처, 순조로운 회담 상황 등을 보면 정부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과거의 사례로 볼 때, 남북정상회담이 집권 중후반기에 이뤄지면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기류가 이 정부 내에 흐르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 초반에 정상회담을 열어 일종의 ‘쐐기’를 박으려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 “미국과 국제제재도 일거에 무력화하고 군사훈련, 지방선거 등 예민한 시기를 피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식의 남북대화 추진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남북문제의 수단이 없어지고 북한에 계속 종속되는 상황이 재현될지 모른다”며 “차기 정권과 국민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