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사를 통해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국민 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된 1948년 중 어느 해를 대한민국이 수립된 해로 볼 것인지를 두고 학계와 정치권에서 논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건국은 1919년’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곧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것은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주장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시각으로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을 하는 인물에 포함된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까진 1948년을 기준으로 한 광복절이 곧 건국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 때 1998년 8월 15일을 건국 50년의 시점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기해 제2 건국 운동을 펼쳐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의 창립선언문에도 1948년을 정부 수립 및 건국 시점으로 명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2007년 광복절 축사 때 1948년 8월 15일을 지목하며 "민주공화국을 세웠습니다" "이 나라를 건설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2003년에는 민정수석, 2007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김용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축사 내용은) 박 대통령의 건국 언급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김민석 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노선의 뿌리로 백범 김구의 사상과 노선을 적극적으로 살려내고, 대한민국 정통세력의 노선과 역사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실상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해로 봤다.
건국절 논란은 2006년 일부 학자가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진정한 국가의 출범이 아니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독립은 임시정부와 상관없이 1947년 유엔총회 결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1948년 또 한 번의 유엔총회 결의에 의거해 '한반도상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서 정통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919년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태동이었음을 부인하진 않지만, 건국 과정일 뿐 국민, 영토, 주권이 확립된 1948년이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건국된 해라고 본다.
반면 1919년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우리나라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명시된 만큼 임시정부 법통을 부인하는 건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한 1919년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국왕에게 대한민국이 자주통치국가가 됐음을 문서로 통보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독립운동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라는 것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에 이렇게 썼다.
<1948년 건국에 대해 비이성적인 비난을 하는 배경에는 1948년 체제를 부정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철 지난 분단사관·민중사관의 그림자가 존재한다. 사실이 이럴진대 '1948년 건국'을 언급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反)헌법적이라느니 친일파라느니 음해하는 공허하고 저급한 주장들은 중단해야 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